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7

2003.01.09

결핵환자 위한 32년 나눔의 삶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3-01-03 09:3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결핵환자 위한 32년 나눔의 삶
    ”버려진 이들의 생명을 구해주소서!”

    2001년 550억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내놓아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보금자리’를 출범시킨 이정재 ㈜영성 회장(66). 32년간 국내 결핵환자 7만여명을 돌봐온 ‘결핵환자의 대부’인 이회장은 “내가 먼저 재산을 내놓고 세상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한다”며 “한 사람이 매달 1만원씩 모아 10만원만 기부하면 죽어가는 생명 하나를 살릴 수 있다”고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현재 5000여명의 회원이 매달 1만원 이상씩 사랑의 보금자리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 결핵환자들의 치유를 위해서는 역부족입니다. 새해에는 더욱 많은 따뜻한 마음들이 모아져 그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결핵사망률이 가장 높다. 국립보건원이 밝힌 2001년 결핵환자 수는 4만6000여명. 이들 대부분은 중증 환자들이며 노숙자 등 파악되지 않은 환자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

    ‘사랑의 보금자리’는 그동안 시립서대문·목포국립·마산국립·순천기독 결핵병원 등에 입원 치료중인 무의탁 환자들을 도와왔을 뿐 아니라, 대한결핵협회와 전국 3000여개의 보건소(지소) 등과 연계해 결핵환자와 생활보호대상자, 독거노인 등 1000여명에게 매월 의료비와 생활비 등을 지급해왔다.



    이회장의 손길은 결핵환자가 350만명에 이른다는 북한에까지 미치고 있다. 2002년 이회장은 유진벨 재단을 통해 북한 양강도결핵요양병원 등에 6100여만원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이회장이 유독 결핵 치유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자신이 젊어서 결핵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전남 장흥에서 5남4녀 중 여덟째로 태어난 이회장은 목포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독학으로 서울대 농화학과에 합격했다. 입학한 뒤 의약품 원자재 수입 사업을 시작한 그는 졸업하자마자 식품 첨가물을 생산하는 영성화학을 세우는 등 승승장구했다. 대학 1년 때 결핵에 걸렸지만 돈 버는 데 정신이 팔려 있던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그러다 30세쯤부터 결핵이 눈에 띄게 심해졌고 이듬해에는 병원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그때 하나님께 저를 살려주면 평생 결핵환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서원(誓願)했습니다. 지금 그 약속을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후원금 납입 계좌번호(예금주: 사랑의 보금자리). 국민은행 024-01-0590-313, 우체국 012468-01-001719. 문의 02-385-2025.



    이 사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