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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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적응 천재 딱정벌레를 아십니까

  • 입력2004-02-20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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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적응 천재 딱정벌레를 아십니까
    곤충들이 모두 사라진 이 겨울에 곤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수만 점에 이르는 국내·외 희귀 곤충의 표본을 전시한 ‘2004 곤충세계 대탐험전’(1월3일~2월1일)이 성황리에 열렸고, 인터넷 곤충사이트 ‘충우’(www.stagbeetles.com)는 최근 회원수 1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딱정벌레에 푹 빠진 회사원 한영식씨(왼쪽 사진)와 대학생 이승일씨가 딱정벌레 가이드 ‘딱정벌레 왕국의 여행자’(사이언스 북스 펴냄)를 펴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딱정벌레 200여종을 땅 꽃 잎 나무 물속 밤하늘 등 서식지별로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딱정벌레를 만났을 때의 감동과 즐거움을 전해주는 정감 어린 글과 300여 컷의 생생한 컬러사진을 통해 독자를 흥미로운 딱정벌레 왕국으로 초대한다.

    ‘작지만 가장 완벽한 동물’로 불리는 딱정벌레는 이름이 붙은 것만 35만종으로 전체 곤충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역사는 2억40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구촌에서 자연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동물이 바로 딱정벌레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것만 3000종이 넘으며, 학자들은 1만~2만종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거대한 딱정벌레 세계가 주는 경이로움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글쓴이 한영식씨는 친구 장영철씨와 199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딱정벌레 전문 동아리 ‘비틀스’를 만들었다. 이후 그는 하루 종일 딱정벌레 생각만 했다고 한다. 잠을 잘 때도 딱정벌레 꿈을 꾸었고, 길을 가도 땅바닥이나 수풀 속에서 딱정벌레를 찾는 나날이 시작된 것이다.

    환경 적응 천재 딱정벌레를 아십니까
    “야외실습을 나갔다가 눈앞을 스쳐가는 길앞잡이 딱정벌레를 쫓아 1시간을 달리기도 했고, 동물 사체를 먹는 송장벌레를 찾아 유행성출혈열이 옮을 수도 있는 쥐의 사체를 뒤졌습니다. 미동정 딱정벌레를 채집하는 꿈을 꾸고는 ‘심봤다!’를 외치며 잠에서 깨어나기 일쑤였습니다. 10년간 ‘딱정벌레 폐인(廢人)’으로 살았지요.”



    개발에 밀려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는 딱정벌레는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딱정벌레 관련 전문학회나 연구회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서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딱정벌레에 대한 관심이 퍼지길 기대한다.

    강원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한씨는 현재 안산의 작은 회사에서 딱정벌레와 무관한 일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자신의 채집 경험과 딱정벌레나 곤충에 대한 지식을 살려 ‘자연생태교육원’을 만들 계획이다. 사진을 찍은 이승일씨는 강원대 딱정벌레 동아리 ‘비틀스’의 6대 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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