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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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漢山 화강암 뒷거래 의혹”

터널공사 구간서 2700억원대 최상품 매장 확인… 관련업체 은폐 급급, 정치권 특혜설도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2-10-18 12: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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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漢山 화강암 뒷거래 의혹”

    북한산 국립공원 내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공사 현장 입구. 뒤에 보이는 산이 사패산이다.

    일산~퇴계원 간 서울외곽순환도로 북한산국립공원 관통 지역인 사패산 터널공사 현장에 특유의 검은 빛과 고운 재질을 가진 151만m3 규모의 화강암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주간동아’ 취재 결과 밝혀졌다. 그러나 사업주체인 한국도로공사와 해당구간 시공업체들은 화강암 발굴 사실을 쉬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화강암 뒷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현정권 실세 차원의 특혜설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산에선 지금까지 화강암이 한 번도 채굴된 적이 없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구간에서 나오는 화강암은 국내 최상급 품질이어서 27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한국도로공사의 ‘4공구(사패산터널 구간) 발생암 및 처리계획서’에 따르면 사패산 터널 굴착공사 구간(직경 22m, 높이 12m, 길이 4km)엔 151만m3 규모의 화강암 모암(자연상태의 암석)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주간동아’가 함께 입수한 ㈜서울고속도로(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발주받아 서울외곽순환도로 시공을 맡은 민간 컨소시엄사)의 ‘북한산 국립공원 터널 통과에 의한 수리변동 분석 보고서’는 다음의 내용을 통해 사패산 터널 구간에서 나오는 모암이 최상급 화강암임을 밝히고 있다.

    “화강암은 조사 지역 대부분을 점하고 있고, 화강암의 현미경 관찰 결과 미세균열 등이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주 양호한 암체로 판단되며 사패터널 시추 조사 결과 경암으로 밝혀졌다.”

    “567억원 터널공사에 부수입이 4배”



    한국도로공사도 최근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사패산 터널 구간에서 나오는 화강암이 경제적 가치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 가치는 m3당 1000원대로 계산해 총 32억원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불교환경연대’ 등 환경단체 및 시민단체는 감정가 축소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2700억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발생한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화강암 채굴, 판매 전문가인 하동석산산업 박철선 대표는 사패산 터널 구간을 현장답사한 뒤 “한국도로공사가 산출, 공개한 32억원은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사 결과 사패산 터널 화강암은 색상이 좋고 입자가 고우며, 철분이 없다. 화강암 업계에서 국내 최상급으로 치는 포천석A급보다도 품질이 뛰어났다. 사패산 터널 화강암은 m3당 18만원은 호가할 것이며 151만m3 규모면 경제적 가치는 2718억원이 된다. 전국 건설공사비 산출의 기준이 되는 ‘물가정보’의 포천석A급 가격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그보다 훨씬 더 받을 수도 있다.”

    사패산 터널 구간은 서울고속도로 컨소시엄사 중 LG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LG건설은 이를 567억원에 에덴건설(230억원)과 A사에 수의계약으로 하청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에덴건설(사장 윤일정)은 97년 250억원이었던 도급한도액이 2001년 552억원으로 뛰는 등 98년 이후 관급공사 하도급을 잇따라 따내면서 급성장한 업체다.

    이 업체의 윤일정 사장은 전남 강진 출신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다녔던 서교동 성당 신자였다. 지난해 11월 한나라당이 ‘이용호 게이트’ 몸통으로 김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 권노갑 민주당 전 고문, 정학모 전 LG스포츠단 사장을 실명으로 밝히는 과정에 에덴건설이 함께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에덴건설측은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윤사장과 김홍일 의원이 안면이 있을 수는 있지만 수주를 청탁하는 등 권력형 특혜를 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北漢山 화강암 뒷거래 의혹”
    LG건설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감 답변서에서 “사패산 터널공사 하도급 계약을 맺은 적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덴건설 박성근 관리본부장은 “문서상 계약을 안 했을 뿐 에덴건설은 LG건설과 합의해 사패산 터널공사를 수주받았다. 지금도 그 공사는 우리가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LG건설은 에덴건설측에 사실상 하도급을 주었으면서 이를 숨기기 위한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측은 “사패산 터널 화강암을 놓고 정권 실세 차원의 실력행사가 있었다고 한 사업주체의 경영진이 B씨에게 털어놨다는 말을 B씨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확인을 위해 B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LG건설 관계자는 “사패산 터널 하도급과 화강암 처리는 건설 관행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화강암은 일정 규격 상태로 판매할 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따라서 사패산 터널 발파작업 방식은 화강암에 대한 각 업체의 입장을 읽을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그런데 관련기관 및 업체들은 돌을 잘게 분쇄하는 방식의 3공구 터널 발파 계획 도면만을 국회에 제출했다. 4공구 사패산 터널 발파방식을 분명하게 밝히라는 거듭된 요구에 대해선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北漢山 화강암 뒷거래 의혹”

    2월18일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공사 구간 시공사인 LG건설 직원들이 공사를 반대하는 한 비구니 스님을 끌어내고 있다.

    검고 부드러운 재질의 북한산 화강암은 서울을 대표하는 개성적 자연환경을 연출한다. 민간인이 임의로 이 돌을 채굴한다면 국립공원 훼손에 따른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북한산 화강암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며 ‘역사성’도 함께 갖고 있어 ‘보존의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불교환경연대 간사 법현 스님은 “사패산은 북한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해 있으며 따라서 사패산 터널에서 배출되는 화강암도 개인, 특정 기관, 특정 기업의 소유가 될 수 없는 공공재”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그 경제적 가치가 2700억 원대에 이른다면 사패산 터널의 화강암은 이미 단순한 돌이 아니라 ‘공적자금’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에덴건설측은 “우리는 터널에서 나오는 화강암 처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내부자료에서 화강암은 매각해서 수익을 얻는 것으로 근본적 처리지침을 세워두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한국도로공사, LG건설, 에덴건설, A사 혹은 또 다른 관계자 중 누군가가 갖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 얘기대로라면 업체들은 567억원 규모의 사업을 하면서 2700억원의 부수입을 챙기는 꼴이다. 사실이라면 특혜도 이만한 특혜가 없다. 역으로 공공의 관점에선 같은 액수의 국립공원 자산, 공적자금을 특정 업체에 거저 주는 일이다.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투명하게 처리되어야 할 일임에도 관련기관들은 돌의 판매수익 규모와 이익배분 방법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화강암 얘기만 나오면 축소·은폐에 급급하고 어물쩡 넘어가려는 태도만 보이고 있어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한 의원은 “모 업체가 국회를 상대로 워낙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어, 사정을 잘 모르는 동료 의원들로부터 ‘좀 살살하라’는 말을 듣는다”고 밝힐 정도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구간을 지나면 수락산 터널 구간이 나온다. 공사가 본격화되면 이곳에서도 다량의 화강암이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개된 정보는 사패산 구간보다도 적다.

    당연한 얘기지만 북한산 화강암은 한번 훼손되면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 북한산 허리의 화강암이 움푹움푹 잘려나가고 있지만 그 돌이 누구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지조차 아무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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