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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열심히 … 행복 A학점 ‘찜’

단전호홉·기체조·국선도 등 다양한 명상수련법 인기 … 정신 건강하면 질병 예방 효과도 탁월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마음공부 열심히 … 행복 A학점 ‘찜’

마음공부 열심히 … 행복 A학점 ‘찜’

‘수선재’의 팔문원 기구 아래에서 명상하는 사람들.

”허리를 펴고 코와 배꼽이 일직선이 되도록 앉으십시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을 느껴보세요.”

1월8일 오후 7시 반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성당 피정관 안. 8명의 직장인들이 원불교 권도갑 교무의 지시에 따라 명상하고 있다. 잔잔히 깔리는 음악 속에서 조용히 생각에 잠긴 이들의 얼굴엔 평화로운 기운이 흐른다. 편안한 호흡을 통해 긴장을 풀고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에 이른다. ‘행복을 여는 마음공부’ 수업은 마음을 비우는 명상으로 그 시작을 연다.

서울 KYC(청년단체연합)는 새해를 맞아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을 위해 1월6, 8일 이틀에 걸쳐 ‘명상’과 ‘행복을 여는 마음공부’ 수업을 마련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나를 살펴보자’는 취지로 체험강좌를 개설한 것. 여유와 평화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늘면서 마음공부와 명상 강좌가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명상 모임과 명상 카페의 붐도 내면공부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스트레스·고통 ‘깨달음’으로 풀어

마음공부는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마음공부 전도사’인 권교무는 원불교의 참선 원리를 발전시켜 적용하는 토대를 만들었다. 수업은 참가자들의 솔직한 경험 나누기를 통해 자기를 발견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을 되새겨보면 자신을 괴롭힌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는 게 이 공부의 주제다. 권교무는 서먹해하는 참가자들의 속내를 끌어내며 생각 나누기를 주도한다.



“지금껏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을 떠올려보십시오. 내가 가장 속상할 때, 분노할 때, 답답할 때, 짜증날 때, 불안할 때가 언제인지 한번 이야기해봅시다.”

쭈뼛쭈뼛하던 참가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가족과의 일상, 직장생활에서 쌓인 번민이 흘러나온다. 타인이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을 땐 어느새 맞장구를 치며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활동적이었던 아내가 나와 결혼한 이후 가정에만 파묻혀 사는 게 속상합니다.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아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오형준씨·36)

“남편과 저는 박봉을 받는 직장인입니다.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김성은씨·31)

“나이 많은 거래처 사람이 저를 어린 여자라고 무시합니다. 나름대로 잘 해보려고 했는데, 타인의 삐뚤어진 시선에 자존심이 상합니다.”(이모씨·25)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몰라 답답합니다.”(허길현씨·32)

이처럼 현재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는 정신건강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권교무는 스트레스를 무조건 참거나 피하는 행위는 근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참는 것은 스트레스를 키우는 결과를 낳고, 문제를 피한다 해도 어느 순간 다시 마주치게 된다는 것. 또 자신을 괴롭히는 상대의 잘못을 알려주어 고치게 하거나,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방법도 옳지 않다고 설명한다. 남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나기 쉽고, 자신의 문제는 곱씹어보지 않은 채 자신이 우월한 입장에서 남을 용서한다는 건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음공부 열심히 … 행복 A학점 ‘찜’

1월8일 서울 성공회성당 피정관에서 원불교 권도갑 교무(왼쪽)가 ‘행복을 여는 마음공부’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와 고통을 푸는 궁극적 방법은 무엇인가. 권교무는 상대방은 나의 잘못을 비춰주는 거울이므로 오히려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의 미운 부분을 자신에게 대입해보면, 자신에게도 그런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속상함이 주는 메시지를 읽고 자기발견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죠.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건 현상 자체가 아니라, 그 현상을 대하는 마음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내면에 계속 부정적 기운이 흐르고 문제가 생겼을 때 주변의 불행이 내게로 오는 게 당연합니다.”

도심 곳곳에 명상체험장소 마련

하지만 전쟁 같은 불가항력의 고통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또 자신만 변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 참가자들의 반론이 이어진다. 많은 세세한 부분에서 논쟁이 일었지만 ‘내 행복을 결정할 수 있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란 궁극적 진리에는 모두 공감하는 듯했다. 수업에 참가한 김성은씨는 “바쁘게 사느라 잊고 지냈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명상을 통해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며 마음공부 예찬론을 펼쳤다. “잡생각이 많아 마음을 비우고 싶었다”던 허길현씨는 “지속적인 마음공부를 통해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고 싶다”고 밝혔다. 권교무는 “머리로만 사람을 이해하려 들면 부딪치기 쉽다. 마음을 열고 자신의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며 마음공부의 의의를 설명했다.

