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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진보, 국회 벽을 허물다

인터넷 투표부대, 朴風 줄였다

젊은 네티즌들, 재치 발랄 방식으로 투표 독려 … 우리당·민노당 지지율 유지에 큰 역할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인터넷 투표부대, 朴風 줄였다

인터넷 투표부대, 朴風 줄였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자연발생으로 형성된 ‘무적의 투표부대’가 온라인 시위를 벌였다. 투표를 권유하는 ‘개죽이’ 깃발(작은 사진).

‘4·15’총선 전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시장통을 발로 뛰며 예의 그 ‘익숙한’ 미소로 지펴놓은 ‘박풍’에 맞선 것은 인터넷에서 불어온 ‘투표부대’의 바람이었다.

‘우리는 무적의 투표부대다/ 투표가 우리의 공격무기다/ 언제까지 욕만하며 지켜볼 텐가/ 오라 투표부대로/ 폭설이 내려도 투표는 한다/ 데이트를 하더라도 투표는 한다/ 주침야활 자는 도움 청하여/ 오라 투표부대로/ 어떠한 시련이 있다 하여도/ 투표에 참가하라/ 우리는 무적의 투표부대다/ 출전태세를 갖추어라/ 나가자 투표부대/ 사월 십오일/ 모조리 방법하자/ 꼴통 무리들’(투표부대가)

‘박풍’이 탄핵 이후 급전직하한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35.8%까지 끌어올렸다면, ‘투표부대’는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지지율을 48.8%로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민노당 노회찬 당선자의 말을 부지런히 퍼 옮겨 민노당 지지율을 높인 것도 네티즌들이었다.

또한 인터넷에서 열린 수많은 토론과 논쟁은 예전에 학교운동장에서 열리던 선거 유세를 사이버 광장이 완전히 대치했음을 보여주었다. 4월13일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웹사이트 서프라이즈에서 열린 라이브 채팅은 우리당 내부 토론 성격이 강했지만 유시민 의원이 민노당에 ‘폭탄’을 던진 직후였기 때문인지 6만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관전해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002 대선 때 보여준 네티즌 파워 또 실감



2002년 대선 때 이미 저력을 보여준 네티즌 파워는 탄핵정국과 ‘4·15’ 총선을 통해 더욱 확실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특히 대선 때 사이버 공간에 머물렀던 네티즌들은 탄핵을 계기로 광화문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개죽이’ 깃발을 앞세운 ‘투표부대’로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고 다양한 패러디물로 오프라인의 언론 매체를 휩쓸었다.

투표일 새벽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종일 인터넷에는 ‘다같이 투표 쌔워 BoA요’란 표어가 오르고 또 올랐다. 투표 권유 방식도 시간대별 투표율과 예상 득표율을 제시하는 논리형에서, ‘젊은층이 없다’며 현장 분위기를 중계한 르포형, 그리고 한 표의 소중함을 강조한 격문을 퍼 나르는 웅변형까지 다양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그들은 결코 유머를 잃지 않았다. ‘헤딩라인뉴스’로 유명한 미디어몹은 아예 오후 3시까지 ‘고만고만한 오류가 발생했다. 여러분이 투표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다운된다’는 고의 사이트 다운 화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부대’의 결집은 네티즌의 정치 참여와 생산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다. 투표부대는 ‘디시폐인’으로 많이 알려진 ‘디시인사이드’에서 모였다. 이곳에서 ‘딩구리’로 알려진 김상수씨가 밀리터리 마니아(아이디 ‘대략’)가 올린 군사포스터와 요즘 유행하는 싱글부대 유머를 ‘무적의 투표부대’로 패러디해 크게 히트했다. 이를 ‘송앤라이프’의 윤민석씨(‘너희는 아니야’ 작곡가)가 보고 영감을 얻어 곡을 붙여 녹음을 했고, 네티즌들은 포스터와 노래를 부지런히 퍼 날랐다. 김상수씨는 노래를 다시 뮤직비디오로 완성했다. 이 모든 과정은 인터넷에서 서로 이름도 알지 못하는 네티즌들이 단지 네트워킹을 통해 ‘공동창작’에 참여함으로써 이뤄졌다. 동영상 플래시를 만드느라 밤을 새우고 결근도 불사하는 그들은 아무런 보상 없이 참여 그 자체에 감격했다.

인터넷 투표부대, 朴風 줄였다

화제의 패러디물로 인기를 모은 디시인사이드의 ‘무적의 투표부대’ 포스터(위)와 정치인들의 언론사 방문시 해프닝을 소재로 한 음료수 깡통 패러디. ‘물은 셀프’란 유행어를 만들었다.

“탄핵 이후 촛불집회가 시작되면서 우리도 모니터만 들여다보지 말고 나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지요. 그때 디시인사이드의 마스코트였던 ‘개죽이’ 깃발을 들고 나갔는데 큰 화제가 됐어요. 네티즌들이 야한 동영상이나 보고 게임이나 하는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시대 변화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죠.”(딩구리)

‘무적의 투표부대원’들은 4월15일 투표를 하고 광화문에 모여 지하 술집을 전세 내 밤새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열의를 보였다.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 대표는 “네티즌들은 재미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우습게 돌아가는 정치가 그들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들에게 직접 어필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독특한 스타일과 국민을 우습게 본 정치는 네티즌들에게 풍성한 패러디의 소재를 제공했다. 인터넷이 시작된 이후 패러디 문화가 이처럼 풍성했던 적도, 이렇게 국민들을 웃긴 적도 없었다. 또한 수사기관이 패러디를 당한 사람의 고발도 없이 네티즌들을 무더기로 수사한 적도 없었다. 디시인사이드에서만 네 명의 패러디 작가가 기소됐다.

“인터넷이나 박근혜 대표 자체 때문에 선거 결과가 바뀌었다고 보진 않아요. 네티즌은 이벤트가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에 참여함으로써 인터넷에서 세력을 확산하는 것이지요.”(미디어몹 최내현 편집장)

인터넷 도입 초기에 한두 군데의 사이트에 모여 구경을 하던 네티즌들은 이제 취향에 따라 분화하고 탄핵정국을 지나며 스스로 생산자로 도약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총선 전후에 쏟아지고 있는 무수한 패러디와 1인 미디어 ‘블로그’가 그 증거다. 블로그로 산재한 네티즌들은 정치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디시인사이드, 라이브이즈, 미디어몹, 마이클럽 닷컴 등 크고 작은 사이트들을 통해 결집해 현실로 걸어 나온다. 초고속전송망의 속도로 모이는 그 추진력이야말로 ‘주침야활’하는 네티즌들의 강력한 무기다.

‘무적의 투표부대’는 모니터가 아니라 ‘선관위가 파놓은 진지’(투표소)에서 세상과 그 자신을 바꿔놓았다.





주간동아 2004.04.29 432호 (p30~31)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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