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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1kg 빼는 데 200만원

강남 뷰티숍에 초호화 다이어트 등장 … 효과 의문에도 날씬한 몸매 좇아 ‘너도나도’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살 1kg 빼는 데 200만원

살 1kg 빼는 데 200만원
살1kg 빼는 데 200만원!” 일반인이 들으면 “무슨 헛소리냐”고 하겠지만 서울 강남지역의 일부 고급 뷰티숍(에스테틱)에서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더욱이 부유층 일각에서는 이곳을 드나들지 않으면 ‘촌뜨기’로 인정받는 분위기까지 조성된 상태. 이들 ‘귀족 뷰티숍’은 고액의 회비만 내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살을 뺄 수 있다고 선전해 의학적 진위와 관계없이 ‘돈만 있으면 예뻐질 수 있다’는 허상을 젊은층에 심어주고 있다.

지난 10월26일 오후 서울 강남지역의 A뷰티 클리닉을 찾은 대기업 회사원 김모씨(32)는 한없는 자괴감에 빠졌다. “보디케어, 스킨케어, 필요한 만큼의 살을 뺀다”는 여성지의 광고를 보고 이곳을 찾은 그녀는 상담원의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루 2시간 1회 ‘관리비’가 26만원. 10회는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조금이라도 살을 빼려면 260만원이 드는 셈. 일주일에 2~3회 하는 몸매 관리를 한 달 정도 받으려면 300만원이 날아갈 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상담원의 말은 더욱 기가 찼다.

“7kg은 줄일 예정인데, 10회 관리에 1kg쯤 빠지니까 70회는 해야겠네요.” 70회면 얼마인가. 액수를 계산해 본 김씨는 현기증이 일어났다. 상담원은 한술 더 떠 그렇게 해도 살이 꼭 빠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꼭 전체적으로 살이 빠지지 않아도 체지방만 골라 빼기 때문에 몸에서 울퉁불퉁 튀어나온 부분의 신체 곡선(보디라인)이 날씬해지고 원하는 체형을 가질 수 있습니다.”(상담원) 산후 5개월이 지나도 옛 몸매가 돌아오지 않아 이곳을 찾은 김씨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같은 시간, 이곳에서 빠져나온 20대 후반 여성을 만나 이곳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김씨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허벅지와 허리에 붙은 군더더기 셀룰라이트(피하지방)가 두 달이 지난 후 많이 정리됐어요. 500만원이 들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죠. 운동하지 않고 아름다워지려면 이 정도 투자는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김씨는 얼굴을 붉혔다. 갑자기 자신의 ‘가난’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문제는 지난해 한두 곳 보이던 이런 뷰티숍이 올 들어 서울에서만 10여 곳 이상 늘어났다는 점이다. 특급 호텔에는 웬만하면 이런 뷰티숍이 들어왔고, 아직 없는 곳은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호텔이 직영하는 곳도 있다. 뷰티숍의 성격과 손님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회 몸매 관리 비용은 15만~40만원 선. 가격이 올라갈수록 손님이 받는 서비스의 종류가 많아지고, 스킨케어, 페이스케어 등 피부와 얼굴에 대한 관리도 병행된다. 적어도 10회 이상은 받아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이들 업계의 공통된 주장. 따라서 아무리 적게 잡아도 150만원 이상은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이것도 뚱뚱하지는 않지만 특정부위의 살을 조금 빼려는 사람의 경우이지, 웬만큼 살이 붙은 사람은 적어도 60회 이상이 기본이므로 회비는 6배 이상 늘어난다.



살 1kg 빼는 데 200만원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제쳐두고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싸지 않느냐는 질문에 A뷰티숍의 한 관계자는 “전담상담사와 전문관리사가 체형을 관리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그만큼 몸매 관리에 실패가 없고 확실하게 살을 빼주기 때문에 비싼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뷰티케어 시장도 경쟁 상대가 많아져 가격이 곧 내려갈 것이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강남지역 B뷰티숍의 한 상담사는 이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 그녀는 “가격이 떨어지면 고객은 그 업소의 체형 관리 프로그램을 싸구려로 인식해 발을 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고급화 전략을 추구해 가격이 오히려 상승할 수도 있다”며 경쟁에 의한 가격 인하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곳에서 하는 ‘몸매 관리’가 어떤 것이기에 이처럼 비싼 것일까. 우선 이들 뷰티숍의 몸매 관리(보디케어) 프로그램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래핑케어와 초음파나 저주파로 피하지방을 자극하는 기계식 관리가 기본이다. 여기에다 경락 마사지나 머드 마사지, 온천 목욕, 물침대 요법이 첨가된다.

