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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중생의 삶, 단아한 詩語로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고단한 중생의 삶, 단아한 詩語로

고단한 중생의 삶, 단아한  詩語로
비구니 스님이 시집을 펴냈다. 최승헌 스님(50)이 그 주인공. 시집의 제목은 ‘고요는 휘어져 본 적이 없다’(문학과 의식 펴냄).

1978년 시문학으로 등단했지만 시집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 “수행자 입장에서 글을 쓴다는 게 여의치 않았다. 많이 쓰지 않았지만 그나마 수행처를 옮겨다니면서 잃어버린 작품도 적지 않다”는 게 시집 발간이 늦어진 이유. 수행과 글쓰기의 운명적 만남에 대해 최시인은 “불교의 근본 사상인 깨달음을 찾아가는 중생의 마음이 곧 수행이요, 인간의 근원적 고통을 글로 정화하는 게 문학이라면 결국 수행과 문학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수행하는 자리가 중생이 있는 자리고, 중생이 서 있는 자리에 문학이 있더라”는 것.

선문답 같지만 최시인의 시를 보면 그의 시선이 고단한 중생의 삶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천장이 무너지네요 무너진 천장을 연탄구멍 맞추듯이 제자리에 맞춰 넣는다는 것이 난감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천장은 이불이 되어 나를 덮고 있군요 미친 짓처럼 발로 차보지만 소용이 없어요 내가 이렇게 마음에도 없는 캄캄한 천장 속으로 들어갈 때 불면의 씨앗 몇 개 데리고 온 당신이 보여요….’(불면증)

국문학을 전공한 최시인은 대학 재학시절 우연히 ‘우파니샤드’ 철학을 접하면서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 환속한 스님이었던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고 한다. 문학을 먼저 알고 출가를 한 까닭에 그의 시는 불 보살에 대한 찬탄으로 일관하는 다른 스님 시인들의 시와도 많이 다르다. 최시인은 “뿌리는 불교에 두고 있지만 문학으로 잎을 피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최시인은 1970년대 초 경북 청도에서 출가한 후 지금은 경기 시흥시 혜진선원의 원장으로 있다. 올해부터 시흥시불교연합회 회장을 맡아 교단 활동도 펼치고 있다.



주간동아 419호 (p129~129)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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