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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빅뱅 신년 정국

‘통추’인맥 盧心 타고 뜰까

정치권 변방에서 노무현 당선자와 동고동락 … 동지의식 각별, 중용 가능성 커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통추’인맥 盧心 타고 뜰까

‘통추’인맥 盧心 타고 뜰까

돈을 모아 문을 연 음식점 ‘하로동선’의 개업식날 자축하고 있는 ‘통추’인사들 .

2002년 11월6일, 후보단일화 협의를 위해 유인태 전 의원과 이강철 특보(노무현 후보측), 이철 강신옥 전 의원(정몽준 후보측) 등 비공식 채널들이 나섰을 때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노후보 주변인물들 가운데 일부는 유, 이 전 의원을 주목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68학번(유 전 의원)과 69학번(이 전 의원)인 두 인사는 평소 당구와 바둑을 함께 즐길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민청학련 사건 때에는 사형선고도 같이 받은 ‘생사를 같이한’ 동지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들은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DJ(김대중 대통령)가 맞붙었던 1987년 대선 직전 후보단일화를 주창하며 삭발 결의까지 했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15년 만에 또다시 단일화 카드를 들고 마주 선 그들에게 “동지적 친밀감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사고를 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한 인사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며 유 전 의원 카드가 이 전 의원의 등장을 보고 빼든 전략적 카드임을 시사했다. 이 전 의원은 사석에서 “유 전 의원을 보는 순간 단일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6일 밤 2차 회동에 나선 민주당의 밀사는 김원기 고문으로 바뀌었고 그 역시 이 전 의원과 적지 않은 정치적 연을 맺은 적이 있다.

대선에서 노당선자 주변에 포진 … 승리에 큰 공헌

‘통추’인맥 盧心 타고 뜰까

1990년 3당 합당에 반대했던 인사들은 민주당을 창당했고 이들 중 상당수가 '통추'의 모태가 됐다.

대선의 분기점이 된 후보단일화라는 승부수에 노당선자측이 내세운 카드는 국민통합추진회의(이하 통추) 인맥이었다. 통추는 95년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을 떠나 국민회의를 창당하자 합류를 거부하며 3김 청산을 주창한 개혁파들이다. 90년 YS가 3당 합당을 통해 민자당을 창당하자 합류를 거부하고 ‘꼬마 민주당’을 꾸린 인사들이 모태가 되었다. 이들은 3김이 정치의 한가운데 있던 시절 늘 변방을 떠돌았고 96년 총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아 낙선한 아픔까지 공유한다. 당시 김고문은 통추 대표를 맡았다.

그 통추 세력이 노무현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대위의 이호웅 조직본부장, 이미경 대변인, 이강철 특보, 원혜영 부천시장, 김정길 전 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 등 통추 출신 인사들은 이번 선거에서 노당선자 주변을 에워쌌다. 김원웅 의원은 노무현 당선을 위해 한나라당 탈당을 감행했다. 노당선자는 선거 후 “그들(통추)이 고생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노당선자 역시 김대통령의 국민회의 창당을 거부한 통추의 일원이었다. 노당선자는 통추 세력에 대해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로 평가한다. 그들은 현실정치와의 타협을 거부하며 ‘고고한’ 정치 행보를 보였다. “현실과 타협하기 싫다”며 ‘하로동선’(夏爐冬扇·여름의 난로, 겨울의 부채처럼 당장은 쓸모가 없지만 때가 되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의미)이란 고깃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통추 인사 40여명이 2000만원씩을 내 문을 연 이 고깃집에서 노당선자는 통추 세력과 번갈아 서빙을 하며 손님들과의 토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식당에서 노당선자는 두 가지 정치 자산을 챙긴다.

