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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뮤지컬 ‘투 맨’

뒤틀린 세상에서 부르는 ‘희망 찬가’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뒤틀린 세상에서 부르는 ‘희망 찬가’

뒤틀린 세상에서 부르는 ‘희망 찬가’

뮤지컬 ‘투 맨’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밥, 물, 공기.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충분치 않다. 이것들은 삶을 이어가게 하지만, 결코 세상을 이겨내게 하지는 못한다. 일상의 고된 무게에 눌려 비틀거릴 때, 한 걸음 더 내딛을 힘조차 없을 때, 삶의 필요조건은 철저히 무력해지고 만다. 사람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것은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켜주는 최후의 단 한 사람이다. “괜찮아, 잘할 수 있어, 내가 있잖아”라고 말해줄 사람. 뮤지컬 ‘투 맨(TWO MEN·연출 정세희)은 바로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고아원에서 함께 도망친 형과 동생. 운동화는 다 해져 구멍이 났고 주머니는 텅 비었지만 이들에게는 꿈이 있다. 한번쯤 폼 나게 살고 싶은 꿈. 형은 ‘사람들의 눈물이 되고, 손길이 되며, 역사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하고, 동생은 해변에서 ‘쭉빵한’ 미녀들을 차에 실은 채 즐기는 삶을 꿈꾼다. 이들의 ‘욕망’을 이뤄줄 수단은 신도시 아파트 단지 안 순대 포장마차다. 수시로 단속반의 협박에 시달리고 자신을 무시하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상처받지만 이들의 ‘사업’은 번창한다. 그러나 어느 날 동생이 칼질을 하다 실수로 손가락을 자르면서 짧은 행복은 끝나고 만다. 동생의 손가락을 치료하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형이 불치병을 선고받은 것. 동생은 형을 살리기 위해 술집 마담에게 몸을 팔지만, 형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린 후다.

남루한 일상, 그 안에서 싹트는 끈끈한 형제애, 그리고 참혹한 반전. 이야기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고발하는 스테레오 타입을 따라 흘러가는 듯 보인다. 뿌리 깊은 가난은 성실함 따위로 극복할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장애인 아버지의 죽음 이후 세상에 대한 분노로 창녀가 된 술집 마담은 돈이 필요한 젊은 남자를 짓누르며 희열을 느끼고, 중동 노동자로 일하다 손가락이 세 개나 잘린 아파트 관리소장은 포장마차를 철거할 수 있는 권한을 무기로 자신보다 약한 형제들에게 알량한 권력을 휘두른다. 세상은 어둡고, 억압받는 이들은 그 안에서 서로에게 상처 입히며 꾸역꾸역 살아나간다.

탤런트 김영호·유준상 형제로 출연

하지만 암울하게 흐를 것 같은 극의 분위기는 시종 즐겁고 발랄하다. 뮤지컬의 포커스가 철저히 이 어두운 세상을 버텨나가게 하는 힘,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형은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에 대해 분노하기보다 동생을 걱정하고, 동생은 죽은 형을 향해 “사실 내 꿈은 형을 닮는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마담과 관리소장은 이들과 상처를 주고받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의 아픈 부분을 이해하게 된다. 모두를 뒤틀리게 만든 세상, 자신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삶에 맞서 이들이 얻어내는 것은 아픈 이들끼리의 이해와 연대인 것이다. 세상은 어둡지만 그 안에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버텨나가듯 우리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 뮤지컬은 끊임없이 리마인드시킨다. 그리고 살아남은 동생이 또 다른 동생의 형이 되어 새로운 꿈을 키워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이 뮤지컬이 전달하고자 하는 희망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뒤틀린 세상에서 부르는 ‘희망 찬가’

김밥장수, 마담, 간호사 등 여러 배역을 능청스레 소화해 내는 배우 김선경은 순발력 넘치는 연기로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진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나가는 조연들의 순발력과 재치도 극의 분위기를 잡는 데 한몫한다. 특히 김밥장수, 마담, 간호사 등 여러 배역을 능청스레 소화해 내는 배우 김선경은 단연 돋보인다. 때로는 섹시하게, 때로는 청순하게 객석과 함께 호흡하는 그의 연기는 그가 왜 뛰어난 뮤지컬 배우인지를 분명히 증명해 보인다. ‘분홍색 필통’ ‘조금씩 조금씩 점점’ 등에서 보여준 가창력도 눈에 띄는 뮤지컬 넘버가 없는 이 뮤지컬의 아쉬움을 일정 부분 해소해준다. 관리소장 역의 김병춘도 독특한 화술과 열정적 액션으로 극에 재미를 더했다.

하지만 TV에서 활동하다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형 역의 김영호와 동생 역의 유준상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듯하다. 4명의 배우가 극 전체를 책임지는 살롱 뮤지컬에서 주연으로서 확실한 무게중심을 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2년 전 ‘더 플레이’로 뮤지컬 연기대상을 수상했던 유준상에 비해, 아직은 탤런트의 기운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김영호는 노래나 무대 연기에서 특히 부족한 느낌을 준다. 형과 동생 역에 정통 뮤지컬 배우인 ‘명성황후’의 이희정과 ‘블루사이공’의 서범석이 더블 캐스팅돼 이런 아쉬움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다. 4월1일부터 오픈 런. 문의 02-708-5001



주간동아 430호 (p88~89)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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