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8

2001.11.08

한국 유통 필로폰 95%는 중국산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04-11-17 13: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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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유통 필로폰 95%는 중국산
    마약범죄 혐의로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신모씨(41)가 중국에서 한 달 전 공개 사형당한 사실이 지난 10월27일 뒤늦게 밝혀져 외교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과연 중국 내 한국인 마약사범의 암약은 어느 정도일까.

    198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 유통된 필로폰(속칭 히로뽕)은 거의 국산. 그러나 90년대 들어 사정은 달라졌다. 현재 국내 필로폰 소비량의 95%가 중국산. 중국이 한·중·일 3국을 연계한 국제 마약 밀조·밀매 벨트의 거점이 된 것은 1차적으론 한국 내 대대적인 마약단속 때문이지만, 중국의 필로폰 제조원가가 한국의 5분의 1 수준인 이유도 컸다.

    게다가 중국 북부엔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원료인 마황(麻黃)이 광범위하게 자생한다. 이처럼 원료를 한국으로 밀수입해야 할 위험도 없고, 돈세탁이 가능하며 인건비도 저렴한 중국에 눈돌리면서, 한국 마약조직들은 위조여권으로 중국에 들어간 뒤 동북아지역을 거점으로 필로폰 대량 밀조를 일삼고 있다. 실제 관세청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적발한 필로폰사범 26건(반제품 포함) 중 16건이 중국에서 밀수입한 경우로 운반책인 한국인(16명), 방글라데시인(3명), 태국인(2명)들은 모두 중국발 비행기와 선박으로 필로폰을 반입했다. 인천공항세관 신종순 특수조사과장은 “중국은 아편전쟁 영향으로 아편과 헤로인에 대해선 집중 단속을 벌이지만, 자국인 선호도가 낮은 필로폰 단속은 상대적으로 물렁하다”고 밝힌다.

    검찰과 관세청에 따르면 필로폰 1kg의 중국 현지시세는 한화로 약 700만~800만원. 이를 한국의 판매책이 국내에서 인수받는 조건을 제시하면 가격은 2000만~3000만원으로 뛴다. 최종 소매가를 따지면 30억원 이상 ‘뻥튀기’가 가능하다. 필로폰 1회 투약분(0.03g)은 대략 10만원. 몇 년 전 30만원에 비해 훨씬 싸졌다. 그만큼 공급물량이 풍부하다는 얘기. 국내 전체 마약사범 중 필로폰사범 비율은 80%를 웃돈다.

    대검 서영제 마약부장은 “국내에선 필로폰 밀조 범죄가 거의 사라졌다”며 “한·중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중국 내 한국인 마약조직의 실태와 규모를 추정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정선태 마약수사부장은 “한국도 미국처럼 해외에 마약 전담 국제수사관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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