살 1kg 빼는 데 200만원
래핑이란 말 그대로 압박붕대 같은 천으로 온몸을 감아 체지방을 분해한다는 것인데, 이때 바르는 재료는 각 뷰티숍마다 다르다. 천연알로에, 아로마 오일, 해초 파우더 등 살 빼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소문난 천연성분은 거의 모두 동원한다. 특정 화장품 회사가 개발한 화장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특정 국가에서 특허받은 제품이라고 선전된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인들은 설명을 들어봐야 고개만 끄떡거릴 뿐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비싸니까’ 그리고 ‘이만한 돈을 받는 데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소위 ‘보디케어’를 받게 된다.

특히 1회 수십만원 하는 몸매 관리 비용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특수물질’은 일반인의 이해를 더욱 어렵게 한다. 실제 각 뷰티숍들은 천연물질 외에 래핑이나 마사지를 할 때 체지방을 감소시키기 위해 몸에 바르는 자사만의 ‘고유 물질’을 가지고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임상실험 데이터나 대조군 실험 통계 등 자세한 내용은 고객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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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요법과 래핑요법을 쓰는 다른 뷰티숍과 달리 손 마사지만으로 체지방을 분해할 수 있다는 강남지역 C사의 경우 마사지에 사용하는 특수물질을 확인해 본 결과 모두 자신들의 소유사가 개발한 화장품이었다. 이 화장품은 백화점에서도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상품들. 그래서 C사는 일부에서 몸매 관리보다 화장품 판매가 목적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C사의 한 관계자는 “화장품을 판매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고, 우리만의 독특한 마사지 방법이 화장품의 성분들과 결합돼 세포 크기를 작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C사가 이렇게 해서 받는 금액은 손님 1인당 1회 30만원을 넘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요법이 과연 체지방 감소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또 부작용은 없는 것인지 하는 것이다. 비만클리닉 전문의(가정의학) 여에스더씨는 “에스테틱(뷰티숍)에서 하는 요법들이 다이어트 효과가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의학적으로 비만 판정을 받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한다. “에스테틱의 기계요법으로는 피하지방만 빠질 뿐 내장 내 지방은 연소되지 않으며, 이것도 24시간 내에 유산소 운동을 하지 않으면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는 게 그녀의 주장. 즉 걷기나 조깅 등 유산소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지 않은 손쉬운 다이어트는 지금까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뷰티숍에서 쓰고 있는 요법은 비만이 아닌 정상인 중 운동만으로는 제거하기 힘든 극소량의 피하지방을 빼고, 좀더 체형을 아름답게 가꾸고 싶은 사람에게만 유용하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각 대학병원과 의원급을 중심으로 비만클리닉과 피부관리 클리닉이 속속 개설되고 있는데도 전문의가 있는 클리닉은 외면받고 뷰티숍만 성황을 이룬다는 사실이다. 이들 비만클리닉의 경우, 섬유질로 뭉친 피하지방(셀룰라이트)을 제거하기 위해 뷰티숍에서 쓰는 초음파나 저주파식 기계요법을 정식 의료행위로 시술한 것은 벌써 수년 전 일이다. 시술비도 모두 합쳐 8~10만원 정도. 전문의가 정확하게 처방하니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비만클리닉 개업의는 “뷰티숍에 도입된 기계가 의료기기 승인을 받은 것이 아니고, 급격한 체중 감량 후 담낭결석이 증가하거나 골밀도 부정적, 심장근육 손실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뷰티숍에서 수백만원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이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같은 옷도 백화점에서 비싸게 팔면 더 잘 팔리고, 압구정동 사람들이 입는 옷이라면 따라 사는 식이 아닐까요.” C뷰티숍에서 만난 이모씨(29)의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 일각에 만연한 ‘허영과 사치의 그늘’이 몸에까지 번졌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간동아 2001.11.08 308호 (p36~37)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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