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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바다’는 정말 단순 ‘해적’일까

공짜 좋아하는 ‘자판기’ 아닌 새 ‘문화 테크놀러지’… 문화적 토론으로 타협점 찾아야

  • < 이동연/ 문화평론가·문화연대 사무차장 > sangyeun@hitel.net

‘소리바다’는 정말 단순 ‘해적’일까

‘소리바다’는 정말 단순 ‘해적’일까
7월11일 법원은 인터넷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인 ‘소리바다’에 대한 음반산업협회의 사용중지 요구를 받아들여 서비스 중지 가처분신청을 내렸다. 가처분신청이라는 말이 함의하듯, 법원은 소리바다 사이트의 일시적 사용 중단을 명령했을 뿐, 아직 불법성에 대한 확정 판결을 내리지는 않았다.

상황이 어떻든 작년 초부터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던 소리바다 사이트에 대한 법적 공방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정보 공유를 주장하는 네티즌들과 저작권 보호를 외치는 음반업계 사이에 마지막 뜨거운 혈전이 전개되고 있는 것.

파일 저장 서버 없어 불법 단정 무리

이번 법원의 잠정적인 결정이 더 큰 논쟁을 불러오는 까닭은 소리바다에 대한 상반된 입장들이 요즘 음반업계가 당면한 절박한 사태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음반업계는 작년 매출의 절반도 안 되는 올해 음반시장의 심각한 붕괴현상이 결정적으로 소리바다의 ‘노래 도둑질’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인기 가수들이 동참한 ‘mp3 파일 추방 결의대회’가 열릴 예정이고, 소위 ‘왁스 언니의 mp3 파일 추방 캠페인’도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 와중에 법원의 서비스 중지 가처분신청이 내려졌으니, 음반업계 불황의 모든 원인을 네티즌들의 도덕 불감증으로 돌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소리바다’는 정말 단순 ‘해적’일까
그러나 최근 연예계 PR비 로비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네티즌들은 음반시장 불황의 원인이 바로 업계 내부의 투명하지 않은 제작시스템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음반업계는 법원의 판결이 곧 음반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 자신하는 반면, 네티즌들은 소리바다를 폐쇄해도 음반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네티즌의 음반불매운동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렇듯 서로 다른 입장과 전망 속에서 ‘정보 공유’와 ‘저작권 보호’가 충돌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이 시점에서 소리바다의 ‘법적’ 판결을 앞두고 ‘문화적’ 논쟁이 필요하다. 소리바다 사태로 인한 ‘정보 공유’와 ‘저작권 보호’의 충돌은 소위 이권분쟁의 차원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문화시대에서 수용환경의 변화를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소리바다를 이용하는 음악의 수용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음반산업협회가 소리바다를 ‘해적’으로, 이용자들을 ‘도굴꾼’으로 단정하는 것은 적어도 한국 사회에 보편화된 온라인 정보사용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다. 온라인상에서의 음악파일 공유는 적어도 길거리 불법복제 테이프를 구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알다시피 소리바다는 음악파일을 저장하는 서버가 존재하지 않고, 음악파일이 있는 IP 주소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소리바다는 거리에서 불법복제 테이프를 제작하여 익명의 대중에게 판매하는 행위와 달리 그곳에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능만 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상에서의 네티즌들의 음악파일 다운로드는 음악저작물의 소유나 취득의 개념이 아니라 음악적 내용의 공유, 감상의 의미를 가진다. 요컨대 네티즌들이 소리바다에서 mp3 파일로 음악을 듣는 것은 공짜로 음악을 듣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음악을 듣는 환경의 변화에서 자신들이 듣기 편한 문화 테크놀러지를 선택했을 뿐이다.

‘소리바다’는 정말 단순 ‘해적’일까
물론 음악을 수용하는 방식의 변화가 현행 저작권에 일시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소리바다’라는, 인터넷 환경에서 대단히 자연 발생적인 음악 수용방식을 모두 불법으로 단정하는 이상, 아무런 해결점도 찾을 수 없다. 음반산업협회는 소리바다로 인해 2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리바다를 폐쇄한다 해도 정작 음반시장에 돌아올 이익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소리바다를 폐쇄해도 제2, 제3의 소리바다 탄생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소리바다’란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발명한 ‘온라인 노래 자판기’가 아니라, 음악을 새롭게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만든 ‘문화적 테크놀러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리바다를 새로운 음악수용 환경으로만 일별할 수 없는 예외조항도 있다. 소리바다는 온라인상에서 LP(Long Playing)-CT(Cassette Tape)-CD(Compact Disc)로 이어지는 음악플레이어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를 자유롭게 저장할 수 있는 콘텐츠 저장소이기 때문이다. 음악 콘텐츠의 복제과정은 오프라인에서의 복제 및 공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대량적이기 때문에 적어도 거액의 돈을 들여 음악을 제작하는 당사자로서는 인터넷에서의 음악수용을 순수한 수용행위로만 보기 어렵다. 바로 여기에서 저작권 보호에 대한 나름의 정당성이 발견된다. 그렇다면 이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보 공유 vs 저작권 보호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소리바다를 불법으로 폐쇄시키지 말고, 법적으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전면 양성화하고 최소 유료화를 추진한다든지, 네티즌들의 다운로드 행위가 음반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온라인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가령 ‘냅스터’(미국의 음악파일 공유서비스 사이트로 2000년 법원으로부터 불법 판정을 받음)는 신곡의 경우 일정기간 유예한다든지, 차트 상위권의 노래들은 목록에서 제외한다든지 하는 제한조항을 두고 있다.

소리바다가 당장 이 제안을 제도적으로 실현하려면 어려움이 뒤따른다. 일단 소리바다의 운영 시스템에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며, 네티즌들의 암묵적 동의가 필요하다. 실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리바다를 유료화할 경우 사용하겠다는 네티즌이 20% 미만이었다.

현실적인 한계가 있더라도 이 문제가 장기적인 해결과제를 안고 있다면, 네티즌의 정보 공유의 자유와 저작권자의 디지털 저작권 보호를 모두 인정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네티즌들이 소리바다를 통해 음반을 구매할 수 있는 음악팬이 되고, 저작권자는 온라인을 통해 음악 서비스를 지원하는 네티즌이 되는, 양측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 그 전제는 개인의 선택에 호소하기보다 디지털 음반시장의 자연스러운 형성과 음반 콘텐츠의 질적 성장에서 찾아야 할 듯싶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에서 정보 공유운동이 문화적 콘텐츠와 충돌할 때, 한계를 갖고 있는 점도 수긍해야 한다. 말하자면 음반시장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문화적 콘텐츠에 대해서는 별도의 예외가 인정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보 공유운동과 저작권 보호가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충돌할 수 있겠지만, 문화적 콘텐츠를 개발하고 문화환경을 진일보시키는 데 협력할 부분이 많다. 법적 판결에 의존하기 이전에 문화적 토론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주간동아 345호 (p64~65)

< 이동연/ 문화평론가·문화연대 사무차장 > sangyeun@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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