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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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치료법으로 아토피 잡았어요”

내복약과 함께 ‘바르는 약’ 처방 … 4개월간 임상 결과 치료율 60%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2-12-12 12: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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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질치료법으로 아토피 잡았어요”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에게 피부 외용약을 발라 피부 반응을 살펴보는 신광호 원장.

    대표적인 난치 질환으로 꼽히는 아토피성 피부염은 양·한방 가릴 것 없이 의사들이 기피하는 병이다. 뚜렷한 치료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거니와 수십년간 이 질환에 시달려와 극도로 ‘예민해진’ 환자들로부터 치료 도중 항의를 받기 일쑤이기 때문.

    그러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정한의원의 신광호 원장은 “아토피성 피부염은 완치되지는 않지만 정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완벽하게 관리될 수 있다”며 아토피 환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다. 실제 그의 최근 저서 ‘아토피 너 딱 걸렸어’(도서출판 건강한 삶)에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치료한 임상 사례들이 많이 소개돼 있다.

    한의학에서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풍(風)·습(濕)·열(熱)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본다. 특히 풍과 열이 심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몹시 가려워 심하게 긁게 되고, 그 결과 피부 손상이 심해지고 손상 부위가 세균에 감염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러한 증상은 주로 관절 주위나 피부가 접히는 부분에서 심하게 나타나는데, 얼굴처럼 열이 집중되는 부위로 염증이 확산되는 경향도 있다.

    이 질환에 걸린 환자들이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워하는 점은 밤이 되면 가려움증이 심해져서 숙면을 취할 수가 없다는 것. 이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지고 성격도 급해져 자주 짜증을 내며 매사에 비관적이 되기 쉽다. 게다가 학령기의 환자일 경우 집중을 잘 하지 못해 성적에도 지장을 받는다. 또 남자 성인의 경우 증상이 심하면 군생활이 불가능해 군대에 갈 수도 없다.

    이 질환은 또 한의학에서 말하는 사상체질(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에 관계없이 누구나 앓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신광호 원장의 말.



    “소양인이 걸릴 확률 가장 높아”

    “체질치료법으로 아토피 잡았어요”

    북한에서 개발한 체질분류 기기인 ‘금빛말’. 열 손가락의 지문을 분석해 사상체질을 분류한다.

    “한국인의 체질별 분포를 보면 태음인이 약 50%로 가장 많고, 소양인 30%, 소음인 20% 순으로 나타나며, 태양인은 극히 희소해 논외의 대상이다. 그런데 지난 4개월간 우리 한의원을 찾은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들(154명)의 체질을 진단해보니 태음인 40.9%, 소양인 37.7%, 소음인 21.4% 순으로 나타났다. 체질별 인구 분포를 기준으로 환자들의 체질별 비율을 굳이 따져보면 소양인이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릴 확률이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소음인, 태음인 순이라 할 수 있다.”

    신원장은 이 질환에 잘 걸리는 체질은 따로 없지만, 이 질환의 치료는 체질을 정확하게 감별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체질에 따라 한약의 종류와 양, 횟수, 복용기간 등을 정확하게 처방해야 환자들이 부작용을 겪지 않게 되고 효과도 좋다는 것. 실제 임상 자료에 의하더라도 체질의학을 적용한 아토피 치료요법이 체질을 무시한 요법에 비해 비교적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삼정한의원에서는 특이하게 기기를 이용해 사상체질을 분류한다. 북한에서 개발된 체질분류 기기인 ‘금빛말’이 바로 그것인데, 열 손가락의 지문을 분석해 체질을 감별해내는 원리다.

    사상체질과 함께 양방에서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에게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얼마나 사용했느냐 하는 점도 한방 치료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다. 심원장은 이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치료를 달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째로 스테로이드 제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거나 극소량을 쓴 환자의 경우. 이 경우 한방약이 잘 들어 치료 효과가 매우 높다.

    “체질치료법으로 아토피 잡았어요”

    인체의 음양(陰陽)·한열 (寒熱)·표리(表裏)·허실(虛實) 등의 상태를 측정하는 ABR 시스템.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들의 증상을 보다 세밀히 파악하기 위한 장치다.

    둘째로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해오다 최근 1∼3년간 사용을 중단한 환자들. 이 경우에도 치료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스테로이드 제제를 써오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이 경우엔 치료하기가 가장 어렵고, 치료 도중에 증상이 개선되다가 나빠지고 다시 개선되는 등 굴곡을 많이 겪는다고 한다.

    이렇게 환자를 대상으로 사상체질과 스테로이드 제제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한방 외용약을 피부에 발라 피부반응 검사를 한 뒤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간다. 심원장은 아토피성 피부염은 풍독과 습독, 열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므로 이를 해독시키는 한약 처방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를 현대의학으로 설명해볼 수도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과산화지질이라는 독이 풍독, 열독, 습독이라는 증상으로 발현한 것이기 때문에 인체에서 과산화지질을 만들어내는 활성산소의 생성을 억제하고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데 ‘SOD (Superoxide Dismutase)’라는 효소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SOD를 구성하는 물질인 각종 비타민류, 플라보노이드, 알칼로이드 등을 많이 함유한 천연 한약재들을 복합 투여하면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천연 한약재 복합 투여

    그러나 신원장은 한방 치료에서 내복약 못지않게 염증이 생긴 환부에 바르는 외용약도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체 내부로 흡수되는 내복약 물질은 분자량이 커 체내에서의 대사효율이 떨어지는 관계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외용약을 함께 처방해야 약효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것. 신원장은 “SOD물질을 많이 함유한 한약재에 세라믹 소재를 적절히 배합, 피부 깊숙이 잘 흡수되도록 가공한 외용약을 내복약과 함께 처방하는 것이 아토피 치료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물론 SOD를 함유한 약재들도 체질에 따라 구성 성분이 다르다고 한다.

    또 활석, 황백, 감초, 석곡 등의 약재를 달인 후 여과한 액체를 몸에 수시로 바르는 외치요법도 병행한다고 한다. 국내 처음으로 한의외치요법학회를 창설한 장본인이기도 한 신원장은 이외에도 치료를 돕기 위해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의 옷에 바르는 ‘훈의향’ 등 다양한 외치요법을 개발해낸 바 있다.

    삼정한의원측이 ‘삼정테라피’라는 체질치료법으로 최근 4개월간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들을 임상치료한 자료에 의하면 완치율이 60% 정도로 나타났다. 난치 중의 난치 질환인 아토피성 피부염에서 이 같은 치료 효과는 매우 놀랄 만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음인이 62.5%로 가장 뛰어난 치료 효과를 나타냈고, 태음인과 소양인의 경우 각각 58.6%로 비슷한 치료 효과를 거뒀다. 신원장은 아토피 환자의 경우 치료와 함께 식습관, 생활환경, 정신적인 안정감 등도 치료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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