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1

2003.11.27

웃음뿔 달린 ‘도깨비뉴스’ 떴다

서비스 한 달 만에 1일 방문객 50만명 … 엽기적 상상력으로 네티즌 사로잡아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3-11-20 14:2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웃음뿔 달린 ‘도깨비뉴스’ 떴다


    모르는 친구가 있으면 소개해준다.

    “도깨비뉴스 몰라?”

    아는 사람끼리는 모니터 앞에 모여 배를 움켜 잡고 웃음보를 터뜨린다. 게시판에는 “하루 종일 웃느라 입이 아프다”는 행복한 항의가 쇄도한다.

    온라인 전문 뉴스 사이트인 도깨비뉴스(www.dkbnews.com)의 인기몰이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도깨비’를 모르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 모른다 싶으면 기어이 찾아내 철저하게 ‘코드 분석’하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네티즌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았는지 도깨비뉴스는 시범서비스를 한 지 한 달 만인 11월 중순 1일 방문객 50만명, 1일 페이지뷰 100만회 돌파를 눈앞에 뒀다. 다음(www.daum.net)을 비롯한 각종 포털들도 앞 다퉈 도깨비뉴스를 강력추천하고 나섰다. 과연 네티즌을 호린 ‘도깨비’의 실체는 무엇일까.



    “네티즌의, 네티즌을 위한, 네티즌에 의한 즐거운 뉴스 사이트다.”

    도깨비뉴스를 최초로 기획했고 뉴스 공급을 책임진 왕도깨비 김현국 이사(39)가 말하는 성공비결이다. PC통신 초기부터 통신에 매달려온 그는 국내 사이버 세상의 숨은 고수로 통한다. 그가 관여해 성공시킨 인터넷 커뮤니티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 ‘인터넷 폐인(廢人)’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m) 역시 그의 손길이 닿아 있다.

    김이사는 기존 오프라인 신문의 인터넷판인 신문사닷컴들이 보여주는 틀에 박힌 뉴스에 싫증을 느껴 전혀 새로운 형식의 뉴스를 꿈꿔왔다. 네티즌의 생생한 문화를 오롯이 담아내되 신속, 정확성을 최대 무기로 삼은 것.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넓디넓은 인터넷 세상에서 그와 오랫동안 교분을 나눈 수많은 네티즌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모험이었다. 결국 그는 동료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를 밑천 삼아 출범 한 달 만에 도깨비뉴스를 최고의 온라인 전문 뉴스 사이트로 발전시켰다.

    사이버문화연구소의 김양은 소장은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온라인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컸지만 이를 대변할 매체를 갖지 못했다”며 “결국 도깨비뉴스가 꿈을 이뤄낸 셈이다”고 진단했다.

    잇단 특종 유명세 … 기사 제휴 요청도 쇄도

    웃음뿔 달린 ‘도깨비뉴스’ 떴다

    과연 담배를 잡은 손은 이길 수 없을까? 국방부 금연 홍보 포스터를 조롱하는 한 네티즌의 작품(아래).

    도깨비뉴스의 강점은 기존 뉴스의 소재적 한계를 극복하는 엽기적 상상력이다. 폭풍뉴스(사이버 세상 최고의 화제소식), 물밑뉴스(앞으로 화제가 될 소식), 뜬구름뉴스(설왕설래 와중에 있는 아직 검증 안 된 소식), 무지개뉴스(즐겁고 유쾌한 소식) 등으로 구분된 편집은 생동하는 온라인의 역동성을 재치 있게 담아냈다.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의 대표주자격인 다음카페 숫자만 300만개에 달할 정도로 인터넷 세상은 거대하게 팽창했다. 이곳에서 네티즌들은 글을 쓰고 때론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로 사진을 찍어 합성하는 등 놀면서 소통하고 있다. 기존 매체가 주목하지 않았던 이곳 사이버 세상의 소식이 도깨비뉴스를 통해 세상 밖으로 뛰쳐나오자 자연스레 도깨비는 네티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는 기존 언론의 이목까지 집중시키는 도깨비뉴스만의 특종보도로 이어졌다. 도깨비뉴스 운영을 맡고 있는 이문호 팀장의 자랑.

    “지하철 철로에 깔린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시민들이 합심하여 전동차를 밀어올리는 사진, 친구에 대한 질투 때문에 친구 얼굴에 황산을 뿌린 중국 여학생 이야기, 모 스포츠신문 기자의 축구기사 조작사건 등 특종보도로 알려진 뉴스만도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특히 한 대학생이 게시판에 올린 ‘전동차를 움직이는 시민들’은 도깨비발 뉴스로 모든 오프라인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했다.

    김이사는 도깨비뉴스가 머지않아 1일 5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매체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네티즌들은 오감을 자극하는 즐거운 뉴스를 원합니다. 도깨비뉴스만의 신속하고 명쾌한, 그리고 발랄한 뉴스를 기대해주십시오.”

    전문가들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으로 미루어볼 때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이미 기사 제휴를 요청하는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니, 도깨비의 힘찬 비상이 멀지 않아 보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