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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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지능미디어 시대

인공지능+네트워크 결합 첫 단계 진입 … 바보상자 TV ‘똑똑이’로 부를 날 눈앞

  •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klee@khu.ac.kr

    입력2004-04-14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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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려라! 지능미디어 시대

    인터넷과 이동통신망에 의존했던 컴퓨터 기술은 갈수록 인공지능에 의해 주도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인간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보다 더 합리적인 기계를 만들려는 노력을 총칭한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은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류의 영원한 화두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그 정의에서 알 수 있듯 완전한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진정한 인공지능이 실현 가능하다면 그 기계는 자신을 만든 그 위대한 인간 지성을 또다시 따라잡아야 한다는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 더구나 차후의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생물학적 인간이 기계와 협력해야 한다는 상황 역시 ‘로봇에 의한 로봇 생산’이라는 당혹스러운 문제를 제기한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인공지능 연구는 언제나 실패가 당연시됐기에 작은 성공조차 큰 진전으로 여겨졌다. 혹자는 “결국 인공지능은 실패했다”고 말하지만 이는 인공지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때론 많은 SF(공상과학) 작가들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하거나 인간을 공격하는 기계를 통해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려내기도 하지만, 이는 연구자들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차근차근 진행한다면 피할 수 있는 문제일 뿐이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꿈이 인간이 직접 하늘을 나는 인공비행(Artificial Flight)이 아닌 항공공학(Aeronautics)으로 대치된 것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연구도 적절한 로드맵을 통해 인간에게 편리함과 기쁨을 주는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편리함·기쁨 주는 인공지능 연구



    지난 10년간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인공지능보다 인터넷과 이동통신망 등 디지털 네트워킹에 의해 주도됐다. 그러나 네트워킹 수준이 발전하면서 컴퓨터 기술은 인공지능에 의해 주도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은 네트워킹을 무시해온 과거와 달리 디지털 네트워킹된 환경과 접목한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빛을 발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스필버그의 영화 ‘A.I.’에서 인공지능 로봇인 데이빗은 모바일폰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어 영화의 현실성을 떨어뜨렸다. 이는 인공지능이란 도구가 네트워크와 연결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네트워킹의 결합은 네트워크 지능(Networked Intelligence)과 지능네트워크(Intelligent Network)라는 새로운 융합물을 만들어냈고, 관련 산업은 ‘인텔리전트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인텔리전스’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20대 여성인 윤송이 박사를 상무로 스카우트했다는 사실이 세간의 화제가 됐다. 새파란 ‘20대’, 그것도 ‘여성’이 상무가 됐다는 것도 중요한 사건이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 이동통신업체가 인공지능 분야인 ‘커뮤니케이션 인텔리전스팀’을 만들고, 이를 인공지능을 전공한 윤박사로 하여금 주도하게 한 사실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20년 후 지능로봇 인간 위협?

    앞으로 미디어란 존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순한 연결선에 머물거나, 방송국에서 뿌려주는 콘텐츠를 그대로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바보상자’ 기능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모든 전자기기는 사용자와 의사소통해 그가 잠재적으로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것이다. 현재의 각종 미디어 기기들은 그들간에 통신하고 경쟁하며 협상하는, 지능적인 미디어로 진화하는 첫 단계에 도달한 셈이다.

    머지않아 내 호주머니 속의 휴대전화와 집에 있는 TV가 지능을 갖게 되어 주인의 선호와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의 TV 리모컨은 채널 버튼보다 ‘좋아/싫어’라는 버튼을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버튼을 통해 TV 속의 도우미(Agent)는 시청자의 선호를 학습하고 이러한 정보에다 방송국 또는 다른 가정의 TV 속에 있는 도우미에게서 자신의 주인이 좋아할 만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대해 추천받아 이를 수신해 방송할 것이다.

    열려라! 지능미디어 시대

    SKT가 인공지능을 전공한 윤송이 박사(28)를 영입한 사실은 이동통신의 지능미디어화(化) 추세를 반영한 하나의 사건이다.

    현재 ‘바보상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지고 있는 TV는 인공지능 기술과의 결합으로 ‘똑똑이’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가지게 될 것이다. 물론 너무 똑똑하거나 똑똑한 척만 해서 ‘겉똑똑이’라는 별명까지 함께 얻게 될지 모르지만.

    TV를 똑똑하게 만들겠다는 노력은 유럽의 ‘공유하자(Share it!)’ 프로젝트, TV-Anytime 포럼 등에서 이미 그 기반을 닦고 있는데, 여기에는 전 세계 대표적 통신사업자(British Telecom, France Telecom)와 방송국(BBC, Fuji, Disney), 전자회사(Nokia, Philips, Sanyo, Sony, Toshiba, Mitsubishi, Motorola), 광고사(Nielsen)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참여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대우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소가 참여).

    현재 지능로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인간을 대체하고 위협할 수준으로 진화하려면 적어도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까지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일본 혼다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ASIMO)조차 ‘Advanced Step in Innovative Mobility(혁신적 움직임을 지닌 더 나은 스텝)’의 약자로 지능성보다는 자연스런 이동성이 강조됐다.

    최근 움직임이 중요시되는 로봇보다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서의 지능로봇 개념이 새로운 경향으로 떠올랐다. 즉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지능을 가진 포괄적 미디어로서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강할 수 있어 가히 ‘인간의 확장’이라 불릴 수 있다.

    휴대전화와 TV 등 첨단 미디어는 갈수록 지능적인 기계로 거듭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연결된 로봇은 단순히 뛰어다니는 기계가 아니고, 지능을 갖춘 네트워크는 단순한 웹 브라우저가 아닐 것이다. 그 시대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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