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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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내린다고 경기 좋아질까

재·보선 결과로 ‘2% 인하’ 야당안 통과 가능성 … 재정적자 부담, 효과도 의문

  •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입력2004-11-17 15: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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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세 내린다고 경기 좋아질까
    서울과 강릉의 재·보선 결과 한나라당이 모두 승리, 과반수에서 1석 모자라는 의석을 차지하면서 한나라당이 제출한 법인세 인하안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9월 정부가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법인세 2% 인하를 주장해 왔으나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자연 논의도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그 후 여소야대 상황, 미국 테러사태로 인한 경기부양책 논의 등이 전개되면서 법인세 인하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재·보선 결과가 나온 직후, 그동안 법인세 인하에 반대해 온 재경부 세제실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의 처분만 기다릴 뿐”이라고 말해 사실상 법인세 인하 문제가 정부의 손을 떠났음을 인정했다.

    한나라당은 이미 과세표준 1억원 초과기업의 법인세율을 28%에서 26%로, 1억원 이하 기업의 법인세율을 16%에서 14%로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을 국회에 독자 제출해 놓았다. 이 밖에도 이자 및 배당소득세율 인하 등을 포함해 한나라당이 제출한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도 감세 규모는 당초 정부가 내놓은 1조8000억원의 3배에 이르는 5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8%의 현행 법인세율이 확정된 것은 지난 96년. 이번에 법인세율 인하 조치가 단행되면 5년 만에 법인세 문제가 수술대에 오르는 셈이다. 80년대에는 83년과 89년 두 차례에 걸쳐 법인세율이 조정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5년 만에 법인세가 인하될 경우 세수 감소분을 상쇄할 만한 경기부양 효과나 기업 투자 증대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 것이냐는 대목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법인세 인하를 꾸준히 주장해 온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도 마찬가지. 다만 경제전문가들은 법인세 1%를 인하했을 때 정부가 주장하는 7400억원 정도의 세수 감소가 모두 재정적자 요인으로 작용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용카드 거래실적이 크게 늘어 세원이 넓어지고 97년 이후 납세인원이 꾸준히 증가해 온 사실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수준이 당장 인하해야 할 만큼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니다(그래프 참조). 또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 소득세 세수실적이 1990년 4조7000억원에서, 99년 15조9000억원으로 3.4배 정도 늘어난 데 비해 법인세는 90년 3조2000억원에서 9조4000억원으로 2.9배 늘어난 데 불과한 형편이기 때문.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의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나라들이 잇따라 법인세 인하 경쟁에 뛰어든 것이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싱가포르가 내년부터 법인세를 1% 인하할 예정이고 독일도 30∼40% 수준인 법인세율을 25%로 인하했다.

    특히 최근 IT(정보통신)산업 중심으로 경기 호황을 누리는 아일랜드의 경우 오는 2003년까지 법인세율을 12.5%까지 내린다는 파격적인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나라들 대부분이 재정흑자를 누리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조세연구원 손원익 박사는 “법인세율이 세계 각국의 자본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우려할 만큼 높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내린다고 경기 좋아질까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교수도 최근 수상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을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부시의 감세안이 경기촉진을 가져오기보다 정부의 유연성만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직선적으로 공격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재정학자들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감세와 같은 중장기적 방안이 아니라 재정지출 확대와 같은 직접적 조치가 효율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감세 조치가 개인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거나 기업의 세후 이익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일정한 시차(time lag)가 생기므로 그 의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예를 들어 올해 법인세 인하 효과가 내년 이맘때쯤 경기가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 때 겹쳐 나타난다면 오히려 경기 과열 가능성마저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90년대 일본이 감세정책을 폈지만 소비와 투자는 늘지 않은 채 재정만 거덜난 사례도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 세수를 줄일 만한 여력이 있다면 차라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세 인하를 선택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임일섭 연구위원도 “자칫 재정적자에 연연하다가 재정긴축-경기침체-세수감소-재정적자의 악순환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국회로 공이 넘어간 법인세 인하 문제는 이제 국회의 결정만 남겨둔 셈이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로 약 1조5000억원의 세수 감소분이 발생한다고 할 때 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의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재경부 주영섭 법인세제과장은 “결국 추가 국채 발행 등으로 메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야당이 주장해 온 긴축 논리와 배치되는 것이다. 야당 역시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 대안만큼은 이율배반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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