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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고 싶다! 도요새

‘옥구염전’ 휴식 기능 상실 … 양식장 개발 중단, 중간기착지 복원까진 머나먼 길

  • 글/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사진/ 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다시 보고 싶다! 도요새

다시 보고 싶다!  도요새

옥구염전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송림갯벌의 도요새 무리.

그많던 도요새는 모두 어디로 간 걸까. 4월22일 오후 3시 반께 전북 군산시 만경강 하구언. 방조제 쪽으로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이다. 날씨는 잔뜩 흐렸고 바람을 타고 멀리서 ‘트트트, 쫑~ 쫑~’ 하는 도요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예년 같으면 수만 마리의 도요새가 이 해안에서 먹이를 찾거나 멋진 군무를 보여줬을 것이다. 망원렌즈로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자 붉은어깨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겨우 수백 마리 정도의 도요새가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방조제 안쪽은 도요·물떼새들의 천국이자 휴식처였던 22만평 규모의 광활한 옥구염전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곳이 극히 일부만 폐염전으로 남아 있고 대부분 새우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1만평 단위로 170cm 넘게 둑을 쌓고 바닥을 파헤쳐놓았다. 과거엔 얕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쉬던 도요새들이 방조제까지 물이 차면 방조제너머 염전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이제는 도요새가 쉴 곳이 없어졌다.

“공사 현장에 와서 보고 펑펑 울었습니다.”

서천환경운동연합 여길욱 사무국장(43)은 이날도 파헤쳐진 옥구염전 터를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여국장뿐 아니라 많은 시민과 환경단체가 옥구염전의 양식장 전환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옥구염전은 1999년 가을 세계적으로 1000여 개체만 남아 있어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넓적부리도요 200여 마리가 발견된 곳이다. 또 옥구염전을 포함한 새만금 지역은 넓적부리도요가 북극권에서 남극권으로, 또는 남극권에서 북극권으로 이동하는 유일한 중간기착지다. 환경부 보호종인 알락꼬리마도요, 청다리도요사촌,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이 거쳐가는 매우 중요한 생태적 공간이기도 하다.



22만평 국제적인 철새 메카

다시 보고 싶다!  도요새
2003년 봄 국립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14개 조사지역에서 33만 마리가 넘는 도요·물떼새가 발견됐는데 옥구염전을 끼고 있는 만경강 하구에서는 전체의 24%인 7만9000여 마리가 발견됐다. 이웃한 동진강 하구의 14만여 마리까지 합하면 전체의 68%가 이 지역에 집중됐다. 2002년 4월 기준으로 만경강 하구에서 발견된 도요·물떼새류 가운데 87%가 옥구염전을 이용했다.

특히 이맘때 한국의 서해안에서 볼 수 있는 도요새 대부분은 호주나 뉴질랜드 등지에서 날아온 것들이다. 작은 병아리 또는 꿩만한 크기의 다양한 도요새들은 한 번 비상하면 2, 3일 만에 6000km를 쉬지 않고 날아가는 신비한 조류다. 그처럼 먼 길을 날아오기 때문에 이곳에 도착하면 거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상태다. 그래서 기착지에선 몇 주간 거의 이동하지 않고 먹이만 찾는다. 또다시 북극권으로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요·물떼새류는 썰물 때 갯벌에서 갯지렁이, 조개, 고둥, 게 등의 저서생물을 잡아먹는다. 밀물이 되면 물에 잠기지 않는 갯벌이나 해안가 염전, 자연적인 소규모 습지로 들어가 물이 빠질 때까지 휴식을 취하거나 먹이를 잡아먹는다. 이런 특성은 도요·물떼새류가 오리처럼 헤엄을 치거나 잠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왔다. 만조 때 수위가 높아 남아 있는 갯벌이 없을 경우 이들은 해안가에서 적당한 휴식처를 찾는다.

만경강 하구언의 경우 제방을 높이 쌓았기 때문에 밀물 때 남아 있는 갯벌이 없으므로 그 너머 옥구염전이 유일한 휴식처 기능을 해왔다. 이는 동진강 하구도 비슷한 처지다. 해안가 배후 지역이 대부분 농경지거나 도요·물떼새가 들어갈 수 없는 수심이 깊은 저수지나 양식장이기 때문에 그만큼 옥구염전은 중요한 기능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옥구염전은 새만금 간척사업이 시작된 이후 이미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제4공구 방조제 공사가 마무리되자 바닷물이 방조제 안으로 제대로 들어오지 못해 소금밭의 염도가 많이 떨어져 더 이상 염전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9월 끝으로 옥구염전은 폐전되고 말았다.

그리고 올 3월 말부터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개발되기 시작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과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은 4월5일 이곳의 개발 현장을 처음 발견했지만 이미 공사는 상당히 진척돼 있었다.

환경부 군산시 등 관계당국은 이번 일이 진행되는 동안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은 옥구염전에서 1996년부터 매년 이동경로를 연구하기 위해 도요·물떼새를 포획해 가락지를 끼우는 ‘표지방조’ 작업을 진행해왔다. 옥구염전은 영종도 남양만 등 기존 연구지역이 대규모 개발사업 등으로 사라진 뒤 도요·물떼새의 이동경로를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었다. 전주지방환경청도 1년에 1회 이상 이 지역의 생태환경을 모니터링해왔던 곳이다. 그런데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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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남아 새들의 중간기착지 구실을 해주던 송림갯벌도 조만간 매립될 예정이다.

