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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업과 현대 ‘아리송한 커넥션’

16억원 받고도 대가성은 아니다?… DJ 정부 초기 ‘현대 버티기’ 배경에 관심 고조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김홍업과 현대 ‘아리송한 커넥션’

김홍업과 현대 ‘아리송한 커넥션’
검찰이 7월10일 김대중 대통령 차남 홍업씨의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도 홍업씨를 둘러싼 의혹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홍업씨가 삼성과 현대그룹에서 ‘활동비’ 명목으로 21억원이나 받은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이 돈의 성격이나 조성 경위, 그리고 삼성과 현대 외에 홍업씨에게 돈을 준 다른 재벌은 없는지 등 갖가지 의문이 일고 있다.

특히 홍업씨가 현대그룹에서 받은 돈이 16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홍업씨와 현대그룹 커넥션이 주목을 받고 있다. 홍업씨는 98년 7월 서울 역삼동 개인사무실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금강고려화학 김모 부사장으로부터 정주영 당시 현대 명예회장이 ㈜금강고려화학 정상영 회장을 통해 활동비 명목으로 10억원을 10만원권 헌 수표 1만장으로 받은 것을 시작으로 99년 3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매달 현금 5000만원씩을 아예 월급처럼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의 출처에 대해 고 정주영 명예회장 개인 돈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돈을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는 데다 대가성도 확인할 수 없어 홍업씨에게 조세포탈죄만 적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현대가 2000년 2월 이후 홍업씨에게 돈을 제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그때는 ‘왕자의 난’이 발생했을 때였으니까…”라고 얼버무렸다.

대가성 없다면 왜 헌 수표로 돈세탁?

그러나 이런 검찰의 설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7월11일 성명을 통해 “검찰 발표대로 홍업씨는 성원건설, 대한주택공사, 평창종건 등으로부터 화의 인가나 청와대 내사 무마, 신용보증서 발급 등의 청탁을 받고 이를 해결해 주었다”며 “현대가 이처럼 정책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홍업씨에게 아무런 반대급부를 기대하지 않고 단순히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제공했다는 말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국회 차원에서 홍업씨와 현대 커넥션을 파헤친다는 입장이다. 이강두 정책위 의장은 7월11일 “현대가 금강산 관광을 시작할 때 홍업씨가 현대에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구조조정과 빅딜정책이라며 아주 잘 나가던 LG반도체를 뺏다시피 해 현대에 준 배경도 이런 데서 연유했다고 본다”고 비난했다.

현대가 98년 7월 홍업씨에게 돈을 제공하면서 10만원권 헌 수표를 이용했다는 점도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검찰 발표대로 대가성 없는 ‘활동비’로 주었다면 굳이 헌 수표를 이용한 돈세탁까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정주영 명예회장 개인 돈이 아니라 현대그룹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제공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런 정황 때문이다.

홍업씨와 현대의 관계는 정권을 뛰어넘어 권력과 밀착해 온 한국 재벌의 행태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김영삼 정권과의 불화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자초한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치고 재벌 개혁을 기치로 내건 김대중 정권에서도 권력 핵심과의 관계를 유지해온 현대의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고 비꼬았다. 이 인사는 “80년 신군부 등장 때도 정주영 명예회장에게 비슷한 ‘위기’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때도 정 명예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신군부의 좌장’ 황영시 3군사령관의 환심을 사기 위해 3군사령부내에 교회를 무상으로 지어주었고, 이를 계기로 신군부 쪽에 ‘줄’을 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권 일각에서는 홍업씨 비리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가 97년 대선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일부 기업인들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홍업씨 주변의 한 인사는 “97년 당시는 김대중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홍업씨가 지방을 돌아다닐 때 찾아온 기업인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의 증언대로라면 홍업씨는 당시부터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셈이다.

홍업씨가 현대로부터 돈을 받게 된 과정을 보면 대선 당시 선거자금 ‘불법’ 모금과 비슷한 면이 엿보인다. 홍업씨 주변의 한 인사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돈을 홍업씨에게 전달한 금강고려화학 김부사장은 홍업씨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홍업씨가 덥석 받은 것을 보면 선거 때 전후 사정 가리지 않고 선거자금을 수금했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현대는 홍업씨에게 무엇을 기대했을까. 검찰수사에서는 대가성이 없다고 결론내린 만큼 구체적인 청탁 내용이 드러난 것은 없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정권 출범 초기부터 재벌 개혁을 내세운 김대중 정부에서 현대그룹이 ‘버티기 작전’으로 나오게 된 배경이나 99년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당시 보인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저항’이 홍업씨가 관련돼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익치씨 구속 앞두고도 치열한 로비”

검찰이 99년 9월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을 현대전자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한 것은 순전히 수사팀의 ‘승리’였다.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주문’한 청와대와 여권의 뜻을 무시하고 ‘법대로’ 수사를 진행한 결과였기 때문. 당시 여권 주변에서는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은 현대증권 박모 상무를 구속하는 선에서 끝내기로 ‘조율’이 이뤄졌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당시 이익치 회장은 구속을 앞두고 두 달여 동안 ‘잠행’을 계속하면서도 여권 관계자들을 열심히 만나고 다녔다. 당시 사정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이나 경찰 등 사정기관은 물론이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모든 정보 채널에서는 한결같이 ‘검찰이 바이 코리아 펀드로 외환위기 이후 한국 증시를 살린 이익치 회장을 구속하려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내용의 보고가 올라간 것을 보고 현대측의 ‘로비’에 새삼 혀를 내둘렀다”면서 “당시 국정원 등 사정기관에는 홍업씨 인맥이 포진해 있었다”고 말했다.

2000년 8월7일 개각에서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이 물러난 배경에도 홍업씨와 현대 커넥션이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다. 이용근 전 위원장은 물러나기 직전 한 사석에서 현대를 겨냥해 “재벌의 힘이 이렇게 센 줄 몰랐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용근 위원장은 당시 현대측에 시장이 신뢰할 만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지만 오히려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전화 ‘협박’을 당하고, 끝내는 중도하차했다.

재벌 그룹의 경영 투명성을 위해서라도 홍업씨와 현대 커넥션에 대한 철저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 검찰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주간동아 344호 (p38~10)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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