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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슈는 씹어야 제 맛”

닷컴 패러디 세 지존 오프라인 회동 … “국민들 가려움 삐딱한 시선이 긁어주는 효과”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정치·사회 이슈는 씹어야 제 맛”

“정치·사회 이슈는 씹어야 제 맛”

최내현 미디어몹 편집장,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안동헌 한나라당 부대변인(왼쪽부터), 사이버공간 패러디의 세 지존이 ‘얼굴을 맞대고’ 함께 만났다.

일종의 에너지 불변의 법칙에 의해, 사회도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 탄핵정국은 개혁적 정치 담론을 낳고, 문화 생산자들에게는 가장 대중적인 이슈를 제공한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탄핵정국의 패러디 르네상스는 가장 강력한 사례가 될 것이다.

그래서 패러디계의 세 지존을 오프라인, 즉 다방에서 만났다. 최근 ‘헤딩라인 뉴스’로 공중파 방송사까지 접수(?)한 미디어몹 최내현 편집장, 인터넷에서 한나라당 수호의 내공을 떨치고 있는 오케이좋은나라닷컴 기획자 안동헌 한나라당 부대변인, 그리고 두 무림고수의 대결에서 ‘호각을 불어주기로 한’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최편집장과 안부대변인은 각각 딴지일보(이하 딴지)의 편집장과 초대 ‘농설우원’으로 맹활약을 했다. 우리나라 패러디사로 보면 딴지일보가 그리스 로마 급은 된다는 얘기다.

4월5일부터 ‘헤딩라인뉴스’를 KBS 한 시사프로그램에 주 4회 납품하기로 한 최편집장과 1일 또 다른 인터넷매체 ‘데일리안’을 창간한 안부대변인은 탄핵정국의 중심에서 무척 바빴고, 최근 몸짱 아줌마를 발굴해 피트니스 사업에 진출한 김총수는 끝내 이유를 밝히지 않은 일로 더 바빴다.

시종 어수선한 가운데 최편집장이 고비고비마다 날 선 주장을 폈고, 안부대변인은 미끄러지기와 높이뛰기 전법으로 공격을 받아냈다. 그리고 홀연히 나타난 김총수가 선문답을 몇 차례 날리다 사라졌다. 그러나 내심 기대했던 육박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안동헌(이하 안): 제가 딴지일보서 농설우원을 하다 객원으로 바뀔 무렵 최편집장이 본격적으로 합류하셨죠? 딴지일보에서 같이 글을 올리던 시기가 있긴 했지만 직접 만난 건 처음이네요.



최내현(이하 최): 네. 제가 미국 유학 가 있을 때죠. 딴지에 글을 썼더니 팬 메일이 500통씩 날아오는데 무서운 건 그 많은 이들이 딴지 말투를 구사한다는 거였죠. 야, 굉장하다, 언어를 좌우한다는 게 대단하잖아요. 무섭기도 했지만 글을 안 쓰면 금단증상도 생겼죠. 그때 총수가 와라, 하기에 처자식 팽개치고 들어왔죠.

안: 전 하이텔에서 놀다 어느 날 딴지를 보니 제가 쓴 엽기물들이 있더군요. 총수에게 절 기억하시냐고 메일을 보냈더니, 기억한다, 당장 논설위원 합시다 하더라구요.

기자: 총수가 그렇게 저작권 문제를 무마했군요.

안: 그땐 저작권 개념이 없었죠. 총수가 여기저기서 글 그냥 퍼다 올리고 딴지에 참여하는 것조차 영광인 시절이었죠. 전 직업으로 딴지에 있었던 적은 없고, 한전에서 자재 구매일 하다 2000년 유니텔로 가서 콘텐츠 제작을 시작했죠. 그러니까 98년 딴지 창간 때 합류해 ‘필화사건’으로 딴지에서 이름이 빠지고, 2001년 9월까지 있었죠. (필화사건이란 안부대변인이 모 일간지 웹사이트에 올린 딴지에 대한 비판 글을 이 신문이 활자화하자, 딴지일보가 이 신문과 일방적 M&A를 선언한 사건이다).

