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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종가 영국 클럽도 ‘빈익빈 부익부’

프리미어리그 ‘구름 관중’ 엄청난 수익… 심각한 재정난 풋볼리그 일부 파산 위기

  • < 안병억/ 런던통신원 > anpye@hanmail.net

축구 종가 영국 클럽도 ‘빈익빈 부익부’

영국은 흔히 축구의 종주국이라 불린다. 1863년 세계 최초로 축구협회(Football Association·FA)가 설립됐고 현재 340개 클럽이 이 협회의 회원으로 있다. 축구 경기규칙의 대다수는 영국에서 만들어졌으며 등록된 코치만 1만1500명이다. 4만개가 넘는 아마추어 축구클럽이 활동하고 있는 것도 축구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알려준다.

영국의 축구클럽은 수준에 따라 프리미어 리그와 풋볼 리그로 나뉜다. 프리미어 리그에 소속된 20개 클럽은 유명세에 걸맞게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가장 잘 나가고 있는 클럽은 지난 월드컵에서 잉글랜드팀의 주장이었던 데이비드 베컴이 소속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이 클럽은 지난 91년 런던 증시에 상장됐다. 상장된 회사는 지주회사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축구클럽과 스포츠마케팅을 담당하는 맨체스터 머천다이징, 급식업체인 케이터링, 그리고 미디어업체인 인터액티브로 이뤄져 있다. 2000년도 이 ‘기업’의 총매출액은 9500만 파운드(약 1750억원), 이중 수익이 1500만 파운드(약 260억원)다. 2001년의 매출은 1억 파운드를 넘어섰으며 수익도 1900만 파운드로 늘었다. 아스날이나 첼시 등 프리미어 리그에 속한 다른 클럽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큼은 아니지만 매년 이익을 올리고 있다.

축구 스타들의 몸값도 가히 천문학적이다. 데이비드 베컴은 소속 팀에서 받는 연봉과 광고 출연료 등을 합해 올해만 175억원 정도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축구 종주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요즘 영국의 몇몇 클럽들은 심각한 재정 위기를 맞고 있다. 프리미어 리그에 비해 풋볼 리그에 속한 72개 클럽은 상대적으로 재정이 취약하다. 그런데 지난 3월 풋볼 리그의 경기를 독점 중계해 온 위성방송사 ITV 디지털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 방송사로부터 중계권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풋볼 리그의 일부 회원클럽들이 파산 직전의 위기에 몰리게 됐다.



“선수도 파트타임으로 써야 할 판”

‘미디어 황제’라고 불리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은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선’과 일간지 ‘더 타임스’, 그리고 위성방송 비스카이비(BskyB·British Sky Broadcasting)를 소유하고 있다. 이 방송은 프리미어 리그를 독점 중계할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영국의 유료 TV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98년 10월에 설립된 ITV 디지털은 이런 비스카이비의 독주에 도전장을 냈다. 민영방송 ITV의 최대 주주사인 칼톤과 그라나다가 공동 출자한 ITV 디지털은 설립 초기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자를 무릅쓰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2000년 6월 풋볼 리그와 사상 최대 규모의 중계방송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의 일부였다. 이들이 중계권료로 계약한 금액은 4년간 무려 3억1500만 파운드(약 58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일부에서는 과연 풋볼 리그가 프리미어 리그만큼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됐다. 그러나 당시 풋볼 리그 회장에 취임한 데이비드 번즈는 협상 과정에서 ITV 디지털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주주사인 칼톤과 그라나다가 중계권료에 대한 재정보증을 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ITV 디지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점차 현실로 나타났다. 가입 후 3년이 지난 지난해 말의 가입자가 126만명에 불과했던 것. 대다수의 축구팬들이 텔레비전보다 경기장에서 풋볼 리그 시합을 직접 보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루 100만 파운드(약 18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던 ITV 디지털은 결국 올해 3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풋볼 리그는 이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전체 계약금의 3분의 1이 넘는 1억3100만 파운드(약 2400억원)를 받지 못했다.

풋볼 리그는 받지 못한 돈을 ITV 디지털의 대주주인 칼톤과 그라나다에게 요구하는 소송을 고등법원에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풋볼 리그와 ITV 디지털간의 계약서에 칼톤과 그라나다의 재정보증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항소한다 해도 승산은 별로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이 같은 여파로 풋볼 리그에 소속된72개 축구클럽 가운데 몇몇 클럽은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했다. 특히 풋볼 리그 3부에 소속된 24개 팀의 일부가 도산 직전의 상황이다. 이 팀들이 도산하면 소속된 수백여명의 선수들이 해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풋볼 리그 클럽들은 프리미어 리그 소속 명문클럽보다 수입이 적을 뿐만 아니라, 수입의 많은 부분을 텔레비전 중계료에 의존해 왔다. 프리미어 리그에 비해 인기가 적은 풋볼 리그를 후원하는 기업도 그리 많지 않은 데다가 유명 선수의 캐릭터나 티셔츠 등을 팔아 올리는 수익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등 프리미어 리그의 몇몇 강팀들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설상가상으로 중계방송사의 법정관리 여파로 일부 후원기업들마저 지원을 중단해 버렸다.

3부에 소속된 영국 중동부 링컨시 클럽의 롭 브래들리 회장은 “심각한 재정난 때문에 일부 선수를 해고하고 파트타임 선수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현재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1부에 소속돼 비교적 형편이 나은 노리치시 클럽의 델리아 스미스 사무총장도 “중계권료를 받지 못해 앞으로 2년간 400만 파운드(약 74억원)의 예상수입이 없어졌다”며 “선수의 몸값이나 처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계방송사 법정관리 결정타

문제가 이 지경까지 가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풋볼 리그가 그동안 현실에만 안주, 리그 운영에 대한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풋볼 리그 회장이나 사무총장직은 회원사의 회장들이 돌려가며 맡는 것이 관례였다. 2000년 10월 회장에 취임한 데이비드 번즈는 여행사 회장 출신이다. 결국 번즈 회장은 고등법원에서 패소한 책임을 지고 최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풋볼 리그가 컨설팅업체에 의뢰한 구조조정 권고안도 리그 운영에 과감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도입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풋볼 리그는 1, 2, 3부로 나뉘어져 각 부에 각각 24개 팀이 소속돼 있다. 이중 성적이 우수한 1부 클럽이 리그 수입의 75%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수익 배분은 그렇지 못했다. 2부, 3부 클럽의 반발로 이들에게 정당한 몫 이상이 돌아갔다. 또 이사회 구성도 1, 2, 3부 클럽에서 각각 같은 수의 이사를 선발하도록 되어 있으며 의결권 역시 동등하다.

구조조정 권고안은 이 부분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1부에 속한 클럽에더 많은 의결권을 줄 것과 수익 배분의 재조정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2, 3부 클럽들이 이런 구조조정안에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어 제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영국 축구협회나 정부는 축구클럽들을 지원하지 않는다. 축구협회는 앞으로 3년간 축구구장이나 시설 개선에 4500만 파운드(약 83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지만 이 계획에 개별 클럽에 대한 지원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영국 정부도 스포츠복권에서 나오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축구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는 축구 전반에 대한 투자이지 특정 클럽이 가져갈 수 있는 몫은 아니다.

축구의 종주국이자 자생적인 축구클럽이 활성화된 영국. 그러나 일부 축구클럽의 재정난은 월드컵 이후 축구단 창단 논의가 활발한 한국 축구의 관계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임이 분명하다.



주간동아 2002.09.12 351호 (p54~55)

< 안병억/ 런던통신원 >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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