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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고공행진 … 한전 ‘발등의 불’

배럴당 1달러 인상 때마다 433억원 추가 부담 … 전기 사용 조절 통한 적극적 ‘수요관리’ 방침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유가 고공행진 … 한전 ‘발등의 불’

유가 고공행진 … 한전 ‘발등의 불’

서울의 야경(아래).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을 계속하면서 한국전력(이하 한전)에 비상이 걸렸다. 발전 연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의 급등은 발전 원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한전의 수익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한전 추산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인상될 때마다 433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한전이 최근 들어 수요관리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수요관리란 최소의 비용으로 소비자의 전기에너지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비자의 전기 사용 패턴을 합리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수요관리에는 피크(peak)를 억제하고 심야수요를 증대시킴으로써 부하 평준화를 통해 전력공급 설비의 이용 효율을 향상시키는 부하관리와 전기의 이용 효율 향상을 통해 전력수요를 절감시키는 전략적 소비절약 등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가령 하루 중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대에는 고율의 요금 단가를, 그 반대의 경우에는 저율의 요금 단가를 적용한다고 하자. 소비자들로서는 여름철 피크 타임 때의 사용을 줄임으로써 전체 전기요금을 낮추려고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도다. 현재는 일반용 3000kW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6월부터는 1000kW 이상으로 확대된다.

지난해 1kW당 50.73원이 3월엔 60.39원

시간대별 차등요금제 시행을 통해 피크 타임 수요를 억제하면 최대 부하와 최저 부하 간 차이가 줄어들어 발전 설비의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LNG 발전기 등 고(高) 원가 발전기 가동이 줄어 직접적으로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된다. 지난해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이 보유한 가스발전 설비는 전체 발전기의 25.9%지만 실제 가스발전기의 발전 양은 전체의 12.1%에 그치는 것도 한전의 수요관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고유가 행진이 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잘 알려진 대로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첫 단계인 발전경쟁단계. 한국남동발전 등 한전의 6개 발전 자회사 등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1개의 판매회사(한전)에 전기를 판매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거래가격은 발전기별 연료비 단가를 반영한 한계가격 개념으로 산정한다. 한전 전력거래실 관계자는 “비용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발전회사 비용을 2개월 후에 반영해준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전이 구입한 전기의 평균 단가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한전은 발전 자회사에서 1kW당 50.73원에 전기를 사들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1월에는 55원을 기록한 데 이어 2월에는 60.34원으로 뛰었다. 3월은 지난해보다 무려 10원 정도 상승한 60.39원으로 올랐다. 한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발전 원가가 싼 영광 5, 6호기가 정비를 위해 가동이 중단된 데다 전력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구매 단가 상승을 가져온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전의 평균 판매가격은 올 1월 1kW당 72.95원 수준이었다. 2월에는 73.65원으로 약간 상승했다. 말할 것도 없이 이는 한전이 전기요금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 결정에 따라 올 3월1일부터는 주택용 전기요금을 2.8% 내린 것을 비롯해, 일반용과 교육용도 각각 3.5%와 3.0%씩 인하했다. 지난해 발전 자회사의 수익을 소비자에게 환원해준다는 차원에서였다. 한전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을 올려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내렸으니 수익 악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물론 한전 입장에서 이 정도의 원가 상승 부담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지난해 경영 실적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한전은 지난해 22조3975억원의 매출액에 당기순이익 2조3159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 재무정책팀 관계자는 “물론 현 상황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은 고유가의 추세가 4·2분기까지 계속된다면 전기요금 인상 등을 검토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한전으로선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것이 수요관리다. 한준호 사장이 4월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피크 관리라는 소극적 수요 관리에 중점을 두었으나 앞으로는 수요 관리의 기법을 다양하게 개발해나가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한전은 지난해 수요관리를 통해 220만kW의 피크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2조원이 넘는 발전소 건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유가 고공행진 … 한전 ‘발등의 불’

한준호 한전 사장(왼쪽)과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한전은 올해 최대 전력수요가 사상 처음으로 5000만kW를 돌파해 전년 대비 8.2% 증가한 5126만kW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해 8월22일 12시에 기록한 4739만kW였다. 한전 관계자는 “올 여름에는 특히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냉방 부하가 전년 대비 15.7%나 증가한 1041kW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소비자들이 원격 제어를 통해 일정 시간씩 꺼짐과 켜짐이 반복되는 에어컨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전은 전력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올 여름 공급 능력은 5800만kW를 넘어서기 때문에 700만kW의 예비 전력(공급 예비율 13.2%)을 확보하게 된다”면서 “이와 별도로 이상고온, 발전소 불시정지, 송전선 고장 등으로 인한 수급 비상시에 대비해 427만kW를 확보할 계획이기 때문에 전력수급 사정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또 올 여름에는 수요관리를 통해 피크 수요 331만kW를 감소시킨다는 방침이다.

한전 영업본부장 김영만 전무는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는 세계 12위인 반면 에너지 소비는 10위를 기록하고 있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라면서 “우리가 에너지를 7%만 절약하면 1조~2조원의 건설비가 드는 100만kW급 발전소 1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되고, 이에 따라 그만큼 환경도 보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431호 (p36~37)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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