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0

2004.04.15

장모와 사위가 비뇨기과 찾은 사연

  • 정현직/ 연세 백비뇨기과 원장 www.yonseipaik.com

    입력2004-04-08 16:1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장모와 사위가 비뇨기과 찾은 사연
    얼마 전 경험했던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 여성 한 분이 젊은 남성의 손을 이끌고 진료실 문을 들어섰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발기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닌가. ‘남모르는 고민으로 고생하는 아들을 곁에서 보다 못한 어머니가?’ 하고 생각했지만 중년 여성이 털어놓는 사연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사연을 들어보니 두 사람은 장모와 사위 관계. 시집 보낸 딸한테서 “남편이 ‘밤일’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하소연을 들은 장모가 ‘당장 이혼시키겠다’고 작심한 뒤 사위의 ‘성적 무능’을 증명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것.

    비뇨기과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요즘 장모들은 시집간 딸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 젊은 시절에는 그냥 참고 지냈지만 너는 그래선 안 된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나이 지긋한 분들도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는데 젊은 세대들이 성적으로 민감해지고 대담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듯싶다.

    가부장 질서가 무너진 요즘 성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남성들의 고민은 버겁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대부분 “나도 왕년에는 ‘변강쇠’였다”는 말을 달고 살지만,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 해도 ‘남성’이 살아나질 않고 ‘이러다 아내가 바람나는 게 아닐까’ 싶어 걱정이 태산 같다는 것. 그러면서도 창피해서 병원을 찾지 못하고 속만 태우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배우자의 성적 능력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분노하거나 자포자기할 필요는 없다. 여러 치료제들이 나와 ‘고개 숙인’ 남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약효가 최고 36시간 지속되는 치료제가 출시돼 비타민 먹듯 이틀에 한 번만 먹으면 발기부전 증상이 감쪽같이 사라지니, 장모가 성적 능력 없는 사위를 강제로 이혼시키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섹스가 결혼 생활의 전부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또한 부자연스럽게 억눌러야 할 대상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성적 트러블이 있을 때 함께 의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