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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 ‘하버드 메디컬 스쿨 가정의학 가이드’

1288쪽짜리 우리 가족 주치의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1288쪽짜리 우리 가족 주치의

1288쪽짜리 우리 가족 주치의
질문. “의사가 진찰을 할 때마다 몸의 여러 부위를 두드리는데 왜 그러는지 궁금합니다.” “타진이라고 하는 진단 방법으로, 중요한 진찰의 한 방법입니다. 타진을 할 때는 한 손가락을 몸에 대고 다른 손가락으로 몸에 댄 손가락을 쳐서 발생하는 소리의 공명음을 듣게 됩니다. 소리를 통해 의사는 자신이 두드린 부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건강한 폐는 공기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속이 깨끗이 비어 있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나 폐렴에 걸려 폐에 물이 차 있으면 둔탁한 소리가 납니다.”(하버드 의대 윌리엄 C. 테일러 박사)

1시간 대기했다가 5분 진료받는 종합병원 의료시스템 하에서 이런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은 없다. 자신의 질병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도 묻지도 못한 채 치료가 끝나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170명의 하버드 의대 교수진과 7000여명의 의료 전문가들이 언제든지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돼 있다면? 하버드 의료진이 만든 ‘하버드 메디컬 스쿨 가정의학 가이드’는 질병의 진단부터 치료, 예방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언제 의사를 찾아가야 하나요?” 사실 감기처럼 저절로 낫는 간단한 질병이라면 굳이 의사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 그러나 몸이 안 좋은 느낌이 들지만 확실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하버드 메디컬 스쿨 가정의학 가이드’는 이렇게 일러준다.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라.’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의 증상에 대해 명확히 알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이 책은 일반, 여성, 유아 및 어린이, 남성의 경우로 나누어 ‘증상 차트’를 제공한다. ‘예’ ‘아니오’로 답하며 따라가기만 하면 취해야 할 조치를 알려주기 때문에 아주 간단하다. 예를 들어 ‘불안’이라는 항목에서는 가슴이 쥐어짜듯 아프고 식은땀이 나며 어지럽다면 당장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기다리는 동안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물을 한 컵 마시면 피가 묽어져 심장에 혈액 공급이 원활해진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이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최근 담배나 술을 끊었거나 복용하던 약을 중단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금단 증상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하는 게 좋다. 이 책의 ‘중독 및 남용’ 부분에 이와 관련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다. 그 밖에 반복되는 복통, 잦은 트림과 더부룩하고 답답한 속, 원인불명의 체중 증가 등 각종 신체 이상이 느껴질 때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할지 설명해준다.



‘하버드 메디컬 스쿨 가정의학 가이드’에는 증상별 대처 방법뿐만 아니라 최신 치료약제에 대한 지식, 치료의 부작용까지도 소개됐다. 일선 의료 현장에서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저명한 교수들의 임상진료 경험담과 환자에 대한 충고가 실려 있고, 명사들의 투병담 등 읽을 거리도 다양하다. 또 의학적 문제뿐 아니라 청소년 문제, 노인 문제, 장례 문제 등 보건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까지 광범위하게 다룬다. 한 예로 ‘사망 선택 유언장’ ‘건강관리 위임장’ 작성법을 들 수 있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에서 감수했다. 단순히 번역의 오류를 잡는 수준이 아니라 가정의학과 전 교수진과 임상 강사들이 참여해 다시 쓰고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특히 한국은 질병 발생 양상이나 보건의료체계가 미국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을 과감히 삭제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내용을 추가했으며 우리말 색인, 각종 질병 관련 부록도 추가했다. 서울대 의대 허봉렬 교수(가정의학과)는 “의학지식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은 물론 환자, 약사, 간호사, 기타 보건의료 종사자와 의학공부를 시작하려는 예비 의학도의 입문서로 훌륭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1288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집집마다 평생 주치의를 모시는 셈치면 그 비용이 아깝지 않다. 또 자녀들이 ‘몸’에 대해 묻기 시작할 때 이만큼 확실한 교과서도 없을 것이다.

하버드 메디컬 스쿨 가정의학 가이드/ 하버드 의과대학 지음/ 서울대 의과대 가정의학과 감수/ 동아일보사 펴냄/ 1288쪽/ 18만원





주간동아 367호 (p80~81)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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