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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독 남편이면 말조심해야지”

캐나다 존 솔 최근 저서 '서방세계 이슬람觀 비판'…'정치 중립 비켜라' 여론 질타

  • < 황용복/ 밴쿠버 통신원 > ken1757@hotmail.com

“총독 남편이면 말조심해야지”

캐나다의 한 석학이 9·11 테러사태에 서방세계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세계가 광적일 정도로 친이스라엘적 중동정책을 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 넘쳐나도록 무기를 팔아 국제정세가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시각에서 사태를 이해하는 사람이 서방세계에도 많아 이 견해 자체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러나 그가 캐나다의 대표적인 지성인일 뿐 아니라, 현직 총독의 남편이기 때문에 그의 말에 특별한 무게와 의미가 실려 있다.

캐나다 총독 에이드리언 클락슨(62)의 남편 존 솔(54)은 문명비평가·문인·사상가 그 어느 것으로 불려도 좋을 이 나라 대표적 ‘먹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부인이 총독에 취임(1999년 9월)하기 전부터 탁월한 지성인이었고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의 층도 두껍다.

그런 존 솔이 최근에 나온 저서 ‘평형에 관하여’(On Equilibrium)에서 “기독교인들의 호전성이 이슬람교도들이 행한 어떤 것보다 더한 파멸적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 반세기 동안 유럽과 북미인들이 아랍세계에 보인 공격성은 중동의 정치와 관련됐다기보다 600만 유대인을 학살한 장본인이 다름 아닌 기독교 문명임을 망각하기 위한 거의 정신병적 시도와 관련됐을 것으로 나는 가끔 생각한다”고 썼다.

그는 또 9·11 테러사태 외에도 서방세계의 여러 현상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국의 사형제 고수를 ‘편집증’(paranoid)이라 표현했고, 낙태는 허용해야 한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보수적·우익적 사회관에 맞섰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총독 혹은 그 배우자가 이렇게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도 되느냐는 것이 비판론자와 보수적 신문들의 지적이다. 클락슨과 솔의 경우 총독직 수행에 동반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솔의 목소리는 바로 총독의 그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 일을 문제 삼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솔의 주요 연설문이 총독 클락슨의 공식 웹사이트에 오르고 있다.

캐나다의 총독(Governer General)은 이 나라 국가원수인 영국 왕을 대신하는 직위다. 총독은 ‘부왕’(副王·Viceroy)이라고도 불린다. 비록 대부분 의례적 권한이기는 하나 캐나다 총독은 캐나다 군의 통수권자고, 외교관의 임명권자며, 외국 원수가 이 나라를 방문했을 때 공식적으로 응대하는 임무를 맡는다.

물론 이 나라에서 가장 힘센 사람은 연방총리지만 공직서열 면에서는 총독이 연방총리를 앞서는 제일인자다. 다만 왕이 군림은 하되 통치는 하지 않는 영국의 전통이 그대로 연장돼 캐나다의 총독도 평상시에는 의회와 내각의 결정에 도장만 찍는다.

캐나다 총독은 이 나라 국민 중 영어권 사람과 프랑스어권 사람이 번갈아 맡는 것이 전통이었으나 1999년 장 크레티앵 연방총리가 파격적으로 중국계 소수인종 출신이자 여성인 에이드리언 클락슨을 제청했다.

그녀는 1939년 홍콩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캐나다로 이민했다. 클락슨은 토론토대학과 프랑스의 소르본대학 등에서 수학한 뒤 1965년부터 캐나다 공영방송인 CBC 시사대담 프로의 호스트 겸 인터뷰자로 오랜 경력을 쌓아 엘리트 반열에 올랐다.

그녀는 24세 때 정치학자인 스티븐 클락슨과 결혼했다가 70년대 이혼한 뒤 존 솔과 이념적 동반자로 지냈다. 클락슨이 총독이 되기 전부터 두 사람은 미국의 그늘에서 캐나다가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캐나다적 민족주의를 분명한 목소리로 주창해 왔다.



주간동아 316호 (p50~50)

< 황용복/ 밴쿠버 통신원 > ken175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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