김경원 환경연합 습지보전위원회 위원은 “이처럼 중요한 지역에서 이렇게 빨리 공사가 진행됐는데 관계부처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중요한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과 함께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행정기관으로서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뒤늦게 4월17일 군산시에 공문을 보내 생물다양성관리계약(생태계 우수지역 보전을 위해 생업의 피해를 감수하는 주민에게 손실을 보상해주는 제도)이나 조수보호구역 지정 등 철새도래지를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강제규정이 아니어서 군산시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를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실정이다. 군산시는 환경부의 의견을 받아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결론은 도요새가 거의 떠나고 없는 5월 중순에나 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폐염전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수백만 평의 폐염전지를 관리할 대책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염전의 생태적 가치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환경부 등과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군산시는 최근 ‘국제적인 철새의 메카’로 시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올 12월 ‘세계 철새관광 페스티벌’을 열겠다고 공언했다. 더욱이 옥구염전을 주요 탐조 코스 가운데 하나로 지정해놓기까지 했으면서도 옥구염전이 양식장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환경단체의 항의에 대해 처음엔 “옥구염전은 사유지고, 대하양식장 조성공사는 환경영향평가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공사를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반대여론이 커지고 환경단체가 집요하게 요구하자 군산시는 결국 4월11일 개발업자들의 공사를 중지시켰고, 16일엔 다시 원상회복명령을 내려 5월30일까지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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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의 이맘때 같으면 수만 마리의 도요새떼가 날고 있을 옥구염전은 대부분 파헤쳐져 도요새 자취를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도요새 등 철새들과 무관하게 취해졌다. 군산시는 이 지역이 이미 새만금간척사업으로 보상을 받은 ‘개발행위 제한구역’이므로 그 안에서의 개발행위는 제한할 수 있다며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며칠 뒤 다른 기준에 따라 원상회복명령을 내렸다. 원상회복명령이란 50cm가 넘는 높이의 토지 형질을 변경할 때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어기고 170cm 높이로 둑을 쌓았기 때문에 영농 목적의 다른 이용계획을 세워 다시 허가 절차를 밟도록 한 것이다. 군산시 도시계획과 담당자는 “이는 철새보호를 위한 조치가 아니고 개발업자들이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을 어겼기 때문에 조치를 취한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결국 이곳의 개발공사는 중단되었지만 이로 인해 도요·물떼새의 서식처 기능은 잃어버리고 말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어떤 방향으로 복원할 것인가를 두고 개발업자와 환경단체 및 전문가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

15명의 개발업자들은 이제까지 개발 비용으로 5억원이 넘게 들어갔기 때문에 이 공사를 그만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새우양식장의 경우 해양수산부의 양식업 권장계획에 따라 ‘선개발 후신고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게 알고 공사에 나섰다는 것. 4월23일에도 공사 현장에 나와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던 개발업자 허일강씨는 “일부 업자는 갈 데까지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도 “군산시나 환경단체 등과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것 자체를 거부할 생각은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다.

환경단체 및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미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에 인위적인 조건을 만들자는 데 모아진다. 황호섭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땅을 시에서 임대하고 복원비용 등은 시민단체에서 모금운동을 해서 마련한 뒤 갈아엎어진 땅을 도요새들의 편안한 휴식처로 만들어 생태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일 교원대 교수는 “옥구염전의 습지가 사라지면 도요새들이 갈 만한 곳이 거의 없다”며 “도요새의 기착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얕은 물이 고이는 습지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서식지 보호차원뿐 아니라 염전의 문화적 가치도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황호섭 국장은 “대만에는 폐염전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살려 염전문화생태마을도 조성했다”며 “문화연대 등과 함께 근대 문화의 상징이기도 한 염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도요·물떼새의 서식지 파괴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진행하는 이동경로 연구는 러시아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철새 이동권 안에 들어 있는 각국의 관심사이기도 해 자칫 국제적인 비난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환경운동연합은 옥구염전의 생태적 가치와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4월17, 25일 ‘옥구염전과 도요·물떼새를 살리기 위한 시민한마당’을 열고 ‘도요·물떼새 영상제’ 및 ‘탐조활동’ 등을 진행했다.

4월23일 아침 7시 옥구염전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충남 서천군 송림갯벌. 수만 마리의 도요새떼가 햇빛 받은 멸치떼처럼 반짝이며 날아올라 장관을 연출했다. 옥구염전을 가득 메웠던 도요새들이 어쩌면 이곳으로 이동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이런 정도의 갯벌이 아직 남아 있어 이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 갯벌도 매립계획이 세워져 조만간 공단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민 보상도 이미 끝이 났다. 도요새가 머물 수 있는 곳은 이렇듯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새는 대표적인 환경 지표다. 사람의 눈에 잘 띄고, 감각도 사람과 비슷해 오염물질에 대해서도 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새들의 환경변화는 곧 인간의 환경변화와 같은 의미다. 김수일 교수는 “야생조류가 사라진다는 것은 자연의 한 축이 무너져내리는 것과 같다”며 “도요새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433호 (p40~42)

글/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사진/ 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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