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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

동서의학 가로질러 ‘대안 치료의 길’

‘자연의학 메신저’ 녹색대 교수 양동춘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
2004-02-12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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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의학 가로질러 ‘대안 치료의 길’

동서의학 가로질러 ‘대안 치료의 길’
”모든 이가 자기 삶과 건강, 병에 대해 스스로 알고 판단할 수 있는 건강권을 되찾아야 합니다.”

경남 함양의 녹색대학 대학원에서 자연의학(대체·보완·통합 의학의 총칭)을 가르치고 있는 양동춘 교수(45)의 궁극적인 목표다. 현대의학은 기술은 발전했지만 의사들이 정보를 독점하는 정보의 불균형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고, 대증치료 중심이 아니라 예방·요양·보호 차원으로 개념이 바뀌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골 구석에서 박봉에, 남들이 알아주는 자리는 아니지만 그는 이처럼 거대한 뜻을 품고 묵묵히 정진해왔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의 표현처럼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살금살금 가야 한다”며 자신을 낮춘 채 살아가고 있다. 자연의학에 입문한 지 20년. 비제도권 의료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의료체계에서 그동안 그가 겪었을 우여곡절은 짐작되고도 남는다.

추진단법·발포부항요법 사용

그러나 요즘엔 조선대 포천중문의대 경기대 한서대 등에서도 대체의학과를 개설해 자연의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 선진국에서도 현대의학의 한계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통의학과 민간의학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독일에는 이미 자연요법으로 치료하는 의사가 2만여명이나 되며 미국도 대학병원에 대체의학 담당의사를 둔 곳이 많다. 이는 자연의학에 대한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자연의학의 메신저 노릇을 하고 있는 양교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절대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는 양교수를 찾아 2월6일 오후 그의 거처가 있는 광주 무등산 자락 들머리로 갔다. 그는 전날 녹색대가 주최한 ‘자연치유캠프’를 막 끝낸 뒤라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처음엔 머뭇거렸지만 녹색대학을 위해, 자연의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채워주기 위해 언론에 나오는 것도 의미 있지 않느냐는 요청에 결국 말문을 열었다. 그는 먼저 자연치유캠프를 예로 들어 자연의학을 설명했다.

“이번 자연치유캠프(4박5일)에는 30여명의 일반인과 학생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자연의학의 원칙과 세계관 및 가정에서 직접 자신을 치료할 수 있는 자연요법을 배웠다. 자연의학이란 무엇보다 인간에게 내재된 어떤 힘을 인식하고 이 힘이 최대한 드러나도록 돕는 것이 의학이라는 관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자연치유력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이다. 생체 전체를 보지 않고 국소적 입장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서양의학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특히 일반인들은 캠프를 통해 그동안 객체에 머물렀던 자신이 의료의 주체 자리에 서는 세계관의 전환을 경험하고 굉장히 놀라워했다. 캠프 기간에 단식을 진행하는데 단식에 대한 두려움도 해소하고, 짧은 기간에 몸이 회복되는 체험을 하는 이도 있다.”

그는 수많은 자연요법들에 대한 체계를 세우고 있지만 주로 추진단법과 발포부항요법을 사용한다. 추진단법은 프랑스 신부들이 사용해온 수맥 찾는 법과 근육을 이용한 오링테스트를 바탕으로 추를 이용해 진맥하는 방식이며, 발포부항법은 일반적인 부항법을 좀더 체계적으로 개선한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진단과 치료도 의사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구든 집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방식들을 통해 그가 추구하는 것은 더 많은 이에게 질 높고 값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적 민중의료 시스템’.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된 데는 그의 지난 삶과 깊은 관계가 있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그는 전남대 심리학과 3학년에 다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었다. 당시 운동권이었던 그는 여기에 직접 가담했고, 이후 학교에서 제적 복학 제적을 반복했다. 제적 뒤 백부가 운영하던 한약방에서 1년간 일하면서 의학의 신비함에 빠져들어 한의학 개론, 민간요법 관련 책들을 읽으며 의학 지식을 키웠다.

동서의학 가로질러 ‘대안 치료의 길’

2월 초 열린 녹색대 주최 ‘자연치유캠프’에 참가한 일반인과 학생들.

“백부의 집을 나와 공장에 들어가 노동운동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려면 민간요법 같은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열심히 배웠습니다. 민중의학에 대한 관심도 그때 싹텄습니다.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서 끊임없이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지요. 의문이 생길 때는 인산 선생 같은 뛰어난 분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배우기도 했습니다.”

1989년에는 소규모 공동체를 준비하기 위해 전남 화순의 시골 마을에 들어갔다. 농사를 지으며, 자기 영성을 다스리고, 학교나 병원까지도 갖춘 이상적 마을을 만들겠다는 야망을 세웠지만 구체적으로 실천하지는 못했다. 다만 의료공부는 더욱 깊어져 주변 사람들에게 명의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 생활이 불편할 정도에 이르렀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게 아니었습니다.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요. 돈이 없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포기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의사가 아니면서 치료행위를 하는 게 문제가 되긴 했지만 저를 찾아오는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엄청난 잠재력과 가능성”

그때 이후 양씨는 자신의 치유경험을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 수많은 임상경험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축소하기에 바쁘다. 의사들이 그에게 찾아와 배워갈 정도로 자연의학에서는 일가를 이뤘지만 그것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자연의학을 하는 이들 가운데 ‘돌팔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사고가 날 경우 이를 보상받을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표준화하고 객관화하는 과학적 검증작업도 거쳐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수많은 수요가 있고, 선진 각국에서도 받아들이고 있는 자연의학을 언제까지 음성적으로 가둬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2000년까지 화순에 머물렀던 그는 이후 광주 외곽으로 거처를 옮겨 자연의학 보급에 나섰다. 그러다 2002년 녹색대 관계자들로부터 교수 제의를 받고, 음지의 자연의학을 양지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기꺼이 이를 수락했다. 녹색대에는 현재 뜸과 침구 전공교수 4명, 자연의학 전공 교수 3명이 재직하고 있다. 지난해 입학한 자연의학과 2학년 학생은 28명. 회사원이나 은행원, 귀농자 등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는 늦깎이 학생들이다. 올해 입학하는 학생은 30명. 양교수는 이들에게 자신이 익힌 의술을 모두 물려줄 예정이다.

“현대의학도 분명한 자기 한계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영역 다툼에만 혈안이 돼 있는데, 그럴 때가 아닙니다. 진정한 인술, 베푸는 치유행위라는 의료행위의 본질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더 이상 상업화에만 몰두해서는 안 됩니다. 현행 의료체계는 100원짜리를 1만원으로 부풀려 받는 방식입니다. 제도권 의학을 보완할 수 있고 엄청난 잠재 가능성을 갖고 있는 자연의학을 법제도로 뒷받침한다면 국민들은 더 안전하고 값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 제도에 편입해서 안정된 삶을 꾸리기를 거부하고 ‘돌팔이’ 소리를 들어가며 대안의 길을 가고 있는 그의 앞은 아직도 험난해 보인다. 서양의학이라는 주류가 문을 열지 않는 한,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한의학이 좀더 문턱을 낮추지 않는 한 자연의학이 설 수 있는 영역은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자연의학의 미래를 밝게 본다.

“세계적인 조류를 볼 때 몇 년 안에 주류가 자연의학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중의 처지에서 동서 의학을 가로지르는 역할을 맡고 싶습니다.”

매달 마지막 주말에 열리는 실상사 귀농전문학교(063-636-3776)의 건강강좌에서 그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주간동아 422호 (p80~81)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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