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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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정복, 보인다 보여!”

한의사 29명, 치료사례·처방연구 자료 등 공유하며 체계적 실험 ‘성과 가시화’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3-18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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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뇨 정복, 보인다 보여!”

    환자에게 당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한방당뇨연구회 회장 최유행 박사.



    저녁 반주로 소주 한 병은 마셔야 잠을 이룰 수 있었던 김모씨(73). 70평생 잔병치레 한 번 하지 않았던 김씨는 5년 전 당뇨에 걸려 건강을 한순간에 잃었다. 식후 혈당 수치가 250이 넘고 지방간에 간염까지 더해져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혈당 수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더 이상 병원 치료에 희망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김씨가 주위의 권유로 찾아간 곳은 한방당뇨연구회 소속의 한 한의원. 치료결과 놀랍게도 혈당 수치가 2년 만에 정상으로 돌아와 혈당강하제까지 끊게 됐다. 김씨의 혈당은 한방으로 당뇨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3주 만에 210으로 떨어졌고, 내원 진료를 하지 않은 채 한의원의 지시대로 운동·식사·음주 습관 조절만으로 137까지 낮아졌다. 그 두 달 후에는 혈당 측정치가 공복시 100까지 떨어졌으며 식후에도 140을 오르내릴 정도다. 그는 이후 한방치료 횟수도 서서히 줄여나가다 지난해 10월부터 모든 치료를 중단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렇듯 한방 당뇨 치료가 진일보하게 된 데는 2003년 초 결성된 한방당뇨연구회의 노력과 연구성과 덕분. 국내 유일의 한방당뇨 전문 네트워크인 한방당뇨연구회는 1997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대체의학연구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이 연구회 회장 최유행 박사가 주도해 만들었다. 그는 2001년 뜻을 같이하는 한의사들과 함께 연구활동에 들어가 각 한의사의 임상보고를 바탕으로 유효성 있는 처방을 실험했다. 2년여의 실험결과 연구회는 당뇨에 대한 한방적 치료법을 얻었다. 한방당뇨연구회가 정식 발족한 시기도 당뇨에 대한 치료법이 완성된 그 시점이었다.

    약물·침·식사·운동 요법 등 병행



    한방당뇨연구회에는 현재 29명의 한의사(국내 26명, 해외 3명)가 회원으로 있고, 이중 40% 정도는 한의학 박사이며 20% 정도가 국내 한의과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요즘도 정기모임을 통해 한의학적인 접근 방식과 치료 사례 및 처방연구, 그리고 당뇨 치료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한방당뇨연구회 한의사들은 여기에서 나온 결과물을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과 공유하기 위해 당뇨 포털사이트(www.dangclinic. com)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에는 당뇨의 개념과 증상, 치료법은 물론이고 개별 한의사에 대한 정보와 29명의 한의사가 모두 참여하는 상담게시판이 있어 일반인들한테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방당뇨연구회는 한의학 문헌에서 과감히 탈피하는 등 치료방법에서도 열려 있다. 기존 한방은 당뇨를 ‘소갈병’으로 정의하고 그에 맞춰 치료를 해왔으나, 한방당뇨연구회는 소갈과 당뇨병이 반드시 일치하는 게 아니라고 분석한다. 소갈병은 말 그대로 목이 자주 마르는 등 병의 증상에서 접근한 개념이고, 당뇨는 혈당이라는 수치를 통해 정량적인 해석에 의해 접근한 개념이므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즉 당뇨의 증상 대부분이 소갈병과 일치하긴 하지만 소갈 증상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당뇨는 아니라는 것이다. 당뇨 환자 중 많은 수가 ‘3다1소(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보지만 체중은 현격하게 감소함)’ 증상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3다1소’ 증상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고혈당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방당뇨연구회는 한방 문헌에 대한 이런 연구검토 결과와 11개월에 걸친 1차 전 임상실험을 통해 2002년 10월 자신들만의 고유처방인 △약물·침 치료 △부항치료 △식사요법 △운동요법 △수기요법 등으로 당뇨병 환자에 대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고 객관적인 결과를 얻어냈다. 지난 2월부터는 더욱 정확한 효능 분석을 위한 2차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다.

