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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가 따로 없네”… 요란한 ‘인도 결혼식’

부유층 소비문화 과시로 종교색 퇴색 … 헬기로 꽃 뿌리고 무용단·악단 동원 예사

  • < 이지은/ 델리 통신원 > jieunlee333@yahoo.com

“쇼가 따로 없네”… 요란한 ‘인도 결혼식’

“쇼가 따로 없네”… 요란한 ‘인도 결혼식’
인도의 연말연시는 여느 나라와 다름없이 흥청거린다. 성탄절도, 설날도 큰 행사 없이 지나가는 인도인들이 연말에 축제 기분을 낼 수 있는 것은 결혼식 때문이다. 인도는 서늘한 겨울철이 결혼 시즌이다.

인도의 결혼은 결혼광고에서 시작된다. 유명 일간지에는 결혼광고란이 있어 신랑 신부의 부모들은 카스트별, 종교별, 지역별, 직업별로 구혼광고를 낸다. 결혼광고가 아니더라도 대다수 부부는 동네 어른이나 친척의 중매로 맺어진다. 과거에는 여러 촌락을 돌아다니며 영업하는 이발사가 공식 중매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인도의 결혼은 기본적으로 종교적 행사다. 딸을 시집보내는 것은 비슈누 신에게 딸을 바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때문에 결혼식 과정은 종교 의례에 가깝다. 인도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의 결혼예식은 일주일 이상 계속되는 긴 의례와 행사의 연속이다.

“쇼가 따로 없네”… 요란한 ‘인도 결혼식’
점성술로 계산된 ‘길일’이 잡히면 결혼식 일주일 전쯤 약혼식을 겸한 반지 교환식을 갖는다. 결혼식 2, 3일 전에는 신부와 여자 친척들의 손에 ‘헤나’를 그리는 메헨디 의식이 있다. 이것은 원래 신부의 손과 발에 헤나라는 염료로 무늬를 그려 넣는 이슬람 전통에서 유래한 것이다.

본격적인 결혼식은 신랑 친척들이 악대를 대동하고 춤을 추며 흰 말을 탄 신랑과 함께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결혼식은 화톳불로 상징되는 아그니 신을 증인으로 모신 자리에서 힌두교 성전인 베다 성구를 읊는 가운데 거행된다. 신랑과 신부는 옷자락을 서로 묶어 하나가 되었음을 공표하고 화톳불 주변을 네 번 돌면서 사랑과 부, 덕행, 영혼의 안식을 기원한다. 이어 신랑은 신부에게 금과 검은 구슬로 된 망갈수뜨라(결혼 목걸이)를 걸어주고 신부의 머리에 붉은 ‘신두르’를 찍어 결혼한 여성임을 표시한다. 친척들이 새로 탄생한 부부에게 꽃을 뿌려 축복해 주는 것으로 결혼식은 끝난다.



이와 같이 경건한 종교 의례였던 결혼식 풍경이 요즈음 많이 달라지고 있다. 중산층의 급격한 상승으로 발달한 소비문화와 부의 과시열기로 종교색은 많이 퇴색했다. 특급호텔의 정원이나 교외의 별장을 통째로 빌리는 것은 물론, 피로연장 치장도 영화세트를 방불케 한다. 신랑 신부의 입장을 위해 리무진과 헬기가 동원되고 헬기로 피로연장에 꽃을 뿌리는 경우도 있다.

행사의 가짓수가 많다 보니 의상비도 만만치 않다. 본예식 외에도 반지 교환식, 피로연 등을 위해 한 벌에 1000만원 가까운 예복을 서너 벌씩 주문한다. 결혼식날 신부가 입는 의상과 장신구 무게는 40kg 가까이 된다고 한다.

피로연에 모인 하객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그날 여흥을 이끌어줄 ‘스타’다. 영화배우나 인기가수가 출연해 흥을 돋우어 준다면 그날 피로연은 대성공이다. 1회 출연에 최소 10만 루피에서 많게는 150만 루피(한화 약 4200만원)까지 받는 연예인도 있다. 무용단과 악단을 부르는 것은 기본이고, 만화가를 초빙해 하객들의 캐리커처를 그리고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것도 인기 있는 여흥 중 하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신성한 결혼이 ‘결혼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과시용 소비와 돈벌이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통적 결혼이 과다한 지참금과 여성의 예속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적 억압 장치였다면, 오늘날에는 그에 더하여 물질의 노예로 만드는 자본주의적 억압 장치의 역할까지 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간동아 316호 (p54~54)

< 이지은/ 델리 통신원 > jieunlee333@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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