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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최병렬 동파사고

檢은 조여오고 黨은 멀어지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긴장과 회한의 나날 … 검찰 소환설에 마땅한 대응책 없어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檢은 조여오고 黨은 멀어지고

檢은 조여오고 黨은 멀어지고

2월20일 바바리 코트를 입은 유승민 전 여의도 연구소장이 서울 종로구 옥인동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자택을 방문하고 있다.

봄비가 내린 2월21일 오후 1시30분, 서울 종로구 옥인동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 자택. 감색 양복을 입은 이 전 총재가 굳은 표정으로 들어섰다. 푸른색 정장을 입은 부인 한인옥 여사도 마찬가지. 명륜동 본가 방문을 끝내고 돌아온 이 전 총재 뒤를 이어 유승민 전 여의도연구소장이 ‘옥인동’을 찾은 시각은 그로부터 1시간쯤 후. 하루 전인 20일 오후 2시, 이종구 전 특보와 K의원이 옥인동을 방문한 후 첫 손님이었다.

자고 나면 사건 뻥뻥 … TV·신문 보는 것도 부담 느낄 정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 책임론과 이인제 자민련 의원의 매수의혹과 관련해 ‘뜨거운’ 시선을 받는 이 전 총재지만 정작 옥인동은 조용하기만 하다. 이틀간 옥인동을 찾은 사람은 줄잡아 3~4명. 지난해 11월 말, 귀국했을 때 공항을 가득 메웠던 측근과 한나라당 인사들 가운데 옥인동과 맺은 연을 소중하게 간직한 사람은 드물어 보인다. 20일 한여사의 그림자로 평가됐던 한나라당 K의원은 “옥인동을 방문했느냐”고 묻자 “누가 그런 이상한 말을 퍼뜨리느냐”고 반문, 달라진 세태를 보여주었다. 20일 옥인동을 방문했던 이종구 전 특보는 옥인동의 이런 분위기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이인제 의원 문제와 관련) 옥인동 대책회의를 가졌느냐”는 질문에 “대책회의를 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이 전 총재의 보좌역을 지냈던 K씨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언제 어디서 무슨 사건이 터질지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이 옥인동 상공을 감싸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차떼기, 이적료 및 의원 매수 등 이슈가 터질 때마다 옥인동 기류는 한껏 팽창했다. 그 긴장감은 곧바로 옥인동 안방으로 전달됐고, 이 전 총재는 갈수록 말이 줄어들었다는 게 이 전 특보와 유 전 소장의 공통된 전언이다.

檢은 조여오고 黨은 멀어지고

지난해 11월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한 후 검찰청사를 방문한 이회창 전 총재.

옥인동은 TV 뉴스와 신문 보는 것마저 부담을 느낄 때가 많다. 옛 지인이 인사차 찾아와도 반가움보다 “또 무슨 일이…”라는 긴장감이 앞서는 게 옥인동의 보이지 않은 이면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옥인동의 전화는 애물단지였다. 온갖 좋지 않은 소식을 물고 왔기 때문이다. 자민련 이인제 총재권한대행에게 2억5000만원의 자금을 건넨 문제가 터졌을 때도 그랬다. 이 전 총재는 이 전 특보의 전화를 받고 “알았다”고 짤막하게 반응했지만 이 문제가 주는 중압감으로 얼굴은 한껏 그늘이 져 있었다는 게 20일 옥인동을 방문했던 K의원의 전언이다. 22일 오전 10시50분, 성당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선 이 전 총재와 부인 한여사의 얼굴은 핼쑥했다.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고개를 흔들었다.



옥인동을 드나드는 측근들에 따르면 이 전 총재는 요즘 정치를 완전히 끊었다. 유 전 소장은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말이 없다”고 전한다. 방문객도 정치 얘기는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 2월16일 최대표가 “이 전 총재가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론을 다시 들고 나왔을 때다. 분기탱천한 이 전 총재 그룹이 옥인동 방문을 신청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죽기를 각오하고 정면 돌파하자”는 옥쇄론을 들이밀었다고 한다. 그 뒤를 이어 특보 그룹 등이 동참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이 제안을 모두 물리쳤다고 한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 전 총재가 최근 터져나오는 문제는 정치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스태프는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옥인동과 측근 그룹의 신경은 온통 검찰로 뻗쳐 있다. 그들은 대선자금과 관련 검찰 수사가 턱밑까지 파고들었다는 위기감이 가득하다. 대선 당시 이 전 총재의 보좌역을 지낸 한 인사는 (옥인동 사정이)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사실 옥인동(이 전 총재)의 생사여탈권은 서초동(검찰)이 쥐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檢은 조여오고 黨은 멀어지고

이회창 전 총재 집을 나서는 이종구 전 특보(왼쪽).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옥인동측은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전 총재가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전 특보는 “검찰이 3월 중순을 전후해 이 전 총재를 소환 또는 참고인 자격으로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유 전 소장도 같은 생각이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검찰 소환이 구속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최후를 예언하기도 했다. 옥인동측의 대응책은 이런 최악의 상황을 상정,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특보는 “이 전 총재가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준다면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옥쇄론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며 모든 것을 안고 가는 비운의 정치인상을 강조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유 전 소장 등 측근 그룹이 대응논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응책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전 총재가 알고 있는 ‘팩트’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 한 측근은 “대선자금에 관한 한 이 전 총재는 팩트의 10분의 1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과 관련) 총체적 상황이 파악되지 않으니 대책을 세울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져 상황이 꼬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손발을 맞췄던 참모 및 측근그룹 간의 파열음도 옥인동의 우려를 낳고 있다. 옥인동을 향한 발걸음을 끊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검찰에 소환된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 인사들이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거나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하고 있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는 것. 구속된 C의원은 “모든 것은 당시 김영일 총장 지시에 따랐고 사전이든 사후든 보고를 했다”는 식이다. 한 관계자는 “일부 인사들이 검찰과 ‘플리바겐’(수사협조 대가로 형량을 감해주는 것)을 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돌발사태가 발생할지 모르겠다”는 옥인동의 위기감은 여기서 출발한다. 이 전 총재는 2월19일 서울 구치소를 방문, 김영일 최돈웅 의원을 면회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을 제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 당은 이미 남남이 된 지 오래다(상자기사 참조). 지난해 11월 “나를 밟고 가라”고 했지만 사실 당은 수시로 그 이상의 요구를 했다는 게 한 측근의 설명이다. 유 전 소장은 “당분간 이 전 총재가 취할 액션은 없다”고 말했다. 옥인동의 무력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총재는 요즘 봄기운을 찾아 집 뒤에 있는 인왕산을 자주 오른다. 그러나 휘몰아치는 찬바람에 봄 정취는 찾아보기 힘들다.





주간동아 424호 (p20~21)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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