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4

2002.10.10

10연패 사슬 끊은 ‘반집의 사나이’

제33기 SK엔크린배 명인전 도전3국

  • 정용진 / 바둑평론가

    입력2002-10-04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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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연패 사슬 끊은 ‘반집의 사나이’
    이창호 9단(흑):안조영 7단(백)

    안조영 7단은 최근 ‘반집의 사나이’란 별명을 얻었다. 올해 패왕전에서 네 번에 걸쳐 반집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집 귀신’ 이창호 9단과 겨룬 결승 세 판 가운데 두 판을 반집으로 지며 타이틀 획득에 실패해 그야말로 반집에 웃고 울었다.

    너무 억울했는지 이 반집의 사나이가 ‘원조 반집의 사나이’ 이창호 9단에게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이번 무대는 제33기 명인전. 그러나 이창호는 역시 막강했다. 안조영 7단은 도전1, 2국을 내리 지고 막판에 몰렸다. 대(對)이창호전 10연속 패배. 타이틀 사냥은커녕 10연패의 사슬을 끊는 게 급선무로 보였다. 그런 그가 반집의 사나이답게 그 사슬을 ‘반집승’으로 끊었다.

    도전3국. 미세한 국면이지만 흑이 약간 좋아 보인다. 이때 백1의 승부수가 던져졌다. 흑 로 백쫔와 교환해두지 않았더라면 백1은 ‘가’ 정도가 최선의 끝내기였을 것이다(이것은 흑1로 막혀 희망이 없다). 이 미세한 틈을 치고 들어간 안 7단의 정밀함이 놀랍다. 흑으로선 ‘나’로 물러설 순 없는 노릇.

    10연패 사슬 끊은 ‘반집의 사나이’
    흑1로 기세 좋게 막자 백도 2로부터 움직여 수를 내고자 한다. 백20까지 흑 석 점을 먹었으나, 흑5까지면 백은 살 길이 없다. 그러나 백6으로 먹여친 수가 좋았고, 이 수상전은 흑이 한 수 빠르긴 해도 일일이 다 놓고 먹어야 한다. 백은 A부터 죄는 수가 모두 선수여서 들어가 살진 못했더라도 외곽을 둘러싸며 집을 건지고 있어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그런 다음 백B로 울타리를 침으로써 간발의 차로 역전. 269수 끝, 백 반집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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