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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논란 ‘19번 국도’ 어쩌나

‘하동~화개’ 구간 교통량 증가 대비 4차선화 추진 … ‘아름다운 길’ 훼손 우려 일부 주민들 반발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확장 논란 ‘19번 국도’ 어쩌나

확장 논란 ‘19번 국도’ 어쩌나

19번 국도 하동~화개 구간 확장공사가 예정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당신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섬진강을 따라 경남 하동에서 전남 구례 쪽으로 가는 19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이런 표지판을 가끔 만난다. 주변의 수려한 풍광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 길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최근 이 도로의 하동~화개 구간(19.37km) 도로 확장공사 계획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 앞으로 공사를 둘러싼 마찰이 예상된다. 주민들은 현재 2차선 길인 이곳이 4차선 확장공사에 들어가면 환경파괴와 미관 훼손, 지역경제의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교통량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국도 19호선 하동~화개 구간의 확장공사를 올 7월 발주해 2010년 완공할 계획이다. 예상 비용은 2000억원대. 하동읍 광평~악양면 평사리 구간(9.65km)은 2000년 6월부터 2002년 7월까지 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 실시설계를 끝냈으며 악양면 평사리~화개면 탑리 구간(9.72km)은 2002년 8월부터 올해 2월 현재까지 실시설계를 하고 있다.

서명운동 3일 만에 1300여명 참여



하동군은 “주5일 근무제 실시로 하동군을 찾는 관광객이 날로 증가하고 있고 갈사만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공단이 조성되면 교통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므로 하동~화개 간 4차로 건설공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군은 또 “시업시행처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섬진강변의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하고 동물 이동통로를 설치하도록 건의하는 등 자연친화적 개발을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사 반대운동을 펴고 있는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하동지역 환경단체인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공동대표 최훈 하동성당 주임신부·최석봉 하동민주청년회장, 이하 섬진강 사람들)은 “관광객이 하동을 찾는 이유가 바로 아름다운 섬진강변 길과 주변 풍광 때문인데 그 길을 훼손하고 더 많은 관광객을 받으려는 태도는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19번 국도변의 수령 40~50년 된 벚꽃 나무들이 훼손될 것이 뻔하며, 3~4년 걸리는 공사기간에 섬진강 생태계 파괴와 지역경제의 침체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공사 완공 뒤 길과 강변이 자연스러움을 잃게 되면 차량들이 하동 지역에 머물기보다는 고속으로 지나쳐 과수농가나 차 등 지역특산물 판매소와 숙박·식당업소가 쇠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와 함께 이들은 현재 19번 국도 주행차량이 60km대의 평균시속을 유지하고 있으며 관광철의 교통체증도 주차장만 갖춰지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까운 대진고속도로나 남해고속도로, 향후 계획된 광양~전주 산업화도로만으로도 이 지역 교통수요를 해결하는 데는 충분하며, 지난해 화개지역에 개통된 남도대교가 섬진강 양측으로 마주 달리는 2차선 도로를 이어주기 때문에 굳이 4차선 도로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확장 논란 ‘19번 국도’ 어쩌나

19번 국도 확장공사 실시설계 노선도.

더욱이 이들은 건교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이번 사업을 위해 실시한 환경영향평가도 졸속에 그쳤다고 비난한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하동~화개 구간에는 보호종이 없는 것으로 파악돼 있지만 섬진강에는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이 살고 있다. 2001년 문화재청 학술보고서에 따르면 섬진강의 경우 구례 부근의 섬진강 본류와 서시천, 그리고 공사구간인 악양천 등에서 수달 배설물이 발견됐다. 또 ‘섬진강 사람들’은 공사구간에 상수원 취수장이 있는데도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천연기념물 보호대책과 취수장 대책 누락 등을 이유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이의서를 하동군에 제출했다.

요즘 이들은 공사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거리에 내걸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명운동 3일 만에 13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할 정도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은 도로확장공사 소식에 “큰일 났네, 큰일 났네”를 연발했다. 김씨는 “지금도 일부 강변둑을 시멘트로 쌓아 자연스러운 강변 모습을 훼손하고 있다”며 “자연스럽고 예쁜 강 풍경은 많은 이들의 마음의 고향이었는데 그것을 잃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민 공상철씨는 “19번 국도는 후대에게 물려줄 문화유산이다. 해질녘 이 길을 달려보면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다. 석양을 받은 강물이 금빛 춤을 춘다. 4차선 직선도로로 바뀌면 우리는 아름다운 길 하나, 천천히 달리고 싶은 여유를 잃는 셈이다”고 말했다.

확장 논란 ‘19번 국도’ 어쩌나

봄빛이 무르익은 19번 국도변 섬진강 풍경.

물론 다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합원 256명 가운데 30여명의 배 과수원이 공사 영향권에 드는 하동배영농조합(대표 여태영)측은 “보상만 제대로 해주면 큰 이의는 없다”며 “다만 도로 건설 이후에도 도로변 매장을 확보해줘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찬성한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공사를 반대하는 다음 카페 ‘섬진사랑’ 게시판에 “대통령의 주요 국책사업 중 하나가 지방 균형발전이고, (도로 확장을 통해) 지역을 발전시켜준다는데 왜 반대하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주민들 가운데에도 도로가 건설되면 지역경제가 발전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이처럼 찬반 의견이 양립하는 가운데 국도확장공사는 전국적인 논란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2월18일 조유행 하동군수를 만나 국도 확·포장 사업 강행의지를 거듭 확인한 ‘섬진강 사람들’은 이 사안을 알리기 위해 2월28일 오후 3시 하동군민예술회관에서 군민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또 군 소재 이외의 환경단체 등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최석봉 하동민주청년회장은 “이번 공사가 하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또 섬진강과 지리산 자락을 낀 하동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며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이 그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참여정부’의 시대에 더 이상 관에 의해 주도되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되는 행정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아직 구체적인 노선도 잡히지 않은 상태인데 주민들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교부측은 기자가 연락하기 전까지 주민들의 반발 움직임 자체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주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일방적인 행정만 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길’ 19번 국도는 이번 공사의 끝 지점인 화개에서 다시 구례로 이어진다. 건교부에 따르면 화개~구례 구간은 아직 확장계획이 없다. 그러나 국도사업은 지역간 접근을 원활히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 구간도 확·포장될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길을 보전하고 가꿀 것인가, 아니면 개발과 편리라는 미명 하에 환경적인 요소는 덮어버리고 넓고 곧게 뻗은 길을 택할 것인가. 곧 이 지역으로 꽃 구경 갈 이들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주간동아 424호 (p48~49)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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