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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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사랑 … 이 정도면 A학점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2-11-07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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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 사랑 … 이 정도면 A학점
    일본인 이즈미 지하루씨(42·서경대 일본어과 조교수)는 어지간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사라져가는 우리 옛것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그는 미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한옥과 정겨운 돌담길, 그리고 그것들이 어우러진 한옥 마을의 풍광을 특히 좋아한다.

    1985년 한국에 들어온 그는 서울 가회동 북촌 한옥 마을의 풍광에 매료돼 지난 92년 북촌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99년 발족한 한옥사랑시민모임(한사모·회장 최인숙)의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11월2일 북촌 마을 일대에서 이루어진 국내 체류 일본인 대상 ‘한옥 마을 설명회’에 그가 한사모의 대표 자격으로 나서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 이즈미씨는 이번 설명회의 기획에서부터 홍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직접 도맡아 했다. 한사모측도 일본인이면서도 한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한옥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그에게 흔쾌히 모든 것을 맡겼다. 일본인이 일본인을 대상으로 우리 전통 한옥에 대해 설명하는 색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이번 설명회는 한사모 회원의 집들이 행사에 우연히 참가한 일단의 일본인들로부터 한옥 관람기를 들은 ‘일본인회’가 한사모에 한옥 마을의 소개를 공식 요청하면서 이루어졌다.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의 모임으로, 주한 정부기관 주재원과 그 가족들로 구성된 일본인회 회원 23명이 이날 이즈미씨의 한옥 설명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옛것에 대한 파괴와 변화에 대한 적응이 공존하는 현재 그대로의 한옥과 한옥 마을의 실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즈미씨는 92년 한옥마을에 대한 개발 제한 조치가 해제된 후 북촌마을이 다세대주택으로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사람 중 한 사람. 북촌마을의 한옥은 그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85년의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 기회에 잘 보존된 한옥뿐만 아니라 개발 열기에 무너져가는 한옥 마을을 일본인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일본 전통가옥이 잘 보존된 교토도 파괴의 실상은 조금도 다르지 않아요. 이 세상에는 사라져야 할 것도 많지만 사라지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또 안타까운 것들이 많습니다. 한옥도 바로 그런 것 중 하나입니다.” 이즈미씨의 ‘한옥 사랑’은 끝이 없다.

    한편 이즈미씨는 국내 영화의 일본 전파자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최근 개봉해 눈길을 끌었던 ‘YMCA야구단’과 ‘후아유’의 일본 자막 번역작가도 다름아닌 이즈미씨. 한국 영화에 대한 식견도 한옥 사랑 못지않게 수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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