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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康-宋’인사 휴화산은 폭발하나

‘촛불집회 체포영장 청구’로 다섯 번째 충돌 … 5월 or 8월 인사 폭과 수위 초미의 관심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康-宋’인사 휴화산은 폭발하나

‘康-宋’인사 휴화산은 폭발하나

촛불시위 주도세력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최열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위).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송두율 교수.

”원래 이런 회의는 검은색으로 통일하는 겁니까? 그래도 봄인데….”

3월31일 법무부가 고건 대통령권한대행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 화사한 핑크빛 머플러와 정장으로 한껏 멋을 낸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간부들에게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전날 ‘촛불집회 주도세력 체포영장’ 건으로 법무부와 검찰 간의 어색한 기운을 감지한 박정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거들었다.

“모르셨습니까. 우리가 조폭입니다.”(일동 웃음)

다음날,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촌평했다.

“만우절이라서 하는 얘긴데, 장관 인기가 급격히 올라간 게 작년 5월 검사장 회의였죠. 참 멋있었습니다. …감각이 있는 것 같아요.”



화사한 여성정장 대 검은색 남성정장의 대결. 촛불집회 주도세력 체포영장 갈등으로 세간의 관심은 강금실 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 간의 힘겨루기에 모아졌다. 이미 두 사람은 취임 1년 만에 다섯 번이나 큰 갈등(감찰권 이관, 측근 검사 징계, 검찰인사 이견, 송두율 교수 처리, 촛불집회 체포영장 청구)을 겪었다.

이번 불협화음은 검찰이 촛불집회 주도세력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보고 사무규칙’을 무시하고 법무부에 사후보고를 한 것이 시발점이다. 그러나 법무부가 여론을 의식해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자, 검찰은 이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4월3일 경찰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체포한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사권 양보할 수 없는 싸움

이번 일을 바라보는 법조계는 ‘친강파’와 ‘친송파’로 극명하게 양분됐다. 참여연대 차병직 변호사는 송총장의 행동을 ‘항명’으로 규정하고 총장 탄핵사유라고 했지만, 반대편에서는 “강장관이 검찰의 독립과 중립 실현을 더디게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우선 송총장이 강성 반응을 보인 배경으로 지난 1년간의 성역 없는 정치권 수사성과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꼽을 수 있다. 국민의 개혁요구 속에 출범한 송총장 체제는 ‘국민에게 친근한 검찰, 수사에 엄정한 검찰’이란 구호를 강력하게 실천했다. 더구나 송총장은 2년 임기를 보장받은 최초의 검찰총장. 이는 과거와 같이 여권이 검찰총장을 법무장관으로 차출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누구보다 개혁적 성향인 강장관과 송총장 사이에 때때로 갈등이 표출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5월 혹은 8월 인사는 결국 총선 결과와 강장관 유임 여부에 따라 그 폭과 수위가 결정될 것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른바 검찰 내 성골 출신인 송총장과 주변 측근들 역시 기득권으로 비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애당초 강장관이 제시한 ‘인사권은 장관, 수사권은 총장’이란 구도가 총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점이 갈등의 직접적인 요인인 셈이다. 인사권을 갖지 못한 지휘권자가 허수아비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조직의 생리다. 과거 장관과 총장은 대략 6대 4의 비율로 서로의 지분을 인정해왔다.

그러나 이런 구도가 깨지면서 지난해 8월 정기인사에 이은 올 초 검사장급 인사에서 송총장이 배제된 이른바 강장관식 개혁인사가 추진됐다. 법무부는 고·지검장 간 경향(京鄕) 교류 및 전국 검찰청간 서열 재조정을 위한 검사장 전보인사를 계획했으나, 송총장이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검사 이동은 불가하다”는 이유로 실력저지하고 나선 것. 총선 결과에 따라, 더 정확히는 강장관의 유임 여부에 따라 법무부와 대검의 물갈이 인사가 본격화할 전망이기 때문에 양측의 신경전은 절정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강장관은 인사권을 통해 수십 년간 정체된 법무부와 검찰조직에 전면적으로 칼을 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대검 감찰기능의 법무부 이관을 두고 벌어진 갈등도 이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비대해진 검찰기능을 재조정한다는 계획은 바로 대검조직, 이른바 총장의 수족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강-송 갈등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검찰기능 재조정의 타깃은 공안부서가 될 수 밖에 없다. 공안부서는 과거 정치권과 깊은 교류를 맺으며 검찰 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핵심부서다. 이른바 ‘정치검사’를 양산한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검사들에게 ‘국가를 위해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기도 했다. 최근 들어 ‘공안통’이란 수식어를 원하는 검사는 없지만, 엘리트 검사라면 대부분 공안부를 거쳐왔다.

그러나 ‘반공법 전통이 남아 있는 국가보안법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수정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강장관이 법무부를 주도하자 공안부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약화됐다. 이런 가운데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 문제가 불거졌다. 강장관 취임 이후 두 명의 여성검사를 공안부에 발탁하면서 코드 맞추기에 나서기도 했던 공안부는 송교수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함으로써 “시대의 변화에 둔감하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공안부의 태도가 “살아남기 위한 ‘준법투쟁’”이라고 해석한다. 얼마 전 촛불집회 주도세력 체포영장만 하더라도 애초부터 강장관을 배제하고 서울지검 공안부와 대검 공안부의 철통공조 속에 송총장의 눈치를 살피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공안부의 강공책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4월3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송총장은 “밖에서 보는 것처럼 (강장관과) 긴장관계가 아니다”고 웃어넘겼지만, 재야 법조계 및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에 적잖이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강장관 역시 갈등설에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강장관이 바라는 검찰개혁은 ‘문민의 통제를 받는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것’이지만 ‘검찰개혁은 검찰 손으로’를 외치는 조직의 논리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430호 (p58~60)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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