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6

2002.05.30

지지도 오르니 ‘역 정계개편’ 시동

한나라당, 과반의석 확보로 대선정국 주도권 노려 … 자민련 의원 2~6명 포섭 대상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04-10-05 15:1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지도 오르니 ‘역 정계개편’ 시동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기 전, 그러니까 노후보가 ‘신민주대연합’ 구상을 철회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민주당 고위 인사는 한나라당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지나가는 말로 이런 우려감을 전했다. “노후보가 자신의 구상을 실천에 옮기면 그 ‘반작용’으로 여권 내부에서 20여명은 떨어져 나갈 것이다.”

    한나라당은 즉각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에 대한 성향 분석에 들어갔다. 그 결과 민주당 원 내외 지구당 위원장 중 43명이 ‘구 민정계, 또는 옛 민자당’ 출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무현 후보는 5월19일 “한나라당은 그 뿌리가 신한국당, 민자당, 민정당이므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노후보는 자신의 구상을 철회한 이후에도 ‘민주화 세력이 국가통치의 정통성을 가진 유일 세력’이라는 ‘사고의 틀’은 여전히 고수하는 듯 보였다. 노후보는 “통합된 민주세력의 힘으로 대선에서 이기자”고 부연설명까지 했다.

    함석재 의원 사실상 ‘입당 효과’

    한나라당은 노후보의 이러한 점이 소위 ‘산업화 세력’ 출신 여권인사 43명에게 자기 모순과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본다. ‘민주화 세력’ 쪽으로 급격하게 쏠려 있는 듯한 노후보의 이념 스펙트럼은 향후 야당을 깰 수도, 여당을 깰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것. 한나라당 관계자는 “누가 더 깨지는가의 문제는 양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노무현 돌풍’이 한풀 꺾였다. 반사적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올랐다. 그러자 ‘한나라당발 정계개편론’이 나오고 있다.

    그 논리적 구조는 크게 두 가지다. ‘정권교체를 위해선 이회창 중심으로 보수세력이 결집해야 한다’는 것이 하나다. ‘민주화 세력 중심으로만 나라를 이끌겠다는 노후보측 구상은 분열주의다. 한나라당은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을 포용한다. 그러니 민주화 세력도 모여라’는 것이 다른 하나다.

    한나라당은 “우리는 정계개편 안 한다”고 말했지만 최근의 정치적 행보는 이 두 가지 정계개편 논리에 대입했을 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함석재 의원이 자민련을 탈당한 뒤 3~4일이 지났다. 한나라당은 “받을 생각 없다”고 한다. 그러나 ‘무소속’ 함의원이 국회 표결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공공연하게 나온다. 사실상 ‘입당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용환 국가혁신위원장은 자민련 의원들을 향해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자민련은 대선후보도 못 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니 같은 보수끼리 뭉치자는 것이다.

    자민련, 구체적으로 김종필 총재는 더 곤궁한 처지가 됐다. 돌파구는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의 선전밖에 없다. 이를 위해 민주당과 선거공조를 추진중이다. 그런데 ‘산업화 세력 그 자체’인 김총재와 노후보가 직거래하는 것은 두 사람 모두 부담스러운 일이 됐다. 중간에 이인제 의원을 넣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꿈쩍도 않는다. “민주`-`자민 연대는 아무래도 어색하다. 이길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한 의원의 노골적 표현에 따르면, 충청 출신 이회창(대통령후보), 김용환(당내 서열 2위), 서청원(당 대표·최고위원 경선 1위), 강창희(최고위원 경선 2위)씨가 모두 한나라당 내에서 권력 요직에 올랐으니 충청도에서 표 달라고 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자민련 의원 2~6명의 한나라당 입당으로 보수세력을 결집해 과반의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한나라당 전략이다. 의장 등 국회 자리 배분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특검제나 국정조사 실시를 관철하는 등 ‘대선 승리’와 ‘완벽한 의미의 집권’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

    현재 한나라당은 과반의석에서 두 석이 부족하다. 자민련과 국회 내 공조가 어려운 형편이니 두 명 이상의 의원 영입이 현실적 차선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의원 영입이 인위적 정계개편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잠시 뜸을 들인 후에는 “광의의 정계개편으로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민련 압박이 ‘보수 결집용’이라면 중도-개혁`-`젊은층엔 포용전략이 구사되고 있다. 새로 출범한 한나라당 체제에서 서청원(당 대표), 이규택(원내총무), 김무성(대선후보 비서실장), 남경필(대변인) 등 민주계-개혁성향 인사들이 약진했다. 반면 하순봉 김기배 양정규 등 민정계 3인방은 모두 2선 퇴진했다. 대구 출신 안택수 의원도 총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중량감 있는 개혁성향 의원들은 한나라당에서 요즘 ‘보배’로 통한다. 당 지도부는 최근 김덕룡 의원에게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직을 제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양정규씨는 고려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 지도부 한 인사는 “이부영 의원이야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라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롤러코스터’처럼 급락했다가 올라가는 추세다. 한나라당은 ‘보수결집+중도·개혁 끌어안기’ 개편의 에너지를 회복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이후보 지지율은 언제든지 다시 내려갈 수 있다. 한나라당이 회복했다는 ‘원기’(元氣) 역시 언제든 힘을 잃고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당장 민정계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당적 변경에 대한 경계 여론도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