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8

2001.11.08

오죽하면 의장이 의원 성적 매길까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입력2004-11-17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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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죽하면 의장이 의원 성적 매길까
    국회 본회의장에서 떠들거나 욕설한 경험이 있는 의원, 본회의 출석을 소홀히 한 의원은 2004년 총선을 편하게 치를 생각을 접어야 한다. 이만섭 국회의장이 비밀리에 의원 성적표를 매겼기 때문이다. 이의장은 이 성적표를 내년 6월 또는 다음 총선 직전 전격 공개할 예정이다. 경우에 따라 시민단체에 전달, 낙천운동 자료로 쓰게 할 생각도 없지 않다.

    이의장은 지난해 의장 취임 초 이미 성적표 작성을 예고한 바 있다. 이의장은 이후 비서진과 국회사무처의 도움을 받아 작업을 계속했다. 이의장이 중점적으로 체크하는 부분은 욕설과 야유, 그리고 출결 사항. 날치기와 몸싸움은 거의 사라져 체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의장에 따르면 현재 성적표상 F학점에 해당하는 인사는 부문별로 3~5명. 한 인사는 특정인의 이름만 나오면 자동으로 야유와 욕설을 퍼붓고, 또 다른 한 인사는 본회의장에서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출석률은 여야가 비슷하고 야유는 여당 인사들이 더 많다는 게 의장실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의장은 “떠드는 의원이 떠들고, 결석하는 의원이 결석한다”고 말한다. 명단 공개를 요구하자 “안 봐도 아는 그 사람들이 떠들고 그 사람들이 결석한다”며 공개를 꺼린다.

    이의장은 지난 10월15일 성적표에 대한 힌트를 의원들에게 준 적이 있다. 당시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끝난 오후 8시20분경 느닷없이 남아 있던 의원들의 이름을 호명한 것.

    이의장은 “끝까지 본회의장 의석을 지킨 39명의 이름을 속기록에 남겨두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날 출석을 부른 후 의원들의 본회의장 출석률은 훨씬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의장은 “그 다음날 바로 20여명이 더 자리를 지켰고, 또 그 다음날도 20여명의 의원들이 더 자리를 지켰다”고 말한다. 초등학생처럼 야유와 출석을 체크당하는 의원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 국회만의 풍속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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