“정치·사회 이슈는 씹어야 제 맛”

딴지일보(www.ddanzi.com)의 김어준 총수(37).

최: 그 사건으로 빠진 건 아니죠. 안동헌씨가 딴지 말투도 만들고, 신입사원 들어오면 안동헌씨 글 보고 배우라고 할 정도로 기틀을 잡았죠. 그러다 한번 총정리를 한 거죠.

안: ‘*꼬 깊쑤키’ ‘*라’ 그런 걸 만들었는데, 아직도 후배들이 그거 따라하고 있는 거 보면 안타깝죠.

최: 어제 ‘데일리안’ 창간하셨죠?

안: 네. ‘오마이뉴스’류. 오마이뉴스가 그~쪽이면 이건 이쪽, …성향이 다르죠.

최: 신문에 났더라고요. ‘보수 신문 창간’.

안: 보수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은데. 저도 다 보고 있죠, 거긴 아무래도 킬링 콘텐츠가 헤딩라인뉴스죠? 전 아무래도 블로그는 적응이 안 되더라구요.

최: 아직 준비도 덜되고, 버그도 나는데 너무 빨리, 지나치게 인기를 끌어서 부담이 돼요. 헤딩라인뉴스와 더 찌라시는 미디어몹에 대한 신뢰를 위해 만든 거라 컴퓨터 화면 구석에 넣었죠.

안: 블로그가 미국에서 ‘마이’(나의) 개념에서 나온 건데. 우리나라 사람들 성격엔 아무래도 한군데 들어가서 치고받고 싸우는 게 더 맞지 않나 싶어요.

최: 어려운 점이 많죠. 블로그는 글쓴이가 알려지기 때문에 막 쓰기 어렵다는 점도 있고, 남 써놓은 거 보고 댓글 쓰기는 쉬운데 자기가 텍스트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기는 해요.

안: 그래도 한번 해보는 거죠. 안 되면 말고. 아, 이거 정말 딴지 때 많이 쓰던 말인데.

최: 인터넷의 특징이 익명성인데, 과거에 없던 새로운 언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글쓰는 사람들이 모이고 있어요.

기자: 미디어몹은 그런 점에서 탄핵정국의 최대 수혜자네요.

최: 어찌 보면 그렇죠. 탄핵안이 통과되던 날 사무실에서 TV 봤는데, 쥐 죽은 듯한 분위기. 생각보다 훨씬 무겁더군요. 미디어몹 오픈하고 열흘째 되던 날이었는데, 바로 여의도 취재 나가고, 그날부터 무척 바빠졌죠.

안: 저도 TV로 봤어요. ‘약간’ 좋아하시는 당직자들 사이에서 저거 위험한데, 그랬죠. 전 탄핵에 대한 패러디는 일절 안 했어요. 촛불시위 있는 날 광화문에 갔다가, 아는 후배 따라 서프라이즈 사람들이랑 같이 술을 마셨어요. 말하자면 호랑이굴인데.

기자: 그러면 좋은나라닷컴의 패러디는 대개 정권에 대한 비판이군요.

안: 그렇죠. 1월 말 오픈했는데 정권 잘못한 거, 당대표의 반성의 글 이런 걸 소재로 했죠. 아무래도 당에서 하다 보니, 완전히 자유롭진 않아요. 딴지에서 논설위원 했다는 건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데, 굉장히 보수적인 집단에서 일한다는 거 자체가 모순이긴 하지요. 제목도 ‘저품격 찌라시’, 처음엔 ‘조중동 찌라시’였어요. 근데 당에서 깜짝 놀라 말리는 거예요. 총수 같으면 제가 뭘 하려는 건지, ‘삘’이 딱 올 텐데.

기자: 패러디에서 테크놀로지가 중요한 건 아닌 듯합니다.

“정치·사회 이슈는 씹어야 제 맛”

안동헌 한나라당 부대변인(37)과 그가 기획한 오케이좋은나라(www.okjoa.com)의 히트작 ‘노란돼지’.

