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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DJ 빨리 온 레임덕

새고… 터지고… 떨어지고 … ‘레임덕’ 어찌하나

민심 떠난 국민의 정부 개혁은 가물가물 … 힘 빠진 DJ “밀면 밀릴 수밖에 없다”

  •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새고… 터지고… 떨어지고 … ‘레임덕’ 어찌하나

새고… 터지고… 떨어지고 … ‘레임덕’ 어찌하나
선거판에 나가보니 이미 승패는 끝나 있었다. 기호 1번 운동원들은 마음껏 목청을 높이고, 기호 2번 지지자들은 어디서도 소리낼 수 없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중앙당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만 믿고 ‘설마’만 찾았다. 밑바닥 민심이 대통령에게 전달이나 되는지 의심스럽다.”

“연말에 당정개편을 한다고 하지만 당에서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해야 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으면서 약방의 감초처럼 일만 터졌다 하면 당정개편 얘기가 나오는 것도 지겹다.”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1년이나 남아 있는데도 통제가 안 되는 행정 관료들을, 당선될지 안 될지 알 수도 없는 대통령후보를 띄운다고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 선거 참패 후 어떻게 자정(自淨)의 목소리 대신, 대선후보를 일찍 뽑아야 하느니 말아야 하느니 엉뚱한 갑론을박만 벌이느냐. 이런 일마저도 청와대에서 강력하게 제어하지 못한다면 능력이 없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몇몇 민주당 관계자의 울분 토로는 지금 여권이 처한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금 여권은 도처에서 아귀가 맞지 않고 삐걱거리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 대표가 연말 당정개편설을 말했다가 청와대의 강력한 제지를 받고 곤혹스런 입장이 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입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건의를 대통령의 생각과 수용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불쾌감 섞인 반응도 나왔다. 후보 조기 가시화론만 해도 그렇다. 이를 처음 꺼낸 동교동 구파 쪽에서는 “동교동계 전체 생각이 아니라 개인 의견”이라고 황급히 발을 뺐지만, 이는 숨고르기를 위한 치고 빠지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여권 전체는 ‘선 당정 쇄신파’와 ‘선 후보 가시화파’로 양분되는 소용돌이로 빠지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제대로 뒷받침할 구심력이 모아질 리 없다. 당내 문제만 해도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각 대선 예비주자들의 ‘나 홀로 행보’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다. 이들의 발언과 행동반경은 이미 청와대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후보 조기 가시화론에 대해 차단막을 치고 나온 것은 ‘더 늦기 전에’ 대선 주자들의 발을 묶어놓자는 계산이겠지만, 과연 물리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10월2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차기 후보가 김대중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치고 나왔다. 더 이상 김대통령의 낙점을 기다리고 있기보다 힘에 의한 쟁취 쪽으로 나서는 듯한 인상이다. 이위원의 이런 강공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다른 대선 주자들을 더 자극해 각개약진에 나서도록 만들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더 심각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정권의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상당수 정책들이 ‘원위치’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10월26일 건강보험재정 분리를 핵심 내용으로 담은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에 전격 상정했다. 건강보험재정 분리는 한나라당 당론인 데다 국회 의석분포상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의약분업과 더불어 현 정부 양대 의료개혁정책의 하나인 건강보험재정 통합(내년 1월 예정)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과반수 의석에서 단 한 석 모자라는 야당의 무소불위는 김대통령의 상당수 정책들을 무력하게 만들면서 여권의 전열을 흩어놓을 전망이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남북교류협력법, 방송법 개정안 등에 대해선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공조에 합의해 여권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곤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더구나 야당의 위력은 김대통령 필생의 사업인 햇볕정책까지도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답방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면 답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록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김정일의 답방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도 많다. 김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 전체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 더구나 야당이 개정하려고 하는 남북협력기금법은 10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기금 조성과 사용 모두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국면을 돌파할 해법을 갖고 있을까?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밀면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한탄한다. 상황도 그렇게 보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를 반면교사 삼아 절대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던 현 정부 주체들의 호언장담이 지금은 한낱 허언(虛言)이 되는 듯하다. 김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주간동아 2001.11.08 308호 (p12~13)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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