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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빅뱅 정국

盧 “결정하라” vs 동교동계 “좀더 지켜보고…”

민주당 親盧 - 反盧 결별 ‘최후의 일전’ 눈앞… 한대표는 “민주당 간판·법통 지킬 것”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盧 “결정하라” vs 동교동계 “좀더 지켜보고…”

盧  “결정하라” vs 동교동계   “좀더 지켜보고…”

한때 갈등 양상을 보였던 동교동계 신·구파가 다시 결속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까이 대통령을 모시고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역할을 나눠 나를 흔들어대고 있다.”

10월20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동교동계’를 향해 토해낸 울분에는 누가 보더라도 ‘날’이 서 있었다. 탈DJ 및 동교동계와의 차별화 작업에 대한 굳건한 의지의 표현임이 분명했다. 민주당의 정통성과 정체성은 일정부분 동교동계에 뿌리를 박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동교동계에 대한 부정은 예상치 못한 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민주당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이하 후단협)는 1차, 2차 탈당 스케줄을 발표, 빅뱅 정국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동교동계까지 이 대열에 동참하면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노후보가 칼을 빼든 것은 어정쩡한 상태로는 피차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후보측은 “동교동계가 노후보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들고 있다”고 말한다. 표면상 노후보 지지를 표방하지만 속으로는 노후보를 축출하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10월16일 한화갑 대표와 김옥두 최재승 설훈 윤철상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모여 사실상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것이나, 다음날인 17일 김민석 전 의원과 신낙균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동반탈당은 동교동계의 ‘의도된’ 거사라는 게 노후보측 주장이다. 노후보측은 이를 청와대 음모설로 연결한다. 18일 신기남 최고위원이 “김 전 의원의 탈당에는 배후가 있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른바 DMJ(김대중·정몽준) 연대에 대한 의구심을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후보의 염동연 정무특보는 “최근 정몽준 캠프에 합류한 민주당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상한 예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정치공세 성격이 강하지만 자칫 국민경선 때 노후보의 당선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정몽준 지원설로 재개될 개연성이 커 보인다. 노후보 측근인 K씨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재단한 시나리오를 이렇게 분석한다.

“후단협이 단계적으로 탈당한 후 동교동이 11월 초 또는 중순 마지막으로 탈당한다. 동교동이 탈당하면 노후보의 호남 지지세력이 이탈하고 이는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노후보는 후보단일화에 대한 압박을 피할 수 없다. 결국 대선은 이회창 대 정몽준 구도로 정착된다.”

신기남 의원은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의 당적 정리와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의 인책을 재촉구했다. 음모의 고리를 끊으려는 노후보측의 승부수로 볼 수 있다. 선대위 이해찬 기획본부장 등 일부 인사들은 “그래도 한대표와의 결별은 위험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노후보와 측근들은 ‘마이 웨이’를 부르짖는다.



노후보측은 동교동계가 ‘탈DJ’ 작업을 가로막는 데도 불만이다. “아들 비리문제, 사저(私邸)문제 등에 노후보가 침묵하고 피함으로써 얼마나 피해를 봤느냐. 그럼에도 동교동계는 DJ를 무조건 안고 가려 한다.” DJ와 한 몸으로 움직이는 동교동계의 동선이 노후보의 지지율 회복의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동교동계가 이런 ‘인식과 자세’를 거두지 않는 한 같이 갈 수 없다는 게 노후보측의 입장이다.

盧  “결정하라” vs 동교동계   “좀더 지켜보고…”

국민통합21에 합류한 김민석 전 의원(왼쪽)과 신낙균 전 문화관광부 장관.

한화갑 대표, 정균환 총무, 한광옥 전 대표 등 동교동계 중진들의 당무 ‘사보타지’도 신경을 자극한다. 특히 재정문제에 대해 노후보측은 예민하다. 노후보의 한 측근은 “부끄러운 얘기지만 어딜 가려 해도 경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그는 “지방 행사에 나설 경비가 부족해 측근들이 신용카드를 들고 따라나설 때도 있다”고 말한다. 재정을 담당하는 유용태 사무총장의 교체를 건의했지만 한대표가 반대, 불발로 끝났다. 노후보측이 일전불사의 입장을 다지고 있는 데는 ‘물과 기름’ 사이로 변한 양 진영의 골 깊은 앙금도 작용했다. 노후보측은 동교동계와의 결별이 호남 표심의 이탈이라는 후유증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강력한 개혁체제를 구축하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노후보측의 이런 흐름에 대해 동교동계 인사들은 자신들을 ‘구악(舊惡)’으로 분류, 제거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교동계 신·구파를 몰아내고 당권까지 ‘접수’하려 한다는 게 동교동계의 우려이자 불만이다. 8·8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입성한 김상현 고문을 비롯해 정대철 최고위원 등 신 실세들이 주장한 ‘동교동계 2선 퇴진론’을 근거로 제시한다. 특히 10월 초 노후보측이 주장한 ‘주도세력 교체론’은 동교동계를 고사시키려는 노후보측의 계산된 공세로 보고 있다. 동교동계는 노후보측의 탈DJ 전략에 분노를 나타낸다. 한대표는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표가 되니까 ‘동서화합을 위해 얼마나 잘된 일이냐’고 하더니 나중엔 ‘탈DJ 하려는 데 한대표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상도동계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盧  “결정하라” vs 동교동계   “좀더 지켜보고…”

10월18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자들이 한화갑 대표(왼쪽), 한광옥 최고위원 옆에 몰려 있다.

동교동계는 이번 대선을 생사의 갈림길로 인식한다. 1997년 와해된 상도동계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 동교동계 인사들 사이에는 “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는 절박감이 팽배해 있다. 갈등을 빚던 동교동계 신·구파가 파워게임을 접고 전열을 재정비한 것도 이런 위기감 때문이다. 한대표 중심의 대동단결이 요즘 동교동계의 화두다. 동교동계는 현재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자칫 김대통령이 만든 ‘당’을 버리는 자기 모순에 빠질 수도 있음을 우려한다. 신당 창당 절차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이 갈려 있는 점도 고민이다. 한대표는 “민주당의 간판과 법통을 지킬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통합21측은 동교동계의 이 같은 움직임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동교동계의 집단 합류가 ‘DJ+MJ=DMJ’라는 등식으로 이어질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의원측은 동교동계의 합류가 궁극적으로 후보단일화의 촉매가 될 것으로 본다. 동교동계의 합류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는 계산이다.

동교동계는 후단협 인사들의 결단과 선택이 끝나는 11월 초까지 결단을 미루고 노후보의 지지율을 유심히 지켜볼 계획이다(상자기사 참조). 11월 초까지 노후보의 지지율이 20%대를 넘지 못할 경우 동교동계는 새로운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동교동계의 결단은 친노파와 반노파의 무게중심을 한쪽으로 쏠리게 할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 노후보의 민주당은 ‘꼬마 민주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대결단을 앞둔 동교동계는 요즘 자세를 한껏 낮추고 있다. 바로 폭풍전야의 고요다.





주간동아 2002.10.31 357호 (p14~16)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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