    한방당뇨연구회는 당뇨병 ‘관리’가 아니라 ‘치료’를 목표로 한다. 최회장은 “현재 많은 사람들이 당뇨는 치료가 안 되며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병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적절한 치료와 함께 병의 발생요인을 관리해나가면 충분히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 정복, 보인다 보여!”

    당뇨 환자가 아니더라도 혈당 측정은 건강을 지키는 한 비결이다.

    한방당뇨연구회에서 시행 중인 치료의 가장 큰 특징은 일정 기간 치료를 해나가면서 환자의 식사·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을 도모한다는 점이다. 또 환자에게 약물치료로 몇 주나 몇 개월 동안 혈당치를 정상적으로 유지시키고 합병증을 함께 개선해나가는 것이 양방과의 차이점이다. 이때 환자의 상태나 증상, 병력에 따라 매우 다양한 처방과 약재가 사용된다. 일정 기간의 약물치료가 끝나고 나면 모든 치료를 중단하고 환자는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최회장은 “한방의 대의는 인체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를 해 혈당 조절에만 국한하지 않고 합병증 등의 제반 병증도 함께 개선하는 데 있다”며 “순수 한약재로 구성된 약물 처방(대표적으로 천화분이나 황정, 당귀, 갈근, 구기자 등)은 장기 복용해도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아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순수 한약재 처방 부작용 거의 없어

    약물치료에서도 한방의 접근 방법은 양방과 차이를 보인다.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 결함이나 분비된 인슐린의 저항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양방과 달리, 이 연구회는 췌장뿐만 아니라 간을 함께 치료함으로써 당뇨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필요 이상의 당이 녹아 탁해진 피가 우리 몸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세포를 죽이고 합병증을 일으키는 게 당뇨이므로 간을 건강하게 해 피를 맑게 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방에서는 당뇨의 출발을 잘못된 생활습관과 스트레스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운동 부족은 가장 큰 원인이다. 운동량이 부족하면 비만해지고, 이는 곧 당뇨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한방에서는 비만을 당뇨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보고 있다. 비만이 찾아오면 당을 조절하는 췌장 내 호르몬인 인슐린에 대한 요구량이 증가하고, 그 결과 췌장 내 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당뇨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당뇨 정복, 보인다 보여!”

    2004년 1월에 열린 한방당뇨 학술 세미나(왼쪽). 한방당뇨연구회 소속 한의사들.

    한방당뇨연구회에서 권하는 운동요법은 간단하다. 하루라도 맨손체조나 산책을 거르지 말라는 것. 적극적인 체중조절이 필요한 경우에는 주 5회 이상 해야겠지만 단순히 혈당조절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 주 3회 정도만 규칙적으로 해주면 된다. 단, 운동시간이 20~30분은 넘어야 한다. 그래야 인체의 기능이 활성화돼 인슐린과 포도당이 쉽게 몸속으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뇨 환자라고 무조건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복시 운동이나 장시간 산행 등 과도한 운동은 근육에 무리를 가져오고 저혈당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신장 합병증이 심한 경우, 신장염 폐렴 등 급성 감염성 질환이 동반된 경우, 시력장애가 심한 경우, 혈관 합병증, 즉 심장 질환이 동반하거나 호흡기 질환에 의한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에는 운동을 삼가야 한다. 특히 운동 후 목이 마르고 식욕이 증가해 식사요법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식욕을 절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회장은 “당뇨대란으로 불릴 정도로 당뇨가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회의 성과가 한방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세계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많은 사람들이 한의원에서 당뇨를 치료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는 현실에서 객관적으로 치료 효과를 입증하고 대외적인 연구발표를 통해 치료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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