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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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일지매’ 방방 날았다

이창호 9단(백) : 유창혁 9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3-06-19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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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찐 일지매’  방방 날았다
    유창혁이 돌아왔다. 그것도 라이벌 이창호 9단을 상대로 3대 0 완봉승을 거두며. 날렵하고 호리호리한 몸매로 화끈하고 세련된 바둑무공을 보여줘 팬들로부터 ‘일지매’란 애칭으로 불리던 유창혁 9단이었지만 근래 부진을 면치 못해 이제 한물간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받았었다. 결혼 뒤 체중이 급격히 불어나 ‘살찐 일지매’라는 소리를 들으며 슬럼프에 빠졌다. 거기에 이세돌 7단, 송태곤 4단 같은 대어급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 빅3의 반열에서 슬슬 제외되기 시작했다. 이럴 즈음 이세돌 7단을 잠재우고 KT배를 우승한 데 이어 파죽지세로 이창호 9단마저 물리치고 패왕까지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

    유창혁 9단의 국내 무대 컴백보다 더 놀라운 것은 최근 이창호 9단의 눈에 띄는 패점이다. ‘번기(番棋) 불패’로 통하는 그가 5번기에서 영봉당한 것은 1989년과 93년, 스승 조훈현 9단에게 진 이후 세 번째다. 유창혁 9단에게 타이틀전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98년 말 배달왕기전에서 3대 2로 패한 이후 6년 반 만이다. 이창호 독주시대가 슬슬 막을 내리는가.

    ‘살찐 일지매’  방방 날았다
    는 끝내기 장면이다. 수순만 놓고 보면 흑이 이창호 9단이어야 맞다. 그러나 이 바둑에서만큼은 유창혁 9단이 ‘끝내기의 달인’이었다. 흑1은 백의 기세를 한껏 누그러뜨리면서 A의 단점을 교묘하게 방비하는 멋진 수. 먼저 흑13에 두거나 처럼 하변을 넘어가다가는 덤을 얻어내기 어렵다. 이러한 추격에 힘입어 바둑의 결과는 흑의 반 집 승. 이창호 9단이 반 집 패를 당했다는 것도, 끝내기에서 역전패했다는 것도 뭔가 뒤바뀐 것만 같은 느낌이다. 251수 끝, 흑 반 집 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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