주간동아 442

2004.07.08

세 갈래 저항세력 ‘각개 전투’

이라크 반미세력 실체 있지만 구체 정보 부족 …‘테러리스트’와 ‘분노의 저항’ 구분도 모호

  • 김재명·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입력2004-07-01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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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반미 저항세력은 어떤 자들인가. 이 물음에 어느 누구도 뚜렷한 대답을 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 점령 당국자들조차 이들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 외교협회가 최근 낸 문건에서 보스턴대학 앤드루 바체비치 교수(국제관계학)는 “미국은 이라크 침공 뒤 저항세력을 상대로 제2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그들이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예가 바그다드 인구의 절반이 밀집해 있는 동부 빈민가 알사드르 시티의 젊은 반미 성직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30)와 그를 따르는 ‘마흐디군(Mahdi Army)’이다. AK-47 소총에 RPG(로켓추진총류탄)로 무장한 마흐디군은 지난 4월부터 거의 두 달 동안 시아파 최대 성지인 나자프와 쿠트, 카르발라 일대에서 미군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여왔다. 미군은 마흐디군의 규모(약 3000명)와 전투력을 얕잡아보다 예상 밖의 완강한 저항에 부닥쳤다.

    나자프에서 알 사드르 대변인인 이슬람 성직자 아흐마드 알 시바니를 만났을 때, 미군과 치른 전투에서 마흐디군이 몇 명이나 죽었냐고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나와 얘기한 다음 ‘와디 살람(평화의 계곡)’의 무덤에 가봐라. 거기엔 이번 반미투쟁에서 숨진 150~200명의 순교자가 묻혀 있다. 미군 대변인인 키미트 준장이 지금껏 발표한 수를 모아보면 1000명가량 죽은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마흐디군이 약 1000명 규모라고 말했다. 미국의 계산법대로라면 마흐디 형제들은 이미 다 죽고 없어야 한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크게 세 부류다. △사담 후세인 충성파 △시아파 저항세력 △외국 출신의 무자헤딘(아랍 전사)이다.

    후세인 정권 시절 혜택을 보았던 수니파(이라크 인구의 약 20%) 가운데 집권 바트당원들(페다윈), ‘무카바라트’라 일컬어지는 전직 비밀경찰, 10만명 규모의 정보부 소속 특수부대, 2만명 규모의 후세인 경호부대였던 특수공화국수비대, 그리고 공화국수비대 등 전직 이라크 군인 출신 중 일부가 ‘후세인 충성파’로 분류되는 무장 저항세력의 주력이다. 이른바 ‘수니 삼각지대(바그다드-팔루자-라마디-티크리트를 잇는 지역)’에서 조직적인 저항을 벌여오고 있다. 이들을 이끄는 지도 그룹은 전직 바트당 고위간부. 이라크 전문가 케네스 카츠만(미 의회조사국 연구원)은 바트당 간부들이 투쟁방향을 설정하고 자금을 대는 ‘머리’ 부분이고, 구 이라크군 출신들은 (총을 들고 싸우는) ‘몸통’이라 분석했다.



    후세인 정권 시절 핍박받은 시아파(이라크 인구의 약 60%) 가운데 이라크 주둔 외국군들에 적개심을 품고 있는 무장세력.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따르는 3000명 규모의 마흐디군이 주력이다. 바그다드 빈민가인 알 사드르 시티가 본거지다. 마흐디군 세력이 바그다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라크 남부 항구도시 바스라에서 나자프, 카르발라 등에 이르기까지 이라크 중·남부에서 시아파 반미 무장투쟁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나자프에서 만난 이들은 “시아파 종교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 시스타니가 점령자인 미군에 너무 협조적”이라고 불만을 얘기했다.

    마흐디 세력은 이란의 호메이니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같은 이슬람 신성국가체제가 이라크에 들어서길 바란다. 알 사드르 추종세력 가운데 일부는 정당 결성이란 형태의 합법적 공간을 통해 정치세력화, 2005년 1월로 예정된 선거에 후보를 내는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이다.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주변 이슬람 국가에서 이른바 ‘반미 지하드(성전)’를 위해 이라크로 잠입한 전사들이다. 미군 정보당국은 이 무자헤딘들이 이라크 치안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규모에 대해서는 최대 5000명 설도 있지만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자살폭탄 테러 ‘알 카에다’ 관련 논란

    4월부터 한 달 동안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700명이 넘는 이라크인 사망자를 낸 팔루자에도 “외국 출신 수백명이 숨어들어 대미항쟁을 벌이고 있다”고 미군 당국은 판단한다. 그중 하나가 요르단 출신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36)가 이끄는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다. 고 김선일씨를 비롯해 올 들어 일어난 외국인 납치 살해 범행은 바로 이 조직에서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은 자르카위 체포 또는 사살에 현상금 1000만 달러(약 117억원)를 내걸었다.

    미 정보당국의 주장에 따르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는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과 연결돼 있다. 미 CIA(미 중앙정보국)는 올 2월 자르카위가 알 카에다 조직 지도자들에게 보낸 편지 사본을 찾아낸 이후 그를 알 카에다 하부조직원으로 규정해왔다. 그러나 “알 카에다는 자르카위의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관계설정을 거부했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조지 부시의 거짓말들’(2004년판)의 저자인 언론인 데이비드 콘은 최근 미 워싱턴 정책연구소(IPS) 주최로 열린 한 강연회에서 “부시 행정부는 그 편지 하나를 갖고 알 카에다 연계설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알 카에다는 자르카위의 협력 요청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라크 안에서 저항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의 조직 ‘유일신과 성전’은 알 카에다와는 관계가 없는 독자 조직이란 얘기다.

    미국이 알 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여기는 또 다른 조직은 북부 쿠르드-이란 국경지대를 근거지로 한 쿠르드인 조직 ‘안사르 알 이슬람(Ansar al-Islam·이슬람의 지지자들)’이다. 2001년 12월 이슬람 근본주의(Islamic fundamentalism) 깃발을 내걸고 출발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이 조직에 재정적 도움을 주었고, 아프간에서 도망친 알 카에다 요원들이 여기에 피신해 있는 것으로 미 정보당국은 분석한다.

    안사르 알 이슬람은 쿠르드 지역의 두 정치조직 쿠르드애국연합(PUK)과 쿠르드민주당(KDP)이 친미적이란 이유로 올 들어 잇달아 폭탄테러 공격을 해왔다. 현재 노르웨이에서 자택연금 중인 지도자 물라 크레카르를 대신해 2003년 말부터 아부 아브달라 알 샤피가 조직을 이끌고 있다. 지난 4월 팔루자 투쟁이 한창일 때는 그곳까지 가 미군과 전투를 벌였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자이툰부대가 주둔할 예정인 아르빌에서 6월26일 일어난 차량폭탄 테러도 안사르 알 이슬람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

    바그다드대학 하산 알리 사브티 교수(역사학)는 “나는 이라크 저항세력을 무조건 ‘테러리스트’로 몰아붙이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이라크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자살폭탄 차량공격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 현실을 거부하는 이라크인들의 분노의 표현이라 여긴다. 그러나 그 ‘분노의 표현’으로 죽고 다치는 희생자의 다수가 평범한 이라크 민간인들, 그리고 고 김선일씨 같은 선량한 외국인들이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과 이라크 임시정부에서 볼 때 한 가지 다행으로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세 갈래의 저항세력이 아직은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연결’이 있다 해도 ‘반미-반외세-반임시정부’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느슨한 정도의 심정적 연합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13만8000명의 이라크 주둔 미군은 이들을 쉽사리 제압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라크 경찰과 군은 더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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