안: 그럼요, 내용이 중요하죠. ‘땡큐! 서프라이즈’는 제가 기획한 건데 당내에선 반반인 거 같아요. 서프라이즈야 지금 정치 웹순위 1위인데 이제 시작한 우리가 배워야죠. 적에게서 배우자, 그게 제일 무서운 거죠. 노무현 대통령, 그래 열심히 해보쇼, 서프라이즈, 그래 독설을 퍼붓지만, 배울 건 배우겠다, 이래야죠. 당장은 굽히는 거 같지만 그런 자세로 나가면 차기에 반드시 한나라당이 정권 되찾아올 수 있어요. … 그네 누님(박근혜 대표)이랑 여자들이 남자들 사고 친 거 수습하느라 바쁘잖아요.

이때 김어준 총수가 나타났다. 쉬크한 슈트에 솔솔 향수 냄새까지 났다. 카페 스태프가 달려와 연예인 아무개 아니냐고 묻기에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라 답해주자 그냥 돌아갔다.

김어준(이하 김): 어쩌다 보니 이렇게 다 모였네. 안동헌씨야 비상근이었지만, 최편집장 나가고 딴지에 좀 타격이 있었지, 한 3일(우하하). 미디어몹은 탄핵이랑 딱 맞았네요. *라 잘되려니. 미디어몹은 최편집장의 색깔을 잘 반영하고 있던데. 초기 딴지 멤버들이 많다 보니, 좀 딴지 냄새가… 형식(블로그 중심)이나 글의 정신에서 최편집장이 맞다고 봐요. 좋은나라닷컴은 안부대변인 개성 그대론데, 사람들이 몰라줘, 왜냐, 안동헌이 잘못해서 그래. 그 개성 먹어주는 게 있거든요. 안동헌의 어처구니없음, 4H정신이랄까, 새마을 깃발 정신이랄까.

안: 당 예산을 쓰니까. 오늘 두 전문가가 있으니까 말 잘못하면 비웃어요.

김: 패러디에 대해 이야기하면, 패러디는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아, 이거 정의가 나올라 그러네, 하여간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 중요한 건 본질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죠.

기자: 최근 경찰이 패러디 제작자를 체포한 적도 있는데, 창작자들의 상상력에 제한을 받지 않나요?

김: 아니오.

안: 그럼 이 짓거리 못하지.

최: 제대로 하면 안 건드려요. 그러기로 하면 진짜 전쟁인데.

기자: 패러디가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 정치적 발언과 인신공격의 경계에 놓여 있다는 것이 문제인 듯한데요.

김: 패러디 이해당사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관계없어요. 패러디는 공격을 위한 거니까. 서태지 예를 들면, 그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마인드와 패러디의 허용치, 둘 다 옳은 가치가 싸운 경우였죠. 그때 서태지의 저작권 때문에 사회적 가치가 블로킹을 당했고,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나쁜 사례였다고 봐요. 선관위가 지키려는 정치적 중립도 옳지만 사람들의 정치적 표현, 이건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중요한 가치죠. 패러디를 받아들이는 건 사회구성원들의 문화적 탄력성이지, 어느 나라든 법이 정하는 경우는 없어요.

소란한 대화 속에서 패러디 업계의 기밀들을 주고받은 뒤 총수는 사라졌다.

기자: ‘미디어몹’은 열린우리당 지지인가요?

최: 아니오. 처음엔 오해 많이 받았죠. 이상하게 작년부터 인터넷에서 친노냐 반노냐로 재단을 해요. 우리도 ‘노빠’ 하나 더 나왔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요즘은 열린우리당을 많이 씹어서인지, 그런 말은 들어갔죠. 패러디는 모두 편파적인 거죠. 그게 특정 정당, 인물을 지지하는 편파일 수도 있지만, 패러디의 편파성이 곧 친노냐 반노냐는 아니에요.

안: 요즘 단속이 심하죠.

