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4

..

외교관 탈 쓰고 아동 성학대 만행

前 호주 외교관 브라운 행각 일파만파 … “어떻게 두 사내아이들과 …” 印尼 여론 분노

  •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yahoo.co.kr

    입력2004-02-26 15:2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외교관 탈 쓰고 아동 성학대 만행

    호주 시드니의 전경(큰 사진). 전직 외교관의 신분으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두 사내아이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체포된 윌리엄 슈트어트 브라운.

    호주의 많은 사람들은 매년 여름 인접 국가인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태국 등으로 장기간의 휴가를 떠난다. 특이한 점은 중년 이상의 사람들이 관광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 그런데 이들 중 일부가 싼값으로 현지 어린이들과 성관계를 맺기 위해 관광을 떠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지고 있다. 특히 호주의 한 전직 외교관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현지 어린이들과 집단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캔버라 타임지는 1월18일 “전직 외교관 윌리엄 슈트어트 브라운(51)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현지 어린이들과 집단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현지 경찰에 구속됐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그가 이전부터 어린이들과 성관계를 맺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외교관 일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은 걷잡을 수없이 커졌다. 브라운은 호주 외교부의 2등 서기관으로, 1982년부터 2년간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했다. 그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현지의 남자 어린이들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인도네시아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1월5일부터 발리섬 동쪽에 위치한 카랑가제에 수감돼 있는데, 80년대 초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미성년자들과 섹스 파티를 벌였다는 혐의로도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당시 호주 외무성은 미성년자와 성추문에 휘말린 그를 결국 캔버라로 돌아오게 했다. 하지만 그의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호주로 돌아온 이후에도 인도네시아 출신의 미성년자와 동거에 들어갔던 것. 96년 외교관직을 은퇴한 그는 아예 인도네시아 롬보크섬에 머물며 다른 호주 사람들과 어울려 현지 미성년자들과의 호색 행각을 이어가기도 했다. 호주 검찰청은 그의 아동 성학대 혐의에 대해 조사에 나섰지만, 브라운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리랑카,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지를 떠돌며 미성년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했다.

    외교관 탈 쓰고 아동 성학대 만행

    미화 1.5~3달러를 받고 브라운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난 인도네시아의 두 소년 이다 바구스(왼쪽)와 수와르디카.

    이 같은 전직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매매 문제는 호주와 인도네시아 두 국가 간의 외교 파문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호주 외무성이 브라운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일부 인도네시아 언론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호주 외무성은 브라운이 외교관 시절 쌓은 공적에 누가 될 것을 고려해 “51세의 중년 남자가 인도네시아의 발리 경찰에 체포됐다”는 발표만 했다. 이에 인도네시아인들은 “호주 외무성이 지나치게 자국민을 변호하는 게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된 두 사내아이 중 한 명은 이미 성기관이 크게 손상돼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나 인도네시아인들의 분노가 매우 높다.

    “1.5~3달러 주고 성관계 요구”



    브라운이 두 사내아이를 만난 곳은 발리에서 가장 빈곤한 마을 중 하나인 게룸파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미화 1.5~3달러를 받고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한 명인 이다 바구스(15)는 “브라운이 돈을 주고 우리를 강가에 데려가 함께 놀면서 나와 친구인 수와르디카(13)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바구스의 아버지는 이를 전해 듣고 즉시 브라운을 아동 성학대 혐의로 관계 당국에 고발했다. 그는 브라운의 만행에 대해 분개하며 호주 정부와 인도네시아 정부 사이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끝까지 그의 행태를 폭로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현재 브라운은 자신이 외딴섬 자시 해변에서 두 명의 사내아이와 10차례 이상의 성관계를 맺었음을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에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감옥소에서 “내가 어리석은 일(아동 성학대)을 범한 건 사실이나, 그 이상의 다른 행위는 절대 하지 않았다”며 추가 범행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진행 여부에 따라 호주와 인도네시아 정부 사이의 우호적인 관계가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호주의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이번 일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deeply distressing)이며 호주 검찰청이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다우너 장관은 “브라운이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하는 동안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며 호주 외무성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또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호주 검찰청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외무성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나는 어떤 조사가 이루어지는지조차 모른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다.

    외교관 탈 쓰고 아동 성학대 만행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전경. 해맑게 웃으며 뛰놀고 있는 인도네시아 어린이들(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호주 외무성이 이번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인도네시아 경찰인 마탄도는 “만일 호주 외무성이 브라운의 범행을 알고 그의 아동 성학대 전력에 관련된 자료들을 미리 알려주었더라면 이번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신중하지 못했던 호주 외무성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호주 외무성과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며 “호주 외무성도 이번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꾸옴 마을에서 브라운이 집을 지을 때 자신의 방을 무료로 사용하도록 허락한 적이 있는 사이요트씨는 “브라운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따뜻하게 대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건을 듣고 브라운의 이중성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행히 자신의 아이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데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마을사람들은 이미 브라운의 행동을 사건 발생 이전부터 의심하고 경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과거부터 사내아이에게 유독 집착을 보여온 브라운이 ‘토니’라는 이름으로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 여러 명의 사내아이들과 투숙했던 기록도 인도네시아 경찰에 의해 추가로 공개됐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브라운의 아동 성학대 혐의를 추가하기 위해 그에게 성학대를 당한 모든 어린이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성에 대한 처벌이 엄격한 회교국가에서 자녀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염려한 부모들은 경찰의 조사를 모두 거부한 상태다. 그래도 인도네시아 경찰은 “어린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가 있는 자가 아이들과 함께 호텔에 투숙한 증거만으로 그가 방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브라운의 범행이 현재까지 경제적,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호주와 인도네시아의 관계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호주 검찰청은 외무성과 별도로 이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외국인과 어린이의 매매춘은 겉잡을 수 없는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청소년 매매춘은 판단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아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라는 점에서, 어린이의 권리를 특히 강조하는 호주인들은 전직 외교관의 이러한 성범죄를 용서받지 못할 만행으로 여기고 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의 외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이번 파문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