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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협회 ‘친위 쿠데타’ 숨은 손?

DJ 처남 차창식씨 인사 개입 의혹… “집행부 구성 사전 조율했다” 주장 나와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배구협회 ‘친위 쿠데타’ 숨은 손?

대한배구협회(회장 강동석) 관계자들은 요즘 배구계를 소리 없이 주무르는 생소한 한 사람을 ‘은밀히’ 탐문하느라 정신이 없다. 일부에서는 “그가 현 정권 실세들도 무시하지 못하는 대통령 친인척”이라고 하는 반면에 다른 한편에서는 “대통령 친인척이긴 하지만 별 ‘영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평하는 등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도대체 그가 어떤 사람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배구계 인사들이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 인사는 차창식씨. 김대중 대통령의 사별한 부인 차용애 여사의 동생으로, 한때 한나라당으로부터 “권력형 비리에 개입했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그는 현 정권 출범 이후 서울 강남 술집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등 달라진 위상을 과시하기도 했다. 몇몇 현직 검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6월 중순 강동석 회장과 만나


배구계 인사들이 차씨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배구협회 현 집행부 구성에 그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차씨가 지난 6월11일 대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 강동석 한국전력 사장을 만나 현 집행부 구성을 사전에 조율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 특히 집행부 구성을 앞두고 차씨와 가까운 배구협회 관계자들 사이에 은밀히 나돌았던 협회 총무이사 인사안이 ‘일부’ 실현되면서 새삼 차씨의 ‘파워’를 인식하게 됐다는 배구계 인사들도 많다.



당시 총무이사 인사안은 현임 홍모 이사를 내보내고 대신 과거 협회에 파견 나왔다가 한전에 원대복귀한 이모씨를 다시 불러들인다는 내용이었다. 이 경우 총무이사 인건비는 한전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협회 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이씨 본인의 완강한 거부로 협회측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이씨 대신 한전의 다른 간부를 파견 받았으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만하다.

차씨의 ‘파워’에 대한 배구계 인사들의 쑥덕거림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차씨가 6월 중순 강동석 회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당시 차씨를 안내했던 협회 조종길 사무국장은 “차씨를 잘 알고 있는 허모씨와 함께 차씨를 만난 자리에서 허씨가 차씨에게 ‘강회장이 배구에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얼마 후 차씨가 ‘강회장을 만나러 같이 가자’고 해서 동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강동석 회장은 “이왕 배구협회장을 맡았으니 열심히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

문제는 차씨가 끼어들면서 집행부 구성이 전체 배구인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이뤄졌다는 점. 협회의 한 이사는 “작년 신인 선발 드래프트에 참여하지 않아 ‘코트의 미아’가 됐던 이경수 선수 ‘파동’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부회장 겸 전무 조영호 교수(한양대 체육대학원장)가 유임됐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의 ‘독주체제’가 굳어졌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역시 ‘이경수 파동’에 책임 있는 송만덕 현대캐피탈 감독 역시 남자 대표선수 선발 권한을 갖는 강화이사에 유임된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차씨 주변에서는 그의 이런 행동을 배구 발전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차씨와 가까운 허씨도 “배구뿐 아니라 운동을 좋아하는 차씨가 실업 배구팀 창단을 위해 나름대로 힘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설명대로 차씨가 순수한 뜻에서 배구협회를 도와준다고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의문이다. 차씨는 배구협회와 ‘공식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강동석 회장이 대통령 친인척인 차씨를 만난 사실 역시 ‘오해’를 받을 소지가 많다. 한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발전 자회사 민영화 등 굵직한 현안이 많은데, ‘한가하게’ 차씨나 만나고 있을 시간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강회장은 기자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해명이 없었다.



주간동아 2002.09.12 351호 (p20~)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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