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골프는 대중스포츠다. 3월 개장하는 난지도 대중 골프장(아래).
부부에게 클럽 세트와 장갑 옷 신발 백 등을 골라줬다. 부부는 고맙다면서 필자에게 커피 한잔을 샀다. 부부는 미국에 온 지 6개월이 됐으며, 남편은 중국음식점에서 주방장으로 일한다고 했다.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오로지 부부끼리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딱히 할 것이 없어 골프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했다. 달리 할 일이 없어 골프를 친다는 것은 요즘도 한국에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단돈 1만원만 있어도 즐길 수 있는 골프는 미국에서 여느 스포츠보다 싸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최근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골프클럽 등에 붙는 특소세를 내년부터 폐지키로 하겠다고 보고했다. 골프에 붙어왔던 ‘사치성’이라는 꼬리표가 무려 30년 만에 없어지게 된 것. 그동안 한국에선 사치성 스포츠라는 느낌을 줘 장삼이사(張三李四)가 운동으로 골프를 즐기기엔 무리가 따랐다.

1만5000원으로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면 분명 국내에서도 미국 중국집 주방장처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골프를 즐길 것이다.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최경주 허석호 등 세계적 골프스타를 대거 배출한 나라에서 특소세니 골퍼 세무조사니 하는 것들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이었다. 정부의 특소세 면제 조치는 골프가 진정한 국민 스포츠로 다시 태어나는 데 디딤돌 구실을 할 것이다. 부모의 손을 잡고 아이들이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간동아 422호 (p9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