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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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유산소 운동 “체지방 안녕!”

식습관 바꾸고 땀 흘려 이룬 다이어트 성공기… 쉬지 않고 할 수 있는 종목 택해야

  • < 박혜순/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입력2004-10-05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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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한 유산소 운동 “체지방 안녕!”
    다이어트를 시작하려는 혹은 진행중인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상은 모델처럼 날씬한 사람도, 산해진미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상은 자신과의 지난한 싸움을 이기고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이다. 그만큼 비만에서 벗어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비만 전쟁’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살을 빼기로 결심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비만 전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식사습관을 바꾸는 것은 기본이고, 꾸준한 운동은 필수였다. 물론 다이어트 성공의 결과는 건강한 신체와 인생에 대한 자신감으로 나타난다. 오늘도 체중계 눈금을 노려보며 힘겨운 싸움에 나선 사람들을 위해 체중 감량에 성공한 몇몇 비만 환자의 예를 들어본다.

    ‘꽃미남’이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은 박상우씨(29). 다부진 근육과 해사한 얼굴을 보면 한때 그가 130kg의 거구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기성복을 입지 못할 만큼 뚱뚱했다. 여름이면 켜켜이 층진 뱃살에 땀띠가 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정도.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한 몸 덕분에 군대도 면제받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여성에게는 버림을 받았다. 충격받은 상우씨는 다음날부터 틈만 나면 달리기 시작한다. 식사량은 하루 한 끼. 결국 석 달 만에 90kg대로 진입했으나 위장장애로 쓰러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고도비만으로 인한 고혈압과 당뇨까지 겹쳐 그의 건강은 사면초가.

    ‘체중 감량이 절대로 필요하지만, 무리한 감량은 요요현상의 덫에 빠지는 지름길’이라는 의사의 충고를 마음 깊이 새긴 상우씨. 퇴원 뒤 곧바로 웨이트트레이닝에 돌입했다. 목표는 한 달에 3kg 감량. 그래도 6개월이면 20kg 가까이 살을 뺄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식단부터 바꿔 나갔다. 육식 대신 채식, 쌀밥 대신 현미와 콩을 섞은 잡곡밥을 택한 것. 또 가까운 거리는 차를 타지 않는 등 늘 움직이는 습관으로 요요현상이 끼어들 틈새를 주지 않았다. 자칫 습관이 흐트러지면 언제든지 다시 비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생을 살과의 싸움으로 보내야 하는 또 한 사람은 황학진씨(58). 그는 음식을 가려먹고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해야 하지만 오히려 즐겁기만 하다. 병원에서조차 고개를 젓던 순간의 절망감에 비하면 스스로 건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 “체지방 안녕!”
    황씨의 경우 배를 가득 채운 내장지방이 혈액을 타고 흘러다니며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일으켰다. ‘약 먹으면 낫겠지’하며 방심한 사이, 급기야 심장을 둘러싼 관상동맥까지 막아버렸다. 절체절명의 상황,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치료제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 황씨는 그 좋아하던 술부터 끊고 식사조절에 들어갔다.

    고기와 국이 없으면 수저를 들지 않던 습관을 버리고 입에 거친 현미밥을 여러 가지 쌈에 싸 먹었다. 그와 함께 매일 물통을 들고 동네 뒷산에 올랐다. 속옷을 흥건히 적시도록 흐른 땀과 비례해 살도 조금씩 빠졌다. 두어 달쯤 지났을까. 고비가 찾아왔다. 2주일째 체중이 제자리걸음이었던 것. 체중의 약 10%가 줄 무렵 찾아온다는 정체기였다. 그러나 남은 생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앞으로도 갈 길이 멀었다. 초조해하는 황씨에게 용기를 준 것은 다름 아닌 아내의 한마디였다. “밥도 뜸이 들어야 맛있잖아요. 당신 몸도 지금 뜸을 들이고 있는 거예요. 살이 빠진 몸에 익숙하도록 잦아드는 시기라고요.” 고비를 넘긴 그의 혈관 나이는 이제 30대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건강하다.

    한편 건강을 생각해 살을 뺀다는 것 자체가 사치인 사람들도 있다. 영주씨(25)가 그랬다. 대학교 4학년 때는 최악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낯이 화끈거린다. 평소 찾지 않던 백화점에 간 것이 화근. 졸업사진 찍을 때 입을 옷을 사려고 백화점을 찾은 영주씨를 맞은 것은 매장 점원들의 걱정 가득한 눈초리였다. 드넓은 매장 어디에도 155cm의 키에 65kg이나 나가는 아가씨에게 맞는 옷은 없었다. 점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격다짐으로 옷을 고르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쟤 너무 뚱뚱하지 않니?’라며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았다.

    옷을 사러 갈 때마다 같은 수모를 겪는 그녀는 아예 외출을 삼갔다.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화가 됐다. 사흘씩 내리 굶다 어느 순간 폭식하는 악순환의 반복이 삶에 대한 회의와 자살충동으로까지 이어진 것.

    건강을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열흘을 커피와 우유만으로 독하게 버티며 5kg 감량에 성공했다. 어느 정도 심리적 안정을 찾은 뒤 조금씩 밥을 먹으며 운동을 병행했다. 실질적인 다이어트가 시작된 셈. 줄넘기 500번으로 아침을 열고, 신촌에 있는 학교에서 광화문에 있는 서점까지 걸어다녔다. 오후 5시에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하고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부지런을 떨었다. 그러기를 1년, 그녀는 무려 15kg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그때부터였다. 고량진미의 유혹은 달콤했고 다시 살이 찌지 않을까 두려웠다. 대안은 규칙적인 식사습관과 운동뿐. 지금도 영주씨는 퇴근 후 동네 산책을 거르는 일이 없다.

    이들의 성공전략은 식습관 변화다. 하지만 단순히 식사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밤시간에 먹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저녁에 활성화되는 부교감신경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술도 가급적 삼가야 한다. 안주는 물론 술 자체의 열량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이들은 한결같이 운동을 해법으로 삼았다. 특히 무리하지 않되 꾸준히 한 것이 핵심. 40분에서 한 시간 반 가량, 일주일에 5일 이상 꾸준히 한다면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운동을 선택할 때는 강도가 다소 낮더라도 체력이 허락하는 한 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숨이 가빠 쉬면 그때마다 지방분해가 멈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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