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1

2004.02.12

조총련 학교에 책을 보냅시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4-02-04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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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총련 학교에 책을 보냅시다
    “우리말, 우리글을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한글로 된 책을 읽고 싶어한다면 보내줘야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 산하 민족학교에 우리 책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푸른아시아센터 박일선 소장(39)의 논리는 간명했다. 하지만 지금껏 남한 사람이 조총련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남한과 북한 그리고 재일동포 사회에까지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충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을 겸하고 있는 박소장이 이 일에 뛰어든 건, 바로 이 같은 정치적 고려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울 수 있었던 덕분이다.

    “처음에는 남·북한과 재일동포가 함께하는 수달보호 캠페인 행사 때문에 일본에 갔어요. 우연히 조총련 학교에 들렀다가 열악한 환경에 놀란 게 이 운동의 계기가 됐죠. 민족교육을 시키겠다는 학교에 우리글로 된 변변한 책조차 없더라고요.”

    알고 보니 최근 북한이 경제난을 겪으면서 조총련 민족학교에 대한 지원을 사실상 끊은 탓이었다. “요즘 조총련계 학교들은 재정적인 문제뿐 아니라 일본 내의 반북 움직임 때문에도 큰 고통을 겪고 있거든요. 입으로만 한 민족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소장은 남한에 돌아오자마자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시작해 석 달 만에 300만원 정도의 성금을 모았다. 이 돈으로 구입한 ‘강아지똥’ 등 어린이용 그림책 500여권은 2월 초 배편을 통해 일본 내 4곳의 민족학교에 보냈다.



    “조총련 본부나 일부 학교들은 아직도 ‘남한의 도움’을 받는 것을 자존심 상하는 일로 여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자라는 어린이들이 ‘남쪽 사람들도 우리와 한 민족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통일도 가까워지지 않겠습니까.”

    ‘조총련 학교에 우리 책 보내기 운동’에 동참하고 싶은 이는 우체국 301549-01-001401(민족학교 도서지원)으로 성금을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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