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0

2002.04.18

지하도 나온 노숙자 ‘봄은 먼 곳에’

  • < 사진 / 김성남 기자 > photo7@donga.com < 글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10-28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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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도 나온 노숙자 ‘봄은 먼 곳에’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겨울 300명 가까운 노숙자가 서울 거리에서 죽어갔다. 그렇게 모진 겨울이 지나갔지만 노숙자들은 다시 찾아온 봄이 그리 반갑지 않은 눈치다. 월드컵 때문이다. 서울시는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노숙금지 구역을 확대하고 특별관리 구역을 지정해 운영한다는 내용의 ‘노숙자 특별보호대책’을 마련했다. 그중에는 월드컵 경기를 전후해 노숙자 대상의 4박5일 특별연수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월드컵 기간에 노숙자들을 아예 ‘숨겨놓겠다’는 기막힌 발상이다. 결국 인권침해라는 시민단체의 반발로 특별연수 계획은 백지화되었다.

    IMF사태의 태풍을 맞으며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노숙자들. 한때는 우려와 동정의 눈길도 많았지만 다시 경제가 풀리면서 그들은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하도를 지날 때 으레 마주치는 익숙한 풍경쯤으로 치부될 뿐이다. 당국 역시 외국 관광객들에게 이들을 들킬세라 전전긍긍하고만 있다.

    봄 햇살이 환할수록 그늘도 짙어지는 것일까. 따스한 날씨와 단비가 봄이 왔음을 알리지만, 그들에게 봄은 멀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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