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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업계 이라크 파병 덕 보나

향후 10~20년 막대한 군비 투입 예정 … 군수물자 기술확보 ‘국가 성장엔진’ 시급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방산업계 이라크 파병 덕 보나

방산업계 이라크 파병 덕 보나

한국 해군의 주력함인 광개토대왕함.

이라크평화재건사단(자이툰사단·사단장 황의돈 소장) 창설식이 2월23일 경기 광주시 특전교육단에서 열렸다. 사막용 군복을 새로 지급받은 장병들은 비로소 전장으로의 투입을 실감하는 눈치였다. 자이툰사단 병사들이 입게 될 태극기가 부착된 사막전투복, 소총공격을 방어하는 방탄조끼, 가벼우면서도 세계 최고의 방탄효과를 자랑한다는 방탄모는 모두 국산이다.

군 당국은 이라크 파병을 계기로 방산품 수출길도 대폭 넓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라크 파병으로 얻는 ‘국익’ 중엔 ‘죽음의 전도사’ 노릇, 즉 군수물자 수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도 포함된다. 자이툰사단이 이용할 장비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K-200장갑차. 민사작전시 K-200장갑차로 키르쿠크 시내를 활보하겠다는 계획엔 군사적 목적 외에도 장갑차를 수출해 돈을 벌어보겠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팔고 싶어도 사는 사람 없는 국산 장비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군복 방탄모 방독면 등을 빼면 대우종합기계가 말레이시아에 납품한 K-200장갑차, 터키에 10억달러 분을 넘길 예정인 삼성테크윈의 K-9자주포 정도가 수출에 성공한 국산 무기로 꼽힌다. 그래서 이라크 파병은 무기의 성능을 시위함으로써 막힌 수출길을 다시 열 수 있는 호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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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전망이 밝은 것으로 알려진 T-50 고등제트훈련기.

군 당국은 다수의 K-200장갑차를 이라크까지 싣고 갈 운송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라고 한다. 이라크로 가져갈 수 있는 K-200장갑차의 수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부득불 현지에서의 원활한 작전 수행을 위해 미군에게 ‘험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미군측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험비는 K-200장갑차보다 방어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고는 싶되 사겠다는 시장을 찾아보기 어려운 K-200장갑차에서 미뤄볼 수 있듯 한국의 방위산업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국내 방산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방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한국군의 첨단화에 기여할 무기를 만들어낼 기술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T-50고등제트훈련기 탱크 장갑차 등을 생산하고 있으나 한국군에게 ‘재래식’인 무기는 외국 군대에게도 구식이게 마련이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어느덧 구식 무기가 돼버렸는데도 개발비용조차 뽑지 못한 무기가 허다하다”고 하소연했다.

첨단 군사기술의 확보는 곧 고부가가치 민간기술의 획득으로 이어진다. 냉전시대 미국과 구소련이 군사적인 목적으로 개발하던 항공우주기술은 방송통신위성 대형여객기 개발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제트엔진의 소재를 만드는 기술로 골프채를 만드는 소소한 활용부터 로켓기술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까지 군사기술은 국가안보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첨단산업인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에서 군사기술은 국가를 먹여살리는 성장엔진 구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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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추가 파병되는 한국군이 자체 경비 및 치안유지 활동에 사용할 K-200장갑차(왼쪽). 터키에 수출되는 K9자주포.

그러나 한국 방산업계는 기술은커녕 전략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터라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보다는 오히려 굴뚝산업에 가깝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위산업 분야의 적자 규모가 1000억원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또 수년 동안 공장 가동률이 창피한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라고 한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엔 조금 나았지만 전체적으로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국은 전력증강 사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왔다. 그럼에도 연구개발과 첨단기술 확보 성과는 매우 부족하다. 한국은 1987년부터 95년까지 이어진 전력정비 사업에 약 22조원을 부어넣은 것을 비롯해 1차 율곡사업(74~81년) 약 3조원, 2차 율곡사업(82~86년) 약 5조원 등 30년 동안 60조원에 이르는 돈을 자주국방을 위해 투자했다. 그러나 남·북한 전력 격차는 미군을 제외하면 아직도 북한을 100으로 놓았을 때 70~8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결국 허투루 돈을 썼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자주국방’을 국방정책의 최대 화두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한국은 향후 10~20년 동안 유례없이 막대한 비용을 군비 증강에 투입할 태세다. 군 당국은 첨단 무기 도입 및 개발사업을 잇따라 추진하거나 계획 중이다. 미군 재배치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우리 힘으로 내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고는 국군통수권자로서 자연스러운 것이다.

盧대통령 임기 중 137조원 투자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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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군이 전력 강화를 위해 쓰려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군이 맡았던 몇몇 임무를 수행키 위해서만 수조원대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다. 국방부측은 이와 관련해 노대통령 임기 동안 총 137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장거리미사일 중(重)잠수함 등을 갖추는 데 209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일부에선 자주국방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경상운영비를 포함하면 향후 10년 동안 300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국방부는 노대통령이 제시한 ‘10년 내 자주국방 기틀 마련’을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3.2∼3.5%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선 국방비 증액이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방비 증가를 전제로 국방부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공중급유비행기, 차기방공미사일(SAM-X), 한국형 다목적헬기(KMH), 차기 잠수함(KSS-Ⅱ),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KDX-Ⅲ) 등 첨단무기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첨단무기를 사재기하는 방식만으로는 자주국방의 꿈도, 방위산업 육성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한다. 단기적 필요에 의한 완성품 위주의 무기 도입 방식을 버릴 때가 됐다는 지적도 거세다. 실제로 한국형 다목적헬기, 이지스함 등은 명목상으론 한국산이지만 핵심기술은 모두 외제가 될 공산이 크다. 일본과 이스라엘은 미국과 장비를 공동생산했음에도 핵심기술은 자국 기술로 채워넣은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은 한국이 첨단 군사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었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한국군은 육군, 일본 자위대는 해·공군 중심으로 육성해왔다는 주장도 있다. 대다수의 핵 미보유국과 마찬가지로 사거리 180km의 미사일만 개발하다가 이제야 300km 이하의 미사일만 개발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나라가 한국이다. 항공우주산업은커녕 로켓 개발 단계에서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자주국방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 무기 사재기가 무슨 자주국방이냐”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장성 수 축소 △병력 감축 △기술집약형 군대 육성 등을 통해 군살빼기에 나선 뒤 △무기 구입선 다변화 △기존 무기 개량 △절충교역 확대 △해·공군 중심의 투자 등을 통해 방위산업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자주국방을 내세운 막대한 투자가 과거의 우를 벗고 방위산업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424호 (p32~34)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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