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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한국의 신문만화 100년’ 展

파란만장 현대사 담은 사회의 거울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파란만장 현대사 담은 사회의 거울

파란만장 현대사 담은 사회의 거울
매일 아침 신문을 펼쳐 들면 꼭 챙겨보게 되는 만화. 정치나 사회 현안들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만화 내용을 보면서 사람들은 잠시나마 쾌감을 느낀다. 그런데 놀랍게도 100년 전 사람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신문만화를 보며 웃고 있었다. 1909년 6월17일자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의 시사만화 ‘남의 숭내’는 일본 사람들을 흉내내느라 어울리지도 않는 연미복을 입고 다니는 친일파들을 한심한 동물로 묘사하고 있다. 또 1923년 동아일보에 실린 독자만화는 술 취한 조선사람을 매몰차게 발길질해 개울에 빠뜨리는 일본 순사의 모습을 세련된 그림체로 그려냈다. 예스러운 말투만 고치면 요즈음 신문에 실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파란만장 현대사 담은 사회의 거울
우리나라 신문만화의 역사는 한 세기에 가깝다. 최초의 신문만화는 1909년 6월2일자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렸다. 동아미디어센터 내 신문박물관에서 12월18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국의 신문만화 100년’전은 신문만화의 한 세기를 아우르는 전시회다. 1909년부터 2001년까지의 신문만화 250컷과 함께 당시의 신문유물 80점과 ‘고바우 영감’ ‘나대로’ 등 신문만화의 원화도 볼 수 있다.

20세기 초 신문만화를 그린 사람들은 유학파이거나 문인, 화가 등 당대의 지식인들이었다. 동아일보 창간호에 시사만평을 실은 김동성은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인물로 20년대 시사만화를 주도했다. 또 안석주 최영수 등은 만화 한 컷과 글을 같이 싣는 ‘만문만화’를 통해 시대상을 풍자하기도 했다. 이 당시 신문만화는 검열에 걸려 가끔 먹칠한 채 인쇄되기도 했다.

파란만장 현대사 담은 사회의 거울
초기의 신문만화는 ‘만화’가 아니라 ‘다음엇지’라는 순수 우리말 용어를 사용했다. 이 말은 ‘다음 그림 칸을 보아야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으나 얼마 안 가 사라지고 말았다.

1920년대가 되면서 신문만화는 본격적으로 성장한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이 창간되며 신문만화의 고전적 형식인 네 칸 만화가 자리잡았다. 1924년부터 조선일보에 연재된 ‘멍텅구리 헛물켜기’는 주인공 최멍텅과 친구 윤바람, 그리고 미모의 기생 신옥매가 등장, 한량과 기생의 연애행각을 그려내어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이 만화는 동명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멍텅구리 련애생활’ ‘멍텅구리 가뎡생활’ ‘멍텅구리 세계일주’ 등 멍텅구리 시리즈가 이어졌다. 또 안석주의 세태풍자 만화 ‘가상소견’은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의 옷차림을 비판하는가 하면, 격심한 빈부차 등을 그리는 등 깔끔한 그림체 속에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담아냈다.



일제의 신문 탄압이 심해진 1930년대 신문만화들은 해외만화나 아동만화, 성인만화 등 다양한 장르로 눈을 돌렸다. 1931년 동아일보에 실린 마균의 아동만화 ‘신동이의 모험’에서는 영리한 소년 신동이와 말하는 개가 등장해 갖가지 모험을 펼친다. 이처럼 동물과 어린이가 친구가 되는 내용은 이후 아동만화의 고전적인 형태로 자리잡게 된다.

신문이 모두 폐간된 일제 말기와 광복 전후는 신문만화의 공백기였다. 광복을 맞으면서 새로운 신문들이 우후죽순처럼 창간되었지만 대부분 신문들은 지면 부족으로 50년대 중반까지 만화를 싣지 못했다. 신문들이 다시 만화로 눈을 돌렸을 때, 이미 과거의 신문만화가들은 거의 타계한 후였다. 그래서 신문들은 신인 만화가를 발굴하기 위한 독자 투고를 장려했다.

파란만장 현대사 담은 사회의 거울
50년대는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만화 주인공들이 데뷔한 시기다. 1954년 한국일보의 해외만화 ‘블론디’에 이어 1955년 동아일보에 ‘고바우 영감’, 경향신문에 ‘두꺼비’가 등장했다.

이 같은 시사만화는 해학적인 내용으로 말기 자유당 정권을 비판해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김성환이 그린 ‘고바우 영감’은 1999년까지 무려 1만4139회를 연재, 역대 신문만화 중 최장수 주인공이 되었다. 신랄한 정치풍자를 주무기로 삼았던 고바우 영감은 1958년 1월23일자의 ‘경무대 청소부’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또 김경언 안의섭이 그린 ‘두꺼비’ 역시 조선, 한국, 세계, 문화일보를 거치며 고바우 영감과 함께 한국 신문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파란만장 현대사 담은 사회의 거울
신문만화는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겪는다.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박재동의 ‘한겨레 그림판’은 날카로운 시각과 탄탄한 그림체로 1컷짜리 시사만평의 인기를 부활시켰다. 또 일간스포츠에 연재되며 폭발적 반응을 얻은 고우영의 장편만화 ‘임꺽정’, 수필체 만화를 탄생시킨 조선일보의 ‘광수생각’ 등도 한국 신문만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신문만화의 역사는 곧 한국 신문의 역사, 정치의 역사이기도 하다. 독재정권 시절 신문만화는 삭제, 필화사건 등 갖가지 고초도 겪었다. 그러나 변함없는 사실은 이들이 항상 서민의 눈, 독자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새해에는 이들이 애환보다는 기쁨을, 눈물보다는 웃음을 더 많이 가지는 세상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1월27일까지, 문의 : 02-2020-1850).



주간동아 316호 (p84~85)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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