최: 최근엔 경찰 조사도 받았어요. 탄핵찬성 집회에 갔다가 ‘노무현 빨갱이, 김근태 빨갱이’ 이런 찌라시가 돌길래, 그대로 사이트에 올렸죠. 그랬더니 경찰이 대통령 비방 및 선거출마자 음해 혐의로 조사를 해요. 제가 김근태씨랑은 나름대로 잘 안다, 시중에 이런 것도 있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려 한 거다, 하니 이번엔 그럼 열린우리당 돕는 거냐며 조사를 하는 거예요.

기자: 쉬운 일이 아닌데, 사람들이 계속 패러디를 만들고, 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요.

최: 기술적으로 인터넷, 포토샵이 보편화됐다는 것이고, 패러디가 전략적으로 효과적이니까요. 같은 주장도 두세 번 웃겨가며 하면 잘 먹히는데, 정색을 하고 말하면 바로 반발이 나와요.

기자: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유머가 참 통하기 어려운 코드가 된 거 같습니다.

안: 유머, 어렵죠. 자기가 미치지 않으면 안 되죠. 지금 딴지도 내공이 좀 아닌 거 같고.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건 선수들 모여 제대로 된 패러디 사이트 하나 만드는 거죠. 국민들이 괴로워하는데 긁어주는 사이트. 더 나이 들기 전에… 미디어몹이 시도하고 있지만, 개인 블로그로 될까 싶기도 하고.

최: 쉬운 일은 아니죠.

안: 잘 안 되면, 사이트 같이하자고. 탈정치로, 재미있게.

기자: 정치에서 빠져나와 패러디가 가능할까요?

“정치·사회 이슈는 씹어야 제 맛”

안동헌 한나라당 부대변인(37)과 그가 기획한 오케이좋은나라(www.okjoa.com)의 히트작 ‘노란돼지’.

최: 패러디라는 게 할 말이, 즉 메시지가 있어야 되는 거죠. 전 패러디는 자체 미학이 있지만, 전략과 수단이라고 봐요. 패러디의 구조를 보면, 두 가지 서로 다른 텍스트가 붙어 있거든요. 탄핵과 ‘태극기 휘날리며’. 두 개를 붙이면 탄핵정국이 새롭게 해석되는 거죠. 국회의원 공천을 교실에서 일어난 일로 만들어보면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이 생소해지면서, 아, 이거 뭐가 이상하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거죠. 그런 점에서 두 가지 텍스트는 대중이 익히 아는 것이어야 하고, 그래서 더욱 정치 사회적 이슈 빼고는 갈 수 없지요.

기자: 대중의 텍스트라는 점에서, 성과 화장실 코드도 효과적이겠네요.

안: 정치가 패러디를 더 강력하게 만든다는 건 동의해요. 저도 정치적인 글을 많이 썼어요. 그런 거 뛰어넘은 해탈의 경지죠. 사람들이 여전히 사바세계에서 정치적인 글을 쓰며 혼자 만족하는데, 그건 좀 우습거든. 그러다 보니 새로운 거, 옛날로 말하면 엽기, ‘두방울족의 비밀’ 이런 걸 찾아내는 거지요.(‘두방울족의 비밀’은 남자들에게 소변을 본 뒤 뒷마무리의 경솔함을 통렬하게 꾸짖는 글로 딴지의 초기 명문 중 하나로 인구에 회자되었다. 안부대변인은 원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 있었으나 DJP 연합에 실망, 이회창 지지자가 되었다고 했다).

최: 지금은 우리들의 패러디가 각각의 영역 안에서 따로따로 놀고 있긴 하죠. 공동의 공간에서 싸움이 제대로 되면 좋지요.

기자: 진정한 고수들의 대결이 벌어지게 되나요?

최: 패러디계에 고수는 없어요. 새로운 실력자가 나타나면 이전에 있던 사람을 바로 거꾸러뜨리는 거니까.

기자: 그럼 조만간 총수까지 세 분이 같은 공간에서 만나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주간동아 430호 (p66~68)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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