내면을 돌아보는 마음공부와 명상은 여러 형태로 이루어진다. 서울 광화문 도심에 자리잡은 명상편의점 SEON(仙)은 마음공부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이색 장소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명상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 이곳에서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듯 4000원을 내고 1~2시간 동안 편안하게 명상을 체험한다.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은 식사시간이나 저녁시간을 이용해 이곳에서 마음의 묵은 때를 씻어낸다. 이곳은 또 명상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호흡과 명상의 기초를 가르쳐준다. 맨발로 돌 위에 서서 생명의 에너지인 기를 느끼며 명상할 수도 있고, 그림을 바라보거나 음악과 내레이션을 들으며 마인드 컨트롤하는 명상도 경험해볼 수 있다. 자신을 힘들게 했던 사람과 화해하는 명상, 심약한 마음이 강해지는 명상, 꿈과 목표를 이루는 명상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보다 강한 기 체험을 위해 팔문원 기구도 설치됐다. 기구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으면, 자신의 몸과 기구 사이에 흐르는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을 처음 찾았다는 박지영씨(25)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기적인 명상시간을 갖기 어려운 현대인에게 명상편의점은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는 셈이다.

단전호흡, 기체조, 명상을 전문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이들의 발걸음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웰빙 선호홉, 웰빙 선체조 등 새로운 방식의 명상 수련법도 등장했다. 현대화된 한국의 정통 명상법을 가르치는 ‘수선재’(http:// www.soosunjae.org)는 지난해 12월 등록인원이 158명이나 늘었다고 밝혔다. 등록자 중에는 의사나 변호사를 비롯한 전문직 종사자나 회사원 등이 많다는 게 이들의 귀띔이다. 요가, 필라티즈, 국선도, 기체조, 단전호흡 등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아름다운 몸을 만드는 동시에 편안한 마음을 갖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마음공부 열풍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의 고대문명은 이미 참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불교나 성리학에서 정신수양과 명상은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왔다. 물질문명의 시대에 마음공부의 역할이 잠시 주춤했지만, 빠른 속도와 대량생산을 강조하는 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명상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된 것이다. 현재 마음공부와 명상은 고대 동양사상에 그 문화적 토대를 두고 있다. 하지만 명상을 실용적으로 대중화한 것은 미국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주변의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고자 했던 미국인들이 동양의 명상과 선 문화를 ‘치유의 문화’로 발전시켰다. 현재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요가나 명상수련법 중에는 미국에서 역수입된 것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몸과 마음의 조화를 통해 내면을 성찰하는 동양문화와 어떤 것이든 실용적으로 변형할 줄 아는 서양문화가 어우러져 지금의 명상 붐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마음공부 열심히 … 행복 A학점 ‘찜’

명상수련회에 참가한 불교 신자들.

명상문화는 사회의 한 조류로 자리잡았지만 아직 한국에서 ‘명상학’이 제대로 정착된 것은 아니다. 서울불교대학교대학원의 명상학과와 원광대 동양학대학원의 요가학과 등 일부 종교 관련 대학에서 명상전문가들을 키워내고 있을 뿐이다. 학문적으로 체계화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국선도, 단학, 요가, 태극권 등 다양한 수련법으로 명상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명상수련법에서 동일한 원리를 추출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대 중문과 박석 교수는 “동작을 호흡에 맞춰 천천히 옮기는 것이 이들 수련의 기본원리”라면서 “긴장된 몸에 자극과 이완을 주는 것이 명상의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박교수가 현대인에게 제안하는 명상법은 ‘몸 바라보기’와 ‘마음 바라보기’다. 몸 바라보기는 말 그대로 자신의 몸과 대화하는 것. 자연스럽게 호흡에 맞추어 의식을 집중하다 보면 뼈와 근육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만성 긴장을 제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음 바라보기란 자신의 마음에 대한 자각의 기능을 강화해주는 활동이다. 호흡의 흐름에 집중하면서 다른 의식의 발생 또한 관조적으로 관찰하다 보면 사념도 호흡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더 깊은 의식 상태를 체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명상의 효과는 어느 정도 증명된 것일까. 아직 국내에서 명상이 뇌에 미치는 과학적 영향을 연구한 적은 없다. 하지만 명상 연구의 권위자인 하버드 의대 벤슨 박사는 명상하는 시크교도들의 뇌를 찍어 뇌와 명상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뒤 명상하는 동안 안정(전반적인 뇌 활동이 줄어듦)과 동요(특정 뇌 영역이 활발해짐)의 모순적 상태가 뇌에서 일어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명상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큰 관심사다. 명상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지만, 역사적으로 검증됐다는 게 심리학자와 의학계의 분석이다. 한의사 임동진씨는 건강과 행복의 시작은 바로 마음먹기에 달렸다며 명상을 예찬한다.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은 불안하고 고통스런 마음에 정서적 안정을 가져옵니다. 모든 질병은 70~80%가 정신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만큼 명상의 질병 예방효과는 탁월합니다.”







주간동아 419호 (p96~98)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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