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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영원한 고민’ 외모냐 마음이냐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
2004-11-01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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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고민’ 외모냐 마음이냐

‘영원한 고민’ 외모냐 마음이냐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의 개봉을 앞두고 한 영화 인터넷 사이트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당신은 다음 중 어떤 타입의 여성을 고르시겠습니까?

1. 쭉쭉 빵빵한 미녀지만 머리 나쁜 그녀

2. 성격 좋고 유머 있는, 몹시 뚱뚱한 그녀

3. 쭉쭉 빵빵한 미녀지만 성격 나쁜 그녀



아직 진행중인 설문조사의 중간결과를 들여다보니 2번이 52%, 1번이 36%, 3번이 1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예쁘고 성격 나쁜 여자보다는 예쁘지만 머리 나쁜 여자를 선택했고, 외모가 못생겼어도 유머러스하고 성격 좋은 여자에게 후한 점수를 주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라 인간성이고 성격?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응답자의 남녀 비율이 어떻고, 성별로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런 결과가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과 가치관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진짜 그렇다면 그토록 많은 여성들이 뼈빠지게 돈 모아 성형외과를 찾고, 사경을 헤매면서까지 다이어트에 목숨 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영원한 고민’ 외모냐 마음이냐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지만, 이젠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돼버렸다. 사람의 육체란 어찌 보면 한갓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지만, 이 껍데기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되고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이 영화를 보면 안다.

패럴리 형제 감독의 신작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가 재미있는 건 뚱뚱하고 못생긴 귀네스 팰트로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몸무게 140kg의 뚱녀 로즈마리로 분한 귀네스 팰트로는 라텍스를 동원한 특수분장의 도움으로 어마어마한 몸집 만들기에 성공했는데, 영화촬영이 끝난 후 TV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분장 차림으로 뉴욕의 한 호텔에 갔는데, 내가 다가가면 사람들이 모두 슬슬 피했어요. 아무도 날 상대하려 하지 않았고 눈조차 맞추려 하지 않았죠. 정말 무서웠어요.”

그런데 이런 로즈마리가 할이라는 남자 주인공의 눈에는 세상에 둘도 없는 미녀로 보인다. 그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것. 그런데 여기엔 웃지 못할 사연이 있다.

“여자의 과거는 용서해도 못생긴 건 용서 못한다”며 낄낄거리는 보통 남자였던 할은 영화의 원제(‘Shallow Hal’)처럼 얄팍하기 그지없는 남자. 예쁜 여자 밝히는 거야 남자들의 인지상정이지만, 할의 경우는 정도가 지나쳐 키도 작고 못생긴 자신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쭉쭉 빵빵’한 절세미녀들만 찾아다닌다. 그러니 허구한날 연애사업이 잘될 턱이 없다.

그런 어느 날, 할은 우연히 유명한 심리상담사 로빈스와 함께 고장난 승강기에 갇히게 된다. 할의 고민을 들은 로빈스는 그에게 특별한 최면요법을 선사한다. 그때부터 할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되고 세상은 이상하게 돌아간다. 눈에 번쩍 뜨이는 미녀들을 쫓아가면 이 여자들이 할의 구애에 감지덕지하고, 하나같이 천사 같은 마음씨로 그를 감동시킨다. 예쁜 여자치고 착하고 성격 좋은 여자는 없다고 믿었던 그에게 이건 정말 놀랄 일이다.

드디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로즈마리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만 친구들은 그를 비웃고 심지어 미쳤다는 오해마저 산다. 최면에 걸린 할의 시점과 정상인의 시점이 오가면서 로즈마리는 날씬하고 아름다운 원래의 귀네스 팰트로 모습이었다가 또 무시무시한 몸집의 뚱녀로 바뀌면서 관객에게 무엇이 ‘정상적’인 관점인지를 은근히 물어온다.

드디어 최면에서 깬 할. 눈앞엔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추녀가 서 있다. 과연 할의 선택은 무엇일까. 영화는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끝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영화는 사람에게 있어 외모보다는 내적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지만, 그 내적 아름다움이 귀네스 팰트로의 날씬하고 완벽한 모습으로 표현된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릴 사람들도 적잖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323호 (p86~87)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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