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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하늘의 눈’ EX 사업 개봉박두

2011년까지 2조원 들여 경보기 4대 도입 … 미 보잉, 이스라엘 IAI 수주전쟁 가열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하늘의 눈’ EX 사업 개봉박두

‘하늘의 눈’ EX 사업 개봉박두

미국 보잉사가 제작하는 E-737 경보기(오른쪽)와 이스라엘 IAI사의 경보기.

자주국방을 내걸며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3%대까지 올리겠다’고 한 노무현 정부의 전력 증강 사업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되는 사업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은 KMH로 불리는 한국형 다목적 헬기 개발 사업. 그러나 이 사업은 다음 정부에서나 본격적인 개발과 생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요즘 국방 관계자들의 관심은 ‘EX’로 불리는 공중조기경보관제통제기(이하 경보기) 사업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보기는 하늘에 떠 있는 레이더 기지이자 전투지휘소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레이더를 아무리 높은 산에 설치해놓아도 지평선 너머는 볼 수 없다. 또 아무리 높은 산 위에 설치해놓아도 다른 산 뒤는 보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레이더를 지고 에베레스트산보다 높은 10~12km 상공에 떠서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는 비행기가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간단히 해소된다.

이 비행기에는 당연히 전투기에 탑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성능 좋은 레이더가 탑재되므로, 전투기가 탐지하지 못하는 원거리의 적기까지도 쉽게 찾아낸다. ‘공중’에서 적기를 먼저 찾아내는 ‘조기경보’ 기능에다 아군기에 정보를 주는 ‘관제’ 기능까지 하므로, 이 비행기는 공중조기경보관제기로 불려왔다.

그런데 컴퓨터를 활용한 IT(정보기술)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새로운 영역이 개척되었다. 전투에 몰입해 있는 전투기 조종사들은 갑자기 적기가 빠르게 접근해오면 동시에 위기를 느껴, 그 적기에 대해 ‘일제 사격’을 가할 수 있다. 반사적인 공포감에서 비롯된 이러한 중복사격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올린다’는 경제 법칙을 완전 무시한 행동이다.



따라서 전투지휘부는 접근해오는 한 대의 적기에 대해서는 반드시 한 대의 아군기로만 대응케 하는 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 전투기를 장악하는 ‘통제력’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경보기는 이러한 임무도 병행하므로 통제기라는 이름을 덧붙이게 된 것이다. 이로써 경보기는 모든 공중 전투를 지휘하는 종합 공중전투지휘소가 되었다.

11월 기종 결정 연말쯤 계약 체결

경보기가 있는 공군과 없는 공군의 실력은 천양지차다. 따라서 한국 공군에서는 오래 전부터 경보기 도입을 논의해왔는데 참여정부 들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약 2조원을 들여 2011년까지 4대의 경보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으로 EX 사업을 추진한다. 여기에 미국 보잉사와 이스라엘의 IAI 엘타 시스템(이하 IAI)이 도전했다.

지난 2월 국방부는 두 회사로부터 각각 자사 제품의 특징과 성능을 정리한 자료를 받아 검토에 들어갔다. 그리고 8월쯤에는 두 회사로 평가단을 보내 실제 성능을 검증하는 시험평가를 한 후 11월 기종을 결정하고 이어 연말쯤 계약에 들어갈 계획이다.

외견상 이 경쟁에서 유리해 보이는 쪽은 미국의 보잉사다. 보잉은 100인승 민항기인 B-737 몸체에 최신형 레이더와 컴퓨터를 탑재해 E-737이라는 경보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반면 이스라엘의 IAI사는 생산하는 비행기가 없어 미국 GD사에서 제작한 소형 제트기인 ‘걸프스트림’에 컴퓨터와 레이더 등을 설치해 경보기를 만들어주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당연히 IAI사에서 제시한 경보기는 보잉사의 경보기에 비해 크기가 작다. 그러나 성능, 특히 가격에 비해 성능까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이는 오산이다. 2월29일 IAI사는 인도 정부와 러시아제 민항기인 ‘일루신-76’기 3대를 토대로 경보기를 제작하는 사업을 11억 달러(1조3000억원)에 시행키로 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IAI사는 민항기뿐만 아니라 중고 수송기도 경보기로 개조해주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 신품 위주로 대형 경보기를 제작해온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