노당선자는 이 고깃집에서의 토론에서 이번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 된 지역통합과 3김 청산이란 시대정신을 집요할 정도로 추구했다고 한다. 하로동선에서 노당선자와 담론을 즐긴 정치부 기자들은 노당선자의 지역통합론을 지겨울 정도로 들었다고 회고한다. 고깃집 운영에 나선 통추 인맥들과 노당선자는 형제애를 능가하는 끈끈한 우의를 다졌다. 이 두 가지 자산은 결국 이번 대선에서 당선을 이끌었다.



‘통추’인맥 盧心 타고 뜰까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장관,원혜영 부천시장,유인태 전 의원,이철 전 의원,김원웅 의원,신계륜 의원(위 부터)

3김에 대한 저항세력으로 권력의 변방을 맴돌던 그들은 이제 정권을 창출한 새로운 개혁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 인사는 “2004년 정당개혁 마무리를 우리 손으로 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노무현 정권의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노당선자는 2002년 12월26일 선대위 연수회에서 “적재적소가 제1의 인사 원칙이다”고 말했다. 사람을 먼저 정해놓고 자리를 주기보다는 자리에 적합한 자격기준을 정한 뒤 이에 맞는 사람을 찾겠다는 얘기다. 오랫동안 그와 함께 일하다 인수위원이 된 성경륭 한림대 교수는 “노당선자의 리더십은 가치와 비전을 공유한 사람에게 위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가치와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당내 세력은 통추 출신이 압도적이다. 통추 출신 인사들의 중용 가능성은 이미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원기 고문은 민주당 정치개혁추진위 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유인태 전 의원도 노당선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노당선자 캠프의 한 참모는 유 전 의원을 “정치개혁의 주역은 물론 정부 요직에 발탁될 수 있는 재목감”이라고 평가한다. 이철 전 의원의 중용설도 흘러나온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로부터 후보단일화를 지나치게 노무현 페이스로 끌고 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이 전 의원은 12월19일 정대표를 떠나 민주당에 합류, 공조철회라는 막판 악재를 희석시켰다.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과의 연대론도 ‘솔솔’

개혁세력의 결집 차원에서 통추 복원설이 흘러나온다. 97년 뿔뿔이 흩어졌던 인사들이 손잡고 정치개혁의 전위대로 나서자는 것이 복원설의 실체다. 97년 대선을 앞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통추 세력들은 여야의 서로 다른 길로 갈라섰다. 이부영 김원웅 의원과 박계동 이철 전 의원 등은 한나라당에 합류했고 김원기 고문과 김정길 노무현 원혜영 유인태 전 의원 등은 국민회의에 새 둥지를 틀었다. 양김을 떠난 지 정확히 1년 만에 날개를 접고 양김의 품안으로 날아든 그들에게 쏟아진 비난은 추상처럼 차가웠다. 노당선자는 “조금 부끄럽고 민망스럽다. 솔직히 현실정치에서 살아남아서 잘 해보고 싶다”며 속내를 고백한 바 있다.

그들은 이후 한 배를 탄 적은 없지만 통추 인사들은 수시로 만났다. 유인태 전 의원과 원혜영 부천시장 등이 모임을 이끌었다. 노당선자도 이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찾아가 소주잔을 기울였다. 잇단 선거 패배 등 노당선자의 좌절 뒤에는 항상 이들의 위로와 격려가 있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노당선자 주변에서는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여야는 물론 재야그룹 내 개혁세력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낡은 정치 타파 차원에서 뺄셈정치에 나섰지만 한편에서는 젊은 피 수혈에 나서야 개혁의 뒷심이 생긴다는 것. 그 연장선상에서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과의 연대론도 나온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는 이부영 김부겸 김홍신 권오을 의원 등 통추 출신 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인사는 민주당 통추 인사들과 지금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대선 직후 한 인사는 민주당 통추 인사로부터 “술을 사겠다”는 연락을 받고 “감정의 혼란을 느꼈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대선거구제와 개헌 등 정치변혁을 향한 노당선자의 거침없는 행보 이면에는 동지의식을 공유한 통추 세력의 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호흡을 가다듬은 통추 세력은 다음 역할을 찾아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그들의 다음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주간동아 367호 (p38~39)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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