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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권 - 노무현 ‘영남 파이’ 키우기

일단은 “잘해보자” 전략적 제휴 … 다른 주자들 ‘뭔가 있다’ 잔뜩 긴장

  •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김중권 - 노무현 ‘영남 파이’ 키우기

김중권 - 노무현 ‘영남 파이’ 키우기
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은 과연 김중권 대표와 연합전선을 형성할 것인가. 김대표와 노고문이 지난 6월18일 외부에 일절 알리지 않은 채 둘만의 오찬 회동을 가진 이후 여권에 던져진 잔잔한 파문이다.

이 자리에서 노고문은 김대표를 “기회주의자”라 공격했던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고 “영남지역 민심 회복을 위해 함께 열심히 일하자”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두 사람의 만남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 비난과 화해는 정치인들의 일상사다.

그렇다면 여권에서 두 사람의 만남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 사람 모두 영남 출신으로 김대표는 대구-경북(TK), 노고문은 부산-경남(PK) 지역의 대표성을 자임한다. 그러잖아도 “차기 대선주자는 영남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힘들다. 영남 후보가 나오면 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더 높은 지지율이 나올 것”(6월12일)이라고 말하는 등 잊을 만하면 툭툭 던지는 김대표의 영남 후보론에 대해 다른 예비주자 진영에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마당에, 영남 후보론의 두 당사자가 만나기까지 했으니 ‘뭔가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은 물론 ‘영남 후보론 확산을 위한 연대 모색이 아니냐’는 당내 일각의 시각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전혀 아니다”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일단 연대설을 부인하는 노무현 고문 진영의 태도부터 그리 강하지 않다. 한 측근 인사는 “뭐 꼭 그렇다기보다는…”이라고 말을 흘리면서 “차기 대선에서 영남권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 아는 것 아니냐”고 둘러 말한다. 다른 측근 인사 역시 “같은 영남 출신 정치인끼리 등질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강조한다. 이런 반응은 김중권 대표측도 마찬가지다. 캠프의 한 인사는 “현 정권에 대한 영남 지지도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정도까지 내려간 마당에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 합심하는 것이 뭐가 이상하냐”고 말한다.



그러나 김대표와 노고문의 제휴가 영남권에서의 민주당 저변 확대라는 명분 차원으로 보기만은 힘들다. 그렇다고 노고문과 김대표가 연합전선을 형성했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먼저 보수성이 강한 김대표와 개혁 성향이 강한 노고문의 연합은 정체성 차원에서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일단 영남 후보론 지지자들을 최대한 늘려놓아야 차기 대선 출마의 기회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이해에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김대표와 노고문의 관계는 전형적인 오월동주(吳越同舟)다. 지금은 누가 파이를 갖느냐를 다툴 때가 아니라 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는 점을 인식하면, 두 사람은 최대한 ‘영남권 파이’를 늘려야 한다는 공통 목표가 생긴다. 두 사람은 아마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말한다. 다시 말해 ‘영남권 파이’의 분배는 다음 문제고, 일단은 파이를 키워야 차기를 도모할 기회가 온다는 설명이다.

김대표의 한 측근 의원 역시 “노고문은 그동안 여권의 경험을 통해 독불장군식 독자 행보로는 차기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적어진다는 점을 깨달은 듯하다. 이 때문에 정체성 문제에 따른 자신의 기준은 잠시 버리고 김대표와 손잡으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노고문은 자신이 싫든 좋든 자신을 엄호할 수 있는 지원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노고문과 김대표의 관계는 연대라기보다는 전략적 제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하다.

정치증권 사이트인 ‘포스닥’(www.posdaq. co.kr)의 전체 종목 순위에서 노고문은 지난 6월16일 이후 계속 수위를 달리고 있다. 6월25일 현재 ‘노무현 주’는 21만5000원에 거래되는 반면, 지난 주까지 1, 2위를 다툰 ‘이회창 주’와 ‘이인제 주’는 각각 10위와 20위로 내려앉아 15만7000원과 14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여권 내에서 노고문의 입지는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한때 ‘미운 오리새끼’ 정도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가장 적극적인 ‘개혁 전도사’의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여권 핵심에서도 점차 애정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하는가 하면, 지난 5월 전국지구당 홍보부장 연수에서의 노고문 강연이 녹음 테이프로 만들어져 전국 지구당에 배포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분위기는 여권 내에서 “노고문의 처세가 한층 유연해졌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김중권 대표와 노무현 고문 가운데 영남 후보론의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주간동아 291호 (p20~20)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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