최근 호주와 터키는 미 보잉사의 E-737 경보기 도입을 결정했다. 보잉사는 여기에 한국행 경보기를 보태면 박리다매의 원칙에 따라 값이 내려갈 수 있다며 한국을 유혹하고 있다. 더구나 보잉사에는 한미연합방위체제라는 든든한 후원자까지 있어 그 기세가 대단하다. 보잉은 2002년 FX 사업 성공에 이어 한국 시장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리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상당히 가혹한 조건을 내걸었다. 두 회사 모두에 한국의 EX 사업을 수주하려면 전체 사업비의 30%에 해당하는 사업을 한국 기업에 주는 방안을 마련해오라고 요구한 것. 그로 인해 두 회사는 어느 부분을 30%로 지정해 한국 업체에 넘겨줄 것인가를 선정하느라 목하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 와중에도 양사는 정보가 상대에게 누출될까 봐 극도로 보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늘의 눈’ EX 사업 개봉박두

로템에서 생산하는 K1A1 전차(위)와 대우종합기계에서 제작하는 K-200 장갑차.

경보기 도입은 조만간 공군의 주력기인 F-16 전투기의 개조사업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KF-16 포함). 한국이 보유한 F-16은 경보기가 보내는 정보를 바로 수신하는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경보기가 파악한 정보를 일일이 무선으로 불러주어야 하는 한심한 처지에 있다. 또 F-16은 이라크전에서 정밀타격으로 명성을 날린 GPS 유도폭탄인 JDAM도 달지 못한다.

반면 FX 사업으로 도입되는 F-15K는 경보기와 연결하는 데이터 링크 시스템이 있고 JDAM도 탑재할 수 있다. 그러나 40대로 한정된 F-15K만으로는 전체 공군력을 높일 수 없으므로 조만간 F-16의 성능을 올리는 개량사업을 펼쳐야 한다.

EX 사업과 더불어 초읽기에 들어간 중요한 경쟁으로는 국내 전차 생산업체와 장갑차 생산업체 통합 건과 통합 이후 추진될 것이 분명한 차기 전차와 차기 장갑차 생산 사업이다. 지금까지 전차는 현대자동차 계열인 로템(구 현대정공)에서, 장갑차는 대우중공업의 후신인 대우종합기계(이하 대우종기)에서 생산해왔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대개 한 회사가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등 지상 기동장비를 독점 생산해 가격을 낮춰왔는데, 한국은 세 장비를 세 회사에서 따로 제작해왔다(자주포는 삼성 계열의 삼성테크윈에서 제작). 따라서 지상장비를 한 회사에서 제작하도록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러한 필요성은 1999년 대우그룹이 공중 분해되면서 구체화되었다. 대우종기는 최근 워크아웃에서 졸업하고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민수와 방산 분야로 나눠 매각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따라 전차와 장갑차 생산라인을 통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대우종기의 주식 매각에는 로템 외에도 ㈜한화, 통일중공업 등 6개 회사가 도전하고 있어 로템으로의 합병은 확언할 수 없다.

로템은 전차뿐만 아니라 고속철도용 철차도 제작한다. 공교롭게도 노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3월12일 노대통령은 고속철도 차량을 생산해온 로템을 방문했다. 이에 대해 일부 관계자들은 “노대통령이 고속철 차량 생산 건만으로 로템을 방문했겠느냐. 로템의 대우종기 인수가 사실상 확정되었기 때문에 방문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K-200으로 불리는 한국형 장갑차는 1984년, K-1으로 불리는 한국형 전차는 86년부터 양산되었다. 두 장비의 작전수명은 30년 정도이므로 조만간 차기 장갑차와 차기 전차 개발이 시작되어야 한다.

로템이 대우종기를 인수한다면 먼저 차기 장갑차를 생산하고 이어 같은 생산라인에서 차기 전차를 양산하여야 한다. 그리고 다음 차기 장갑차와 전차가 양산될 때까지 이 장갑차와 전차를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차기 장갑차와 전차 수출 여부의 문제는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 방산업계를 살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달려 있다.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건 참여정부의 전력 증강사업과 방산업체 재편 사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주간동아 430호 (p40~41)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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