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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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돌보기’를 애인같이 하라

온몸 거울처럼 반사 인체 축소판 … 발 사랑하고 아끼는 만큼 건강 ‘쑥쑥’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2-26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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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돌보기’를 애인같이 하라
    ”혹명치에서 손가락 하나 길이만큼 떨어진 부위가 아프진 않습니까. 울화증이 있으니 풀어주십시오.”

    TV드라마 ‘대장금’에서 내의녀 장금이 수라간 최고 상궁의 발을 만지면서 한 말이다. 과연 발을 만지는 촉진만으로도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다 파악할 수 있을까? 한의학에서는 발을 인체의 축소판으로 봐 “발에 온몸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인체 각 부분이 거울처럼 발에 반사되어 있는 반사구를 통해 사람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 몸 전체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발의 건강에 대해선 양ㆍ한방 모두 할 말이 많다.

    발은 26개의 뼈와 100개가 넘는 인대, 근육, 힘줄, 신경 등이 매우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제2의 심장’이라고도 불린다. 또 몸의 가장 아래쪽에 있어 발에 문제가 생기면 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발목과 종아리, 무릎, 엉덩이, 심하면 허리 통증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때문에 방심하면 큰 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원초당한의원 박유근 원장(한의사 겸 의사)은 “발은 심장에서 가장 먼 곳에 있어 때때로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고 발의 반사구에 노폐물이 쌓여 장기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2의 심장인 만큼 발에 관련된 질환만도 100가지가 넘는다. 그중 굽 높은 신발을 즐겨 신어 엄지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 평발 등의 변형성 질환, 삐고 다치는 외상,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 류머티스성관절염, 뒤꿈치가 아픈 족저근막염 등이 대표적이다.

    ‘족탕’ ‘마사지’ 탁월한 효과



    발에는 미세한 ‘소근육’이 몰려 있어 다른 부위보다 피로가 쉽게 찾아온다. ‘족탕’과 ‘발 마사지’는 소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데 즉효를 발휘하는 처방. 족탕은 발을 42~44℃ 정도의 따뜻한 물에 일정 시간 담그는 것으로, 발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며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발 마사지는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발의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으로, 소근육이 많이 모여 있는 발가락 사이를 마사지해주면 특히 좋다.

    을지병원 족부클리닉 이경태 교수는 “발 마사지는 발에서 심장 방향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며, 손으로 직접 마사지를 하는 방법 외에도 골프공을 발바닥에 두고 발을 돌리며 마사지하기, 부엌에서 반으로 쪼갠 대나무 위에 발을 올려놓고 설거지하기 등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발의 피로를 예방하는 소근육 강화운동으로 △발가락으로 수건 집어 올리기 △발가락 움츠렸다 펴기 △계단 끝에 발끝을 대고 위아래로 움직이기 등이 있으며, 실제로 발을 잘 발달시키면 손가락이 할 수 있는 정교한 운동까지 가능하다.

    중국 의학문헌 ‘황제내경’에는 발의 혈도(穴道)를 자극하고 그 반사원리를 이용해 치료효과를 얻는 발 반사요법이 나와 있다. 조선시대 때 세종대왕이 버선 속에 날콩을 한 움큼 넣어 발바닥 지압 효과로 건강을 유지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또 신랑의 발바닥을 때리는 풍습은 생식기 관련 반사구를 자극하여 혈액순환을 돕고 첫날밤의 성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처럼 한의학에는 발과 무릎 위까지 인체의 63개 기관의 반사구에 지압으로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체내의 노폐물을 배설시켜 오장육부에 독소가 쌓이는 것을 막아주는 등 질병 예방을 도모하는 발 반사 건강법이 있다.

    한방에서 발 반사구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엄지발가락은 머리, 둘째 발가락은 눈, 셋째 발가락은 코, 넷째와 새끼발가락은 귀, 발 안쪽은 척추, 발 바깥쪽은 어깨 및 무릎, 발바닥 맨 앞은 가슴과 심장, 발바닥의 아치 부분은 내장기관, 뒤꿈치는 생식기관과 연관되어 있다.(그림 참조) 이처럼 어떤 기관과 연관된 발의 부위를 마사지하면 병을 예방하고 치료도 가능하다는 것이 한방의 주장. 예를 들어 머리에 해당하는 엄지발가락을 지압해주면 치매, 중풍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발 돌보기’를 애인같이 하라
    박유근 원장은 “요통이 있는 환자라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부신의 반사구를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세게 눌러준 뒤 신장, 수뇨관, 방광, 요추의 반사구를 차례로 자극하고, 마무리로 좌골 신경통에 좋은 내미골의 반사구를 눌러주면 좋다”고 조언했다

    걷기는 전체 신체 근육의 70~80% 정도가 움직이는 전신운동으로 발 건강을 지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하루의 ‘만보 걷기’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조금 무리다. 만보는 10km 정도를 걷는 거리로, 이때 발은 약 160t을 드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 따라서 자기에게 적당한 걸음걸이 양을 정할 때는 7000~8000보를 걸은 다음 발이 붓는지, 발에 부담이 가는지 등을 확인한 뒤 더하거나 빼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다.

    발 건강을 해치는 원인 중 맞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것도 한몫한다. 편안함 등 실용성보다는 디자인에만 신경 써 신발을 고르거나, 나이를 먹을수록 발도 조금씩 커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예전의 치수만 고집하는 경우, 폭(넓이)은 고려하지 않고 길이에 대한 치수에만 맞춰서 신발을 선택하면 발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발 질환 중 가장 많은 평발을 포함한 발의 변형 질환은 폭 때문에 발생하므로, 발 건강을 위해서는 맞는 신발을 선택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한방에선 머리는 차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의 원리를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머리에 열이 몰리는 ‘두열족한(頭熱足寒)’으로 바뀌기가 십상이다. 때문에 현대인에게 발을 아끼는 마음은 건강한 육체를 갖기 위한 첫걸음이다. 의식적으로 발을 아끼고 사랑하기 시작하면, 몸의 상태와 각종 질환에 민감해지고 그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까닭이다.

    자, 잠시 시간을 내 평소 관심 두지 않았던 자신의 발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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