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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극장가

꼬리 내린 외화 … 한국 영화 독무대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꼬리 내린 외화 … 한국 영화 독무대

꼬리 내린 외화 … 한국 영화 독무대

말죽거리 잔혹사

2004년 설, 극장가에서는 10편 남짓한 영화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올해 설은 이미 개봉한 대작 ‘반지의 제왕’의 흥행이 한풀 꺾인 상태라, ‘실미도’를 비롯한 한국 영화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다크호스로 떠오른 가운데 ‘아타나주아’의 저력과 신선한 소재의 ‘빙우’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타나주아

상영 중/ 감독 자카리아스 크눅, 주연 나타르 웅갈락·실비아 이발루

에스키모에 의해 제작된 최초의 에스키모 언어 영화. 광화문 시네큐브 단관에서 상영 중인데 입소문으로 나날이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에스키모 부족에서 사우리는 악령의 힘을 빌려 경쟁자 툴리막을 물리치고 족장이 된다. 세월이 흐르고 툴리막의 두 아들 아막주아(힘센 자)와 아타나주아(빠른 자) 형제, 그리고 사우리의 아들 오키가 어른이 된다. 아타나주아와 오키 두 사람이 같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목숨을 건 싸움이 재연된다. 에스키모, 그들도 복잡한 사회를 이루는 우리와 똑같이 권력과 사랑을 뺏고 빼앗기는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



상영 중/ 감독 피터 잭슨, 주연 엘리야 우드·비고 모텐슨

‘최고의 영화’라는 반응과 ‘지루하다’는 상반된 평가 속에 ‘실미도’와 1000만 관객 동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리즈 3부작을 마무리하는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편은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 호빗에게 미래의 희망을 돌리며 현란한 전쟁 스펙터클과 상상력의 지평을 넓힌 괴물들의 개인기(?)로 설 극장가를 돌파한다.

말죽거리 잔혹사

1월16일 개봉/ 감독 유하, 주연 권상우·이정진·한가인

올 설을 겨냥한 영화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은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경쾌하면서도 예리한 칼날로 현실 해부 능력을 보여준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에서 엄혹한 유신 현실과 이소룡이라는 환상의 교차를 통해 1970년대 말 한국 사회를 재현하고, 그 시절에 고등학생이었던 소위 386세대들의 왜곡된 성장사를 보여준다. 부동산 투기 광풍을 예견한 어머니들이 모여든 말죽거리의 한 고등학교에 전학 온 현수는 학교 짱 우식과 선도부장 종혁의 헤게모니 쟁탈전에 휘말린다. 연애의 규칙도 힘이어서 첫사랑은 씁쓸한 패배의 기억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살아남은 아이들은 싸움을 잘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다. 치졸한 주먹 싸움엔 영웅도 없다. 그저 아버지가 ‘스리스타’이거나, 참고 견디는 재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학원액션물인 이 영화는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고등학교에서 배운 그들이 ‘자랑스럽게’ 쟁취한 것이 바로 지금의 민주주의가 아닌가라는 쓰린 질문도 함께 던진다.

내사랑 싸가지

1월16일 개봉/ 감독 신동엽, 주연 하지원·김재원

TV드라마 ‘다모’의 하지원이 영화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인가가 관건. 무늬만 고3인 하영이 렉서스 탄 왕자 형준을 만난다. 돈은 많지만 싸가지가 없는 이 왕자는 하영과 100일간의 노예계약을 맺는다.

꼬리 내린 외화 … 한국 영화 독무대
1월16일 개봉/ 감독 밥 워커, 목소리 주연 제레미 수아레즈

‘타잔’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필 콜린스가 음악을 맡았다. 거대한 매머드가 살던 아득히 먼 옛날 시트카, 데나히, 키나이 삼형제가 사이 좋게 살고 있다. 부족의 무당은 시트카에게 독수리, 데나히에게 늑대, 막내 키나이에게 곰을 토템으로 준다. 둔한 곰을 받아 삐친 키나이는 큰형과 곰 사냥에 나갔다 큰형은 죽고 자신은 곰으로 변한다. 데나히는 동생이 변신한 곰을 형제를 죽인 원수로 오해하고, 키나이는 다른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사람으로 돌아가기 위해 험난한 여행을 떠난다. 인간도 자연의 작은 한 구성원일 뿐이라는 환경친화적 스펙터클 만화.

빙우

1월16일 개봉/ 감독 김은숙, 주연 이성재·송승헌·김하늘

여성감독의 데뷔작으로는 독특하게 보이는 ‘산악멜로’. 30대의 토목기사 중현과 20대 후반 야구선수 우성은 같은 학교를 나왔지만 알프스 등반에서 처음 알게 된 사이. 악천후로 얼음동굴에 갇혀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이 옛사랑을 떠올리는데, 상대는 공교롭게도 한 사람 경민이다. 이뤄질 수 없었던 두 사람의 사랑이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만난다.

런어웨이

꼬리 내린 외화 … 한국 영화 독무대
1월16일 개봉/ 감독 게리 플레더, 주연 존 쿠삭·진 해크만·더스틴 호프만

존 그리샴(‘야망의 함정’ ‘펠리칸 브리프’) 원작인 또 하나의 ‘배심원’ 영화.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 유족이 무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다. 원고 변호사 윈델로는 무기회사가 고용한 ‘배심원 로비스트’ 랜킨 피츠와 승산 없는 재판을 벌인다. 어느 날 윈델로와 랜킨이 동시에 정체불명의 여자로부터 배심원들의 표를 사겠느냐는 제안을 받는다. 물론 결론은 정의가 승리하지만, 순박한 배심원들의 표를 조종하는 일도 공공연히 벌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너는 찍고 나는 쏘고

1월20일 개봉/ 감독 에드먼드 펑 하우싱, 주연 갈민휘·장달영

원제는 I shoot, You shoot. ‘킬러는 쏘고, 감독은 찍고’란 뜻. 성공해서 돈을 물 쓰듯 하는 킬러 바트는 아시아 경제위기로 일감이 줄어 빚까지 질 지경이다. 그때 마침 청부살인 의뢰를 받는데, 조건은 살해 순간을 찍어 오라는 것. 중국 반환 후 ‘내핍’에 들어간 듯한 홍콩을 풍자했다.

페이첵

꼬리 내린 외화 … 한국 영화 독무대
1월20일 개봉/ 감독 오우삼, 주연 벤 애플렉·우마 서먼

‘블레이드 러너’의 전설적 원작자 필립 K. 딕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다. 하이테크 기업의 천재 공학자 마이클은 한 가지 프로젝트를 완성하면 기업 비밀유지를 위해 기억이 지워진다. 어느 날 3년에 걸친 대형 프로젝트를 끝내지만 마이클은 약속받은 돈 대신 클립, 시계 등 19가지의 잡다한 물건이 담긴 봉투를 받는다. 마이클은 자신이 완성한 프로젝트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알게 되고, 지워진 기억의 조각들을-로또의 1등 번호까지-하나씩 맞춰나간다. 오우삼 vs 필립 K. 딕의 대결에서 오우삼이 많이 밀리는 인상을 주는 영화.



주간동아 419호 